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노바. ⓒ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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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개봉...‘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 명연기 돋보이는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슈퍼노바’(원제: Supernova, 수입/배급: 찬란/디스테이션)는 20여 년간 서로에게 최고의 친구, 구세주 그리고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인 샘(콜린 퍼스)과 작가인 터스커(스탠리 투치)은 1960년대 유행곡 ‘Catch The Wind’를 들으며 작은 캠퍼밴을 타고 잉글랜드 북부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따라 여행 중이다.

고집스럽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터스커와 이 여행이 끝나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샘은 도로 위를 달린다. 샘은 “모든 것이 고맙다”며 조수석에 앉아있던 터스커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미소 짓는다. 라디오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가 흘러나온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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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이 여행에서 오직 터스커 만을 생각하며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는 터스커의 차츰 둔하고 쇠약해져 가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 샘의 가슴 속에는 참아내지 못할 감정이 너울져 차오른다. 결국, 그는 양파를 핑계로 눈물을 몰래 쏟아낸다.

후두 피질 위축증(Posterior Cortical Atrophy, PCA)라는 희귀한 치매에 걸린 터스커는 주변 사물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에게 세상은 온통 깨진 거울처럼 조각나 보인다.

혼자서는 길을 찾지 못하고 거리 감각을 잃어 바로 눈앞에 놓인 물컵을 쥐기도 힘들다. 옷 단추 잠그는 것조차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다. 특히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작가인 터스커의 무력감은 심해지고 있었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터스커는 그런 자신을 걱정하며 바라보는 샘에게 “세상을 위기에서 구하려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고 말한다. 샘은 터스커를 위해서라면 그 이상의 일도 기꺼이 할 사람이었다.

내비게이션 음성이 마거릿 대처 같다며 짜증을 내는 터스커와 함께 호수에 도착한 샘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시절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터스커와 함께 그곳에서 밤을 보낸다.

샘의 피아노 콘서트 일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두 사람은 여행길 중간에 예정대로 샘이 살던 옛집에 들른다. 샘의 가족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어릴 때 쓰던 작고 비좁은 침대에 누운 샘은 터스커에게 매번 자기 멋대로라며 투덜거린다. 이 아이디어를 낸 터스커는 오히려 이런 게 아늑하고 좋다면서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는 샘을 안고 웃는다.

터스커는 이제 더는 약을 먹지 않는다.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병세는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괜찮은 척 연기하는 것에도 지쳐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샘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이 싫었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터스커는 사랑하는 샘의 얼굴은 물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고통이 한순간에 끝나면 좋으련만 아주 서서히 그리고 잔인하게 찾아올 것이기에 시간조차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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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자신의 복귀 콘서트가 끝나면 살던 집도 이사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 터스커를 위한 모든 것을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터스커는 매 순간 항상 곁에 있고 싶다는 샘에게 이제 더는 그러지 말기를 부탁한다.

그날 밤, 시끄러운 홈파티에서 빠져나온 샘은 캠퍼밴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터스커가 왜 계속 같이 사는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하면서도 이사를 원하지 않는지 이유를 대신 답해주고 있었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터스커는 뭔가 사라진 후에야 소중함을 안다는 게 슬프다고 말한다. 그는 샘이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텅 빈 껍질만 남게 될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길 원하는 터스커는 샘에게 자신을 이제는 그만 놓아달라고 애원한다.

샘은 터스커 앞에서 더는 눈물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먹이고 안아주며 계속 사랑을 기억하도록 끝까지 터스커를 돌보겠다고 답한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터스커는 자신만을 위한 샘의 첫 연주일지 모를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피아노 소리를 따라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간 그는 탁자 위에 잠시 시선을 고정한다. 피아노 앞에서 일어난 샘은 창가에 선 터스커의 손을 잡고 함께 할 거라 말하며 그를 안아준다.

터스커는 샘과 함께한 20년과 더불어 생애의 가장 행복한 추억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무기력하게 서서히 잃어가기보다는 초신성처럼 가장 밝게 빛나는 이 순간, 광활한 우주의 별 조각으로 영원히 남길 원했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사랑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해리 맥퀸 감독은 "샘과 터스커의 친밀함이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다행히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의 절친한 관계가 영화에 그대로 반영되어 관객들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슈퍼노바'는 영국 전원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로드 무비의 감성적 미장센을 경험하기 좋은 작품이다. 특히 키튼 핸슨 음악감독의 탁월한 선곡이 빛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 시대의 익숙한 사운드트랙들도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최고의 요소는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의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감정에 충실한 명연기다. 관객은 그들의 연기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의 내밀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18년간 함께한 아내를 먼저 떠난 보낸 아픔이 있었던 스탠리 투치는 ‘슈퍼노바’의 시나리오에 매료되어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치매에 걸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곁에 남아있는 연인을 위해 끝까지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캐릭터 터스커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제작 초기에는 스탠리 투치가 샘 역을, 콜린 퍼스가 터스커 역을 맡기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어본 콜린 퍼스는 스탠리 투치와 역할을 바꾸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결국, 각자 역할을 바꿔 대본 리딩을 하게 됐고 제작진과 감독, 출연진 모두 캐릭터 변경에 동의해 영화 속 캐릭터가 완성됐다.

영화 ‘슈퍼노바’는 불치병 소재의 여타 신파 드라마들과는 다른 차원의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인간이 인생의 종착역에 도달할 때 결국 마지막 순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연인 사이의 가장 보편적이며 헌신적인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는 12일 개봉.

▲슈퍼노바. ⓒ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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