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삼성전자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 부담은 덜어내게 됐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적으로 1심에서 피고인이 승소한 경우 1심의 유죄 여부를 바꿀 내용이 없다면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사례를 보면 1심에서 승소하더라도 항소심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룹 내 지배구조 강화도 이 회장의 숙제 가운데 하나다. 이 회장이 아직 삼성그룹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기에는 취약한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때문에 ▲KCC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가능성  ▲삼성생명법 ▲행동주의 펀드 연합 재결성 등 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1심 무죄로 한숨 돌린 이재용 회장, 2심 결과 ‘촉각’ 

25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은 올해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검찰은 이에 항소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2심 첫 재판(공판 준비기일)은 다음달 27일열린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검찰과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은 출석 의무가 없다.

앞서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중요 정보를 은폐해 결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목적으로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1심 판결 승소가 이재용 회장이 사업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항소심과 대법원이 남아있고, 일부 판례에서는 1심에서 승소하더라도 항소심에서 패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이재용 회장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합병 문제로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에 또 수백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1심 판결이 무색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달 11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3,203만876달러(440억2,643만원)와 지연이자 지급을 판정했다. 메이슨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2억달러 가운데 약 16%가 인용됐다.

◆삼성 저격수 총선 낙마…삼성생명법 추진 원점 회귀

‘삼성 저격수’로 불리던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용진, 이용우 의원이 22대 총선에서 낙마하면서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해당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 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평가해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주식 매도 시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기준을 잡는다. 오히려 보험업은 예외적으로 이러한 규정에 빠져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삼성물산(19.34%), 이재용 회장(10.44%),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5.76%),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1.73%)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18.26%)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이같은 연결고리는 깨질 수 밖에 없다. 삼성생명법 통과를 막는 것은 삼성과 이재용 회장에겐 사활이 걸린 문제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삼성생명법 관련 논의가 나올 때 마다 삼성 내부에서 비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생명법은 지난 2022년 처음으로 소관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법안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은 없고 22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됐다. 다만 이 법은 지난 2014년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초 발의한 법안이기에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은 있다.

◆삼성물산 지배구조 흔들 변수는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삼성물산도 여전히 흔들릴 수 있는 변수가 여럿 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33.2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이 회장 총수일가 지분을 다 합쳐도 4.86%다. 

이러한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삼성물산은 이 회장 지배력 구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지분구조는 안팎의 변수에 따라 취약해질 수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 1월 11일 삼성물산 지분 0.65%를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형태로 처분하면서 삼성물산 지분율이 기존 6.23%에서 5.63%로 낮아졌다. 

삼성물산의 ‘백기사’로 거론되는 KCC가 삼성물산 지분(자사주)을 일부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잠재적 위험요소다. 증권가에서는 KCC가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KCC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 9.17%를 보유하고 있다. 

KCC가 삼성물산 지분 매각 가능성이 불거진 것은 자회사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모멘티브)’ 상장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KCC는 올해 3월 28일 자회사이자 글로벌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의 잔여 지분(약 4,050억원)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KCC는 사모투자 합작회사 MOM PEF가 보유한 모멘티브 주식 10만3,352주를 전량 사들이게 됐다. 앞서 KCC는 지난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5년 이내(올해 상반기)에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멘티브 지분에 대한 공동매도를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어롱’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모멘티브 실적 부진 등으로 상장이 불발되면서 나머지 지분을 모두 KCC가 매수하게 됐다. 

KCC는 모멘티브 상장 불발 시 발생하는 재무적 우려에 대해 “삼성물산 지분 외에도 현재로서 1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5,000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현금으로도 기업공개(IPO) 불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9.1%를 포함한 유가증권의 시장 가치만 3조1,000억원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일부 지분에 대한 유동화를 통해 모멘티브 100% 지분 확보와 차입금 축소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에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펼친 행동주의펀드들이 삼성물산의 장기 주주로 남아있다.

이들은 지난 3월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배당·자사주 매입 등을 제안했으나 과반 이상이 반대해 부결됐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가 장기투자자로 남는다는 것은 삼성물산의 약한 고리를 흔들 가능성은 있다.

실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는 한진칼, DL그룹, BYC,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DB이노텍,  태광산업 등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한국ESG기준원(옛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소수의 오너일가에 집중된 소유구조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 내부통제 장치의 기능 상실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강화는 실효성 있는 지배구조 시스템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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