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 ‘케이트 윈슬렛’·’시얼샤 로넌’ 주연…'메서드 연기' 돋보이는 퀴어 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거칠고 차가운 바닷바람 소리가 귀를 때리는 해변에서 ‘메리’(케이트 윈슬렛)는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깨진 암모나이트 화석을 뒤집어보며 한숨을 내쉰다. 화석을 캐기 위해 해안가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굴러떨어진 그녀의 온몸은 회색 진흙 범벅이다.

메리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여성들을 피해 숨듯 집안에 들어온 후 창가에서 그들을 훔쳐본다. 그녀는 불과 11살 나이에 바다 도마뱀 화석을 발견하면서 주목받았지만, 학계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고생물학자다. 해변마을에서 기념품 가게를 차리고 관광객에게 화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메리는 어머니 ‘몰리’(젬마 존스)와 함께 팍팍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는 자신의 가게에 남편 ‘로드릭’(제임스 매카들)과 함께 불쑥 찾아온 상류층 출신 여성 ‘샬럿’(시얼샤 로넌)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11일 개봉한 프란시스 리 감독의 암모나이트(원제: Ammonite,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는 1840년대 영국 남부 라임 레지스 해변 마을을 무대로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여성의 만남과 로맨스를 담은 영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로드릭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서 메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아내 샬럿과 몇주간 같이 지내 달라는 것이었다. 운둔자처럼 혼자인 것이 편한 메리는 그의 부탁이 탐탁지 않지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게는 샬럿과 함께 하는 대가로 건네지는 로드릭의 돈은 매우 소중했기 때문이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 성격과 배경이 다른 두 여인의 만남

신경증 요양을 위해 낯선 곳 라임에 홀로 남겨진 샬럿은 남편이 시키는 대로 무뚝뚝한 메리와 함께 해변으로 나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색한 시간을 보내며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강요에 떠밀려 차가운 파도 속에 뛰어들었던 샬럿은 지독한 열병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그런 샬럿을 돌보게 된 메리는 어머니 몰리의 투덜거림을 뒤로 하고 간호에 정성을 다한다.

샬럿의 곁을 지키던 메리는 어느새 그녀에게 서서히 감정이 피어나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금지된 사랑에 뒤따르는 상처와 아픔을 이미 경험했던 탓에 메리는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상처와 아픔은 샬럿에게도 있었다. “밝고 재미있고 영리했던 예전의 아내를 되찾고 싶다”고 말하는 로드릭. 그가 샬럿을 대하는 일방적 태도는 유산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녀의 마음을 더욱 옥죈다.

남편이 떠난 후 외롭고 불안했던 샬럿은 온기 넘치는 메리의 보살핌 속에서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샬럿은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사무치는 무력감과 억눌린 감정을 다 털어낼 듯이 메리 앞에 주저앉아 흐느낀다. 샬럿은 그렇게 메리를 통해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한다.

메리 역시 샬럿을 두고 느낀 질투심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한다. 두 사람은 딱딱한 돌 속에 감춰진 화석을 꺼내듯 서로를 향한 마음을 발견해내고는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 정적인 연출과 대비되는 격정적 사랑

퀴어 영화 ‘암모나이트’는 성격과 살아온 인생이 전혀 다른 두 여인이 화석을 매개로 그들 사이에 세워진 감정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매우 건조하면서도 강렬한 시선으로 두 주인공의 모습을 관찰한다.

마음의 문을 닫고 쓸쓸히 살아가는 고생물학자 메리 역의 케이트 윈슬렛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귀부인 샬럿 역의 시얼샤 로넌은 지독한 내적 갈등이 포함된 매우 깊고 세밀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두 배우의 완벽한 연기력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살아가는 동성 연인의 모습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특히, 정적인 연출 속에서 격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의 순간을 표현하는 두 배우의 메서드 연기는 강한 몰입감과 폭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연인 사이의 사랑, 질투, 집착, 갈등, 이별 그리고 재회의 과정을 섬세하게 연출해낸 프란시스 리 감독은 “두려움과 즐거움을 모두 포착하고 싶었다. 과거의 사랑으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사람이 다시 사랑하고, 사랑을 받기까지 마음을 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암모나이트. ⓒ소니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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