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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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입력 있는 드라마 갖춘 논픽션 스파이 스릴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60년대, 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과 함께 냉전 시대에 돌입해 있었다. 두 국가가 보유한 핵무기는 서로를 향하고 있었고 언제 일어날지 모를 핵전쟁의 공포가 인류를 지배하고 있던 시기였다.

도미닉 쿡 감독의 영화 ‘더 스파이’(원제: The Courier)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배경으로 핵전쟁 위기를 막아낸 인물들에 대한 실화를 재구성해 인상적인 드라마와 스파이 스릴러를 함께 그려낸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명·지명 등은 영화 자막을 기준으로 표기합니다.)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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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사업가 '그레빌 윈'(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면 자존심 정도쯤은 마음속 깊이 접어두는 타고난 장사꾼이다. 아내 ‘셰일라 원’(제시 버클리)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일 중독자 남편 그레빌을 항상 걱정한다.

어느 날 그레빌은 단순한 비즈니스 미팅인 줄 알고 나간 자리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만난다. MI6 요원 ‘디키 프랭크스’(앵거스 라이트)와 CIA 요원 '에밀리 도노반'(레이첼 브로스나한)이 각각 영국 상무원 직원 ‘제임스’와 미국인 자문 ‘헬렌’으로 위장해 그에게 접근해 온 것이다.

디키와 에밀리는 그레빌에게 영국과 소련을 오가며 나라를 위해 일해줄 것을 제안한다. 곧바로 무슨 뜻인지 눈치챈 그레빌은 크게 당황하지만 일단 어떤 내용인지 귀 기울여 본다.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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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를 위해 조국의 배신자가 된 남자

소련 군사정보국 소속 ‘올레크 펜콥스키 대령’(메랍 니니트쩨)은 스탈린 뒤를 이어 소련 권력서열 일인자가 된 후르시초프를 두려워한다. 서방 세계는 후르시초프의 반스탈린 정책과 유화적 성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충동적인 절대 권력자였다. 언제든 전쟁의 빌미를 만들어 미국과 서방 국가를 향해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릴지 모를 그런 인물이었다.

올레크는 조국 소련과 당에 인정받는 혁명 전사로 남아있기보다는 인류의 미래를 선택하기로 한다. 핵전쟁을 막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스스로 소련 정부 내부의 스파이가 된 올레크는 조국의 배신자가 돼 일급 기밀 자료를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에 넘기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빼돌리는 소련 기밀 정보가 평화의 도구로 사용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평범한 영국인 사업가 그레빌과 소련 정보국 올레크 대령의 인연은 시작된다. 그레빌은 자신을 알렉스라고 불러 달라는 올레크를 따라 볼쇼이 발레공연을 난생처음 보게 된다. 올레크 역시 영국 웨스트엔드를 관광하며 서구세계의 화려함을 경험한다.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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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전력 불균형을 감추려는 소련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전력비는 약 17대1로 큰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소련은 철저히 군사정보를 은폐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탐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미국과 비등한 핵전력을 가진 것으로 잘못 알려진다.

후르시초프는 이 사실을 끝까지 감추고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공산 쿠바 정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장거리 핵미사일 기지 건설을 계획한다.

한편, 올레크가 서방 정보기관과 접촉할 수 있도록 도운 그레빌의 스파이 임무는 성공적으로 종료된다 . 하지만 올레크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됐다는 이유로 정부는 운반책으로 계속 일해줄 것을 부탁한다.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레빌은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는 정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난감해한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족이라는 그의 최대 약점을 쥐고 흔드는 에밀리에게 설득당한다. 그레빌의 스파이 임무는 그렇게 계속된다.

그레빌과 올레크는 업무 관계를 넘어 사적으로 매우 친밀해진다. 서로의 가족과 어울리는 등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가지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우정을 쌓는다.

한편 핵전쟁을 막기 위해 올레크는 후르시초프의 비밀계획에 점점 더 깊숙이 접근한다. 그레빌과 올레크는 이 위험한 스파이 행위가 자신들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예감하고 있었다. 소련 KGB의 감시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끝까지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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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전쟁 위기에서 인류를 구한 영웅들

겨우 두 사람뿐이지만 그레빌과 올레크는 전쟁의 공포에 떠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했다. 그들은 핵전쟁의 아비규환으로부터 가족 그리고 인류를 구하는 일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의로운 일이라 믿는 일에 기꺼이 모든 것을 희생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타적인 영웅들이 으레 그렇듯 개인의 삶은 망가지고 가족은 고통의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이 작품에서 그레빌과 올레크의 브로맨스 감성 연기와 함께 펼쳐지는 스파이 스릴러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연출은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몬태나에서 카우보이 생활을 하고 싶었던 올레크와 볼쇼이 발레공연을 보고 감격했던 그레빌. 이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손을 꽉 맞잡으며 서로의 노력이 전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흡입력 있는 드라마를 갖춘 논픽션 스릴러 영화 ‘더 스파이’에서는 그레빌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뛰어난 연기력이 크게 두드러진다. 아내와의 갈등에 힘들어하면서도 위기에 빠진 올레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캐릭터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화 후반부에서 앙상하고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10kg가량을 감량해내며 연기 투혼을 펼친다.

핵전쟁 공포가 지배하던 냉전 시대, 실존 인물 그레빌 윈의 기록 영상과 함께 끝나는 ‘더 스파이’는 실화를 엮어내는 방식이 픽션을 초월할 때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 보여주는 웰메이드 영화라 할 수 있다. 28일 개봉 예정.

▲더 스파이. ⓒTCO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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