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 운명의 실타래처럼 얽힌 사람들 이야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론 쉐르픽 감독의 영화 ‘타인의 친절’(영제: The Kindness of Strangers,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은 여섯 명의 남녀가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클라라’(조 카잔)은 아이들과 함께 집을 몰래 빠져나온다. 그녀는 절박하다. 남편의 폭력이 자신을 넘어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를 찾아가 도와달라 매달려보지만 자기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경찰이라며 그녀의 절박함을 외면한다.

갈 곳 없는 클라라는 아이들과 뉴욕 시내를 전전하며 차 안에서 잠을 청하고 도둑질과 공짜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앨리스’(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긴박한 상황이 오가는 병원 응급실 간호사다. 병원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교회에서 용서 모임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한다. 하지만 남에게 퍼주기만 할 뿐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아 그녀는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누구에게도 자기 곁을 주지 못한다고 여기는 그녀의 이타적 삶은 도가 지나칠 정도다.

‘제프’(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스쿠프로 빵을 집으려 할 정도로 정말 일머리가 없는 남자다. 무슨 일이든 보통 이하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심지어 사고까지 친다. 이러다 보니 가까스로 얻은 직장에서 번번이 해고된다. 수입이 없어진 제프는 집세를 내지 못하게 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 홈리스 신세로 전락한다.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존 피터’(제이 바루첼)는 먹고 살기 위해 양심에 반하는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는 변호사다. 그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죄를 지어도 무죄고 죄가 없어도 감옥에 가야 한다. 존은 이런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런 그가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 ‘마크’(타하르 라힘)는 평범하게 식당을 운영하던 사람이지만 죄 없이 누군가를 대신해 옥살이한 인물이다. 마크가 자유인이 된 첫날을 축하하기 위해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형편없는 음식뿐만 아니라 계산조차 제대로 받아주는 직원이 없는 서비스 빵점의 러시아 식당이었다.

마크는 뉴욕 토박이면서도 일부러 손님들에게 러시아 억양을 쓰고 있는 이 폐업 위기의 러시아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티모피’(빌 나이)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려 한다.

러시아 식당은 마크 덕분에 점점 활기를 되찾아가고 등장인물 모두의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 타인의 친절함이 가져오는 긍정의 연쇄반응

제5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은 받은 ‘초급자를 위한 이태리어’(2000)를 통해 도그마 운동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론 쉐르픽 감독은 ‘언 애듀케이션’(2009), ‘원 데이’(2011) 이후 또다시 자신만의 감수성을 담은 각본과 연출로 이 영화를 완성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섯 인물은 각자 인생에서 소망하는 것을 얻지 못해 방황한다. 춥고 어두운 골목길에 버려진 채 천천히 사라져가던 그들의 삶은 다른 이가 전해주는 ‘친절’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며 조금씩 새싹을 틔워간다. 그 친절이란 차고 넘치는 행복을 잔뜩 거머쥔 이들의 여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었다.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혼자일 때는 각자가 처한 문제를 이겨내지 못해 힘들어하던 클라라, 앨리스, 제프, 존, 마크 그리고 티모피는 운명의 실처럼 얽혀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 타인의 친절이 가져오는 연쇄반응은 외로움, 공허함, 억압, 절망, 고통을 몰아내고 대신 그 자리에 사랑, 자유, 기쁨, 희망 그리고 행복을 채워 넣는다.

론 쉐르픽 감독은 이 영화와 관련해 “어떤 면으로는 동화 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고급스러운 5번 가와 멋진 식당들, 무료 급식소와 응급실이 한곳에 공존한다. 그 안에는 드라마가 있기에 아주 다양한 출신의 인물들을 보여주기에도 충분했다”고 밝혔다. 7일 개봉.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타인의 친절. ⓒ그린나래미디어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