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임기가 이미 끝났음에도 후임 선출이 두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 인사 속도 둔화와 관료 중심의 인선 구조가 맞물리면서 협회장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카드 수수료 인하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카드업계에서는 ‘언제 뽑히느냐’보다 ‘어떤 인물이 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후임 선출 지연, 협회장 공백 장기화
2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정완규 협회장은 지난 10월 5일로 3년 임기를 모두 마쳤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협회를 이끌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아직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인선이 늦어지는 원인에는 금융당국 조직 개편과 롯데카드 해킹 사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월에 벌어진 대규모 해킹 사건 이후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 나오면서 일정 조율이 복잡해졌고, 사고 책임을 지고 12월 1일 사퇴하기로 하면서 회추위 구성에도 추가 변수가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여신협회 회추위는 7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와 7개 캐피탈사(롯데·신한·우리금융·하나·현대·IBK·KB) 대표이사, 그리고 현대카드 감사 1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투표를 통해 차기 협회장을 선출한다.
여신협회장직은 민간단체지만 거의 정부가 인선하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여신업계가 형식적으로 후보를 올리지만,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될 경우 사실상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해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간단체 출신이면 올해 안에 여신금융협회장 선임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에서 오면 적격성 조사로 임명에 시간이 걸리지만 민간 출신은 임명까지 한 달이 안 걸릴 수 있다”며 올해 안에 여신금융협회장 선출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관료 출신이 주로 여신협회장직을 맡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새 여신협회장 선임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2010년 이후를 보면 2016년 6월에 취임한 김덕수 전 협회장(전 KB국민카드 대표)을 제외하면 모두 관 출신이었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조정 등 카드업계의 핵심 이슈에 대응하려면 금융당국 사정에 밝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덕수 전 회장이 선임될 당시에는 금융권 전반이 ‘민간 출신’ 기용 분위기에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는 김주현 전 여신협회장, 정완규 회장 등 다시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협회장을 맡았다.
앞서 김주현 전 협회장이 2019년 6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 정완규 현 회장이 공식 취임하기까지 약 3~4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이번 상황이 당시와 동일하진 않지만, 통상 회장 후보 추천과 선출까지 최소 6~8주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적 하락 속 카드사 ‘수익원 압박’ 심화
선거가 계속 늦어지면서 새 협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가고 있다. 업계 역시 정부와의 조율 능력과 충분한 소통 역량을 갖춘 인물이 오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스테이블코인 규제, 총량 규제 등 대정부 현안이 많아 협회장의 정책 대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여전히 민간보다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을 보면, 관 출신으로는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과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는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 인하 정책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지속돼 온 제도로, 카드사들의 수익 구조를 점점 압박하고 있다. 수수료율이 3년 주기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수수료율을 0.05~0.1%포인트 추가 인하했으며, 올해 2월부터는 연 매출 1,0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향후 3년간 동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카드사 매출 중 60~70%가 수수료 수익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수수료율 하락이 이어지자 실적 역시 내림세를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6,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190억원 대비 16% 감소했다.
여기에 현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에 민감한 탓에 카드론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카드사들은 다시 주 수익원인 카드 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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