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안병용 기자] 재계 총수들에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10월 27일~11월 1일)은 ‘슈퍼위크’였다. 수도 서울부터 APEC이 열린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까지 각국 정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려 발 빠르게 움직였던 총수들의 숨은 매우 가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글로벌 네트워크 파워가 빛이 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EC 경제 포럼인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 회장은 지난 5월부터 본인 명의로 된 초청장을 경제계 거물들에게 발송하며 연사 섭외에 나섰고, 미국 등 해외 출장을 통해 직접 APEC 참석을 독려한 결과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의 핵심인 엔비디아를 이끌고 있는 젠슨 황 CEO를 데려왔다.
APEC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난달 27일에는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회의를 위해 부산으로 향한 뒤 폐막식에 참석한 최 회장은 곧장 경주로 이동해 APEC CEO 서밋 일정을 시작했다. CEO 서밋에는 매트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등 수많은 해외 빅샷들로 가득 찼다.
글로벌 CEO 중에서도 역시 가장 주목받은 이는 AI 업계의 큰손인 젠슨 황 CEO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지며 전 국민적인 화제를 모았다. 최 회장 역시 치맥 회동에 함께 하자는 황 CEO의 제안을 받았지만, 경주에서 예정됐던 수많은 미팅으로 인해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튿날 두 사람은 경주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예술의전당 전망대에서 10여분 동안 담소를 나눴다.
나머지 4대그룹 총수들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를 만나 자동차 산업, 스마트 시티 등과 관련해 논의한 뒤 이튿날 경북 포항공항을 통해 귀국해 경주로 향했고 30일에는 다시 황 CEO와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황 CEO를 만나려 치맥 회동 전날인 30일 밤에야 발걸음을 서울로 옮길 수 있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저녁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뒤 이 회장, 최 회장, 정 회장과 함께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에 참석해 중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정 회장은 서울과 경주를 오가는 일정을 위해 전용 헬기까지 동원했다.
이들 외에 지난달 27일 APEC 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의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선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같은 달 17일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아울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도 각국 정상 및 CEO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지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노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