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사장단 인사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단행될 전망이다. ⓒ픽사베이
▲재계의 사장단 인사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단행될 전망이다. ⓒ픽사베이

실적 회복과 성장 전략에 방점…“목표 의식 분명한 리더십 전면 배치 가능성”

[SRT(에스알 타임스) 안병용 기자] 연말 재계 인사가 기존의 관행을 깨는 시기에서 이뤄지고 있다. 통상 12월에 이뤄지던 정기 인사가 한 달 이상 앞당겨져 있다. 근원의 배경에는 국내외에서 증폭되는 경영 불확실성이 있다. 특히 올해는 기업의 실적, 더 나아가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 관세 문제를 놓고 해결의 가닥을 정부가 풀어가게 되면서 재계에선 실적 회복을 위한 준비를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준비해야 하는 인사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 신호탄을 쏜 기업은 SK그룹이다. SK는 이례적으로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앞당긴 지난달 3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시기도 빨랐지만, 4년 만에 부회장 승진자를 내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줬다. 부회장에 오른 이형희 사장은 대외협력 업무에서 잔뼈가 굵다. 이번 인사도 관련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SK 사장단 인사는 최근 해킹 사태를 겪은 SK텔레콤 쪽이다. 정재헌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는 대표이사로 승진했고, 기존 유영상 대표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AI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또 회사가 통신CIC(사내회사)와 AI CIC 체계로 개편되면서 통신 CIC장에 한명진 SK스퀘어 대표가 보임됐다. 그룹의 자금원 역할을 하며 큰 틀에서 안정적으로 조직을 유지해 왔던 SK텔레콤이었지만 실적 관리를 못하면 ‘신상필벌’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최 회장으로부터 받은 모양새다. SK는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를 이달 둘째 주부터 시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도 ‘뉴삼성’으로의 체질 개선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실상 ‘삼성의 2인자’로 불려온 정현호 부회장이 사업지원TF장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또 정 부회장이 이끌어 온 사업지원TF는 ‘사업지원실’로 명패를 바꿔 달았다. 사업지원실장엔 박학규 사장이 임명됐다. 정현호 부회장이 이끌어 온 사업지원TF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의 해체 이후 임시조직 성격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삼성 역시 이달 중순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통상 12월 초에 인사를 발표했는데, 최근 2년 동안에는 11월 말로 앞당겼고 올해는 이보다도 더 빨리 인사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한 데다 최근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엔비디아 공급에도 성공한 터라 황상준 부사장의 영전에 관심이 모인다.

또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과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와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를 겸직 중인 김경아 사장은 모두 임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유임 가능성이 크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과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작다. 물론 이재용 회장이 예상을 깬 ‘파격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지난해 11월 예년 대비 한 달 일찍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현대차그룹도 올해 조기 인사가 유력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관세 인하로 협상이 타결된 이후인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며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푹 숙였던 정의선 회장은 인사 폭을 예상보다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로봇과 미래항공교통(AAM) 등 기대했던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물갈이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미국 관세 충격 속에서도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끌어 온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재신임이 유력하다.

LG그룹은 현재 연간 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사업 계획과 전략을 논의하는 사업 보고회를 진행 중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보고회를 전략적으로 분석한 뒤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력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 등을 고려하면 인사 폭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말 사장단 회의에서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적과 민감한 관세 협상 이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형보다는 목표 의식이 분명한 강한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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