▲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 관객 예측 따돌리는 다중 플롯 구조의 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아담 랜달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아이 씨 유’(원제: I See You,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씨나몬홈초이스)는 관객의 생각을 뒤집으며 장르를 변주하는 영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상담사 ‘재키’(헬렌 헌트)는 자신을 무시하는 아들 ‘코너’(쥬다 루이스)의 태도를 애써 외면한다. 그녀는 사라진 해바라기 무늬 머그잔 찾기를 포기한 채 출근을 서두른다. 

코너는 그런 재키의 뒷모습을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본다. 거실 카우치에서 자다가 슬그머니 일어난 ‘그렉’(존 테니)은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아들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그렉 역시 아내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재키의 전화를 받자마자 분노해 휴대폰을 창 밖으로 힘껏 내던진다.

그 순간 그렉은 정말 우연히도 아내가 찾던 머그잔을 발견한다. 그 안에 담긴 담배꽁초를 보며 아직 사춘기 소년인 아들을 떠올린 그렉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아내의 외도를 아들까지 알아차리게 되면서 단란했던 그렉의 가정은 파탄 나기 직전이었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마음을 추스르고 경찰 업무에 복귀한 그렉은 마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10세 소년 실종 건을 수사하던 중 현장에서 15년 전 발생한 유괴 살인 사건과 동일한 흔적을 발견한다. 그렉은 당시 검거했던 범인이 진범임을 확신하는 동료 ‘스피츠키’(그레고리 알란 윌리엄스)와 함께 과거 유괴 살인 사건 생존자 ‘토미’(제레미 글레이든)를 만나러 간다.

한편, 재키는 아들 코너와는 최악의 갈등 관계에 놓이면서 마음이 심란하다. 그런 와중에 귀신 들린 것처럼 TV는 저절로 켜지고 물건들이 사라지는 등 집안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된다. 설상가상으로 외도 상대였던 고등학교 동창 토드까지 집으로 찾아와 막무가내로 사랑을 고백해온다.

재키는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일들로 혼란스러워하던 중에 집 안에서 충격적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렉과 코너까지도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 신선한 연출과 치밀한 각본이 장점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미스터리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듯한 연출과 음악으로 시작한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소년 실종 사건은 인간보다는 외계인 또는 악령의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여기에 카메라는 불화를 겪는 한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을 서늘한 시선으로 하나씩 비춘다. 아무도 없는 듯한 집 안의 텅 빈 곳에서는 뭔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아울러 극 속에서 파편화돼 던져지는 단서들을 의심 없이 하나씩 퍼즐처럼 맞춰 나가다 보면 관객의 생각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에 충분하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마치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처럼 심령 현상을 담은 공포물처럼 여겨질만한 영리한 연출이 이어진다. 하지만 타인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들키지 않고 지내는 ‘프로거(Phroger)’인 ‘알렉’(오웬 티그)과 ‘민디’(리브 바러)가 등장하면서 산만한 핸드헬드 화면으로 바뀌자 영화의 장르는 범죄 스릴러로 급반전된다.

알렉과 민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감춰졌던 사건의 조각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날 때마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는 계속 뒤바뀐다. 멋대로 프로깅 원칙을 깼기 때문에 이 모든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꼬여버렸다는 생각조차 뒤집어버리는 반전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영화 ‘아이 씨 유’는 관객의 예측을 따돌리는 다중 플롯 구조가 특징인 영화다. 아담 랜달 감독의 신선한 연출과 데번 그레이의 치밀한 각본으로 좋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다만, 등장 배우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헬렌 헌트의 연기는 조금 아쉽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녀가 전성기에 보여줬던 풍부한 감정 연기는 이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한편, 아담 랜달 감독은 ‘아이 씨 유’의 한국 개봉을 기념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2004년에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진심 어린 존경과 약간의 질투심을 담아 한국 감독들의 작품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 씨 유. ⓒ씨나몬홈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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