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명 충분" 이유로 대거 증인철회…APEC 앞둬 '소환 자제령'도 한몫
'맹탕'인 국감? "기업·의원실 타협점 찾아…수장 나오는 게 이례적인 것"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올해 유통 국정감사는 다수의 주요 유통 수장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철회되면서 '김 빠진 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유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 유통기업 대표들의 증인 채택이 잇따라 철회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오는 24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7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청 사유가 해소됐다"며 철회를 통보했다. "기업 측이 사실관계와 보안 강화 대책 등 향후 계획을 충분히 소명했다"는 것이 산자위 측의 설명이다.
산자위는 당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승인한 지마켓·알리 합작법인 설립 건을 놓고 '국내 소비자 정보보호 문제'를 질의할 예정이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국내시장 진출 이후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도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의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본래 '불법·납치성 광고'와 관련한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역시 이달 28일 열리는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종합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은 "소명이 완료됐다"며 철회 사유를 밝혔다. 이 대표는 점포별 매출 할당 및 직원 구매 강요 등 '갑질' 의혹으로 증인에 올랐었다. 비슷한 이유로 조만호 무신사 대표도 지난 14일 산자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그는 K패션 글로벌 사업 일정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다만 국회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달 29일 종합감사에서 재차 증인 신청을 요청했다.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 역시 지난 14일 산자위 국감 증인 명단에 올랐으나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명 완료"를 이유로 철회했다. '중소기업 화장품 제품을 모방해 저가로 출시'했다는 불공정행위 의혹으로 채택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국감이 '재계 증인 최소화' 기조 속에 운영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감에서 재계 증인, 특히 오너·대표의 출석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철회 결정에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있는 만큼 정치권의 '재계 총수 자제령' 기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복합적인 이유에 따른 증인 철회 행렬로 올해 유통 국감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은 의제 속에서 홈플러스 '먹튀' 논란만 새롭게 부각된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위원회가 중대 사안으로 판단하면 재계 총수를 증인으로 부르지만 이후 기업의 소명 내용을 검토해 합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철회한다"며 "통상 기업은 오너의 출석을 피하려 하고 위원회는 부르려는 입장이 맞서다 타협점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참여연대 관계자는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의 불공정 행위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단골로 지적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채, 올해 역시 반복적인 문책에 그친다는 점에서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가 단순한 연례 행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관련 법·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을지, 국회의 입법 의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무위원회에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이달 28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재차 채택했다. 김 의장은 당초 14일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해외 체류를 이유로 불참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쿠팡의 광고, 수수료 등 '불공정 거래'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문제'도 부상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오는 30일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지역축제 운영과 법규 위반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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