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괴수 영화 팬이 원하는 모든 것 보여주는 시리즈 정점의 '스펙터클 액션'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일본 도호 영화사가 1954년 첫 선을 보인 혼다 이시로 감독의 특촬 영화 ‘고지라(Gojira)’는 핵실험으로 탄생한 공룡을 닮은 방사능 괴물이라는 설정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오만한 인간의 자연파괴를 응징하는 공포의 괴수 고지라는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수많은 시리즈를 양산했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판 영화가 ‘고질라(Godzilla)’라는 이름으로 개봉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브러더스가 기획한 ‘몬스터버스’ 작품인 ‘고질라’(2014), ‘콩: 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에 이은 네 번째 영화 ‘고질라 VS. 콩’(원제: Godzilla VS. Kong,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신·구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웅장하고 거대한 괴수들의 격투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전작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애덤 원가드 감독의 영화 ‘고질라 VS. 콩’은 스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보비 빈턴(Bobby Vinton)의 ‘Over the Mountain (Across the Sea)’가 울려 퍼지며 잔잔하게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작이 탄생했던 60년대 따뜻한 감수성은 알파 타이탄 콩의 포효와 함께 산산조각 난다.

스컬 아일랜드 생태계 파괴로 인해 바이오돔에 보호 목적으로 수용된 콩. 그는 갇혀 있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대로 계속 놔둘 경우 콩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모나크의 과학자들은 콩을 모든 타이탄의 고향일지도 모를 지구 속 또 다른 생태계 ‘할로우 어스’로 데려가기로 결정한다.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하지만 앞서 에이펙스라는 거대 기업의 위험한 비밀 실험으로 인해 자극을 받고 깨어난 또 다른 알파 타이탄 고질라가 할로우 어스로 이동 중인 영원한 라이벌 콩에게 접근하면서 거대한 격돌이 시작된다.

전작들의 세세한 설정이나 모든 배경을 알지 못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독립적인 스토리로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는 인류와 타이탄을 보호하려는 비밀 단체 모나크를 선한 편으로, 할로우 어스의 미스터리한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에이펙스를 악당의 편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각각의 편에 속한 인간 캐릭터로는 콩과 교감하는 소녀 ‘지아’ 역의 카일라 하틀을 비롯해 ‘네이선 린드’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매디슨 레셀’ 역의 밀리 바비 브라운, ‘일레인 앤드류스’ 역의 레베카 홀, ‘마크 러셀’ 역의 카일 챈들러, ‘세리자와 렌’ 역의 오구리 슌, ‘마이아 시먼스’ 역의 에이사 곤살레스 등이 등장한다.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몬스터버스' 중 가장 매력적인 몰입도의 액션 블록버스터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인간 캐릭터의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거대 괴수 고질라와 콩이다. 지구공동설 설정과 인간 캐릭터간 상호관계는 두 괴수가 맞붙는 스펙터클한 환경과 스릴 넘치는 상황을 매끄럽게 조성해 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러한 연출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덕분에 지루하고 답답했던 전작들의 인간 등장 플롯 전철을 밟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두 괴수가 서로에게 날리는 압도적인 격투 타격감 그리고 인류가 가진 힘을 까마득하게 뛰어넘는 초거대 스케일의 무력 충돌을 시각화한 박력 넘치는 전투에 눈과 귀를 집중할 수 있는 분량이 대폭 증가했다. 그저 고질라와 콩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오롯하게 몰입할 수 있을 정도다.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62년 원작 영화 '킹콩 대 고지라'는 물론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전투 장면을 오마주한 부분도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고질라가 아토믹 브레쓰 빔으로 홍콩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모습 속에는 분명 대량 인명피해가 내포돼 있음에도 관객은 이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시각적 즐거움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다. 고질라에 대항하는 콩의 민첩한 레슬링 기술과 도구를 사용한 전투능력은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새롭게 등장하는 메카고질라도 압권이다. 메카고질라의 기계적 디자인 위용과 파괴적 매력의 존재감은 영화 후반부 전체를 빈틈없는 액션으로 꽉 채운다. 진정한 블록버스터로서 괴수 영화 팬이 원하는 모든 것을 스크린 가득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엔드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앞서 제작된 세 편의 몬스터버스 작품들은 단지 ‘고질라 VS. 콩’을 만들어 내기 위한 징검다리 시퀄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특촬 영화의 선구자 윌리스 오브라이언과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약 이 영화를 봤다면 뭐라고 평했을까.

‘고질라 VS. 콩’은 일반관보다는 IMAX나 4DX같은 특수관에서 볼 때 거대 몬스터들이 날뛰는 명장면들을 더욱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영화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고질라 VS. 콩.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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