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이하 더본) 대표가 예능 복귀에 나선 가운데 더본을 둘러싼 여론과 내부 갈등은 첨예해지고 있다. 원산지 표기·농지법 위반 등 각종 논란에 이어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와 본사·가맹점주들 간 책임 공방까지 겹치며 여론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백 대표는 사명감을 내세워 방송 복귀를 선택했지만 더본코리아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가협 vs 본부·가맹점 '정면충돌'
20일 업계에 따르면 더본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전가협·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대한가맹거래사협회·참여연대 등은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 대표 출연 장면 삭제와 방영 보류를 요구했다. 백 대표의 각종 논란과 오너 리스크를 거론하며 방송 복귀가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즉각 더본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일부 점주와 유튜버가 결탁한 조직적인 '기업 죽이기' 공격에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전가협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회사는 "전가협에 소속된 특정 브랜드 '점주 5명'의 의견을 전체 3,000여 점주의 목소리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른 점주 피해를 우려해 보수적으로 대응해왔지만 앞으로는 적극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전가협에 소속된 5명의 점주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암묵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하는 가맹점주들도 거리로 나섰다. 19일 서울 서초구 전가협 건물 앞에서 열린 '사실 왜곡 및 여론몰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홍콩반점 점주는 삭발까지 감행하며 "전가협의 왜곡된 주장 때문에 장사를 못 하겠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점주는 "전가협의 일방적 주장으로 매출이 30% 넘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예산상설시장 상인들도 "더본과 갈등이 있는 곳으로 비치며 방문객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가협은 본사의 근본적 책임을 거듭 지적한다. 전가협은 성명을 통해 "더본의 가맹사업 구조적 문제로 가맹점 평균 매출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는 점 공감한다"며 "을과 을의 다툼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지속 가능한 영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방송 주도형 성장, 무분별한 신규 출점, 출점 중심의 본사 수익 구조를 문제 삼으며 "이이제이(以夷制夷)식 갈등 조장을 멈추고 원부자재 공급가 인하, 로열티 조정, 회생 불가 브랜드 정리·보상안 마련 등 실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황·매출차서 비롯된 공방…"무리한 확장이 독, 관리 체계 손봐야"
더본코리아는 올해 들어 원산지·함량·농지법·조세·노동 관련 이슈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지며 경찰 조사와 행정 제재를 동시에 겪었다. 회사는 안전관리·근로 관련 법령 위반, 무면허 주류 제조·판매 관련 위반 등으로 수백만 원대 과태료·벌금을 부담했고, 일부 사업장은 건축법·농지법 위반에 따른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했다. 이후 더본은 "관련 법령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실적과 현장 매출에도 타격을 줬다. 더본코리아는 3분기 매출 873억원, 순손실 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자료에 따르면 홍콩반점은 2·4월 가맹점 일평균 매출이 7,453만원에서 6,072만원으로 18.5% 감소했고 새마을식당 역시 9,945만 에서 8,190만원으로 17.6% 줄었다.
수익 선방 지표도 있다. 더본은 17일 "홍콩반점·역전우동의 '실속세트' 평균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7%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식 물가 부담 속에서 '저렴하지만 배부른' 세트 메뉴가 소비자에게 먹힌 셈이다.
이 같은 데이터에 기반한다면 외식 침체라는 구조적 요인 속 브랜드·점포 간 매출 편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브랜드더라도 가맹점에 따라 실적 희비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본 측이 이와 관련 더 면밀히 가맹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시사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백 대표의 기획력·사업 수완은 분명 인정한다"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레시피·원부자재·점포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데, 백 대표가 모든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 인력과 시스템에 투자하고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상장만 해도 해외 확장과 투자금 유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이를 미춰봤을 때 공격적 출점과 무리한 확장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지속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백 대표는 방송 활동 중단 6개월 만에 MBC 예능 '남극의 셰프'로 복귀했다. 백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한다고 알려진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 또한 다음달 방송될 예정이다. 방송 복귀가 곧바로 여론과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 하다. 이날 기준 더본코리아 주가는 2만5,650원으로 전일 대비 3.01%(750원) 올랐지만, 1년 최고가(4만1,200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반 토막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