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 바다와 사계절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의 로맨스 애니메이션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츠네오’는 바다와 물고기를 사랑하는 청년이다. 그는 스킨스쿠버 다이빙 숍을 비롯해 이것저것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이자 친구인 ‘하야토’는 그런 츠네오에게 아르바이트만 하다 청춘을 끝낼 거냐며 핀잔을 준다. 츠네오는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바칠만큼 중요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었다.

어느 날 츠네오는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갑자기 한 여자가 하늘로 날아올라 그의 위에 떨어진다. 휠체어에 탄 채 내리막길을 굴러내려 내려온 그녀의 이름은 ‘쿠미코’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본명을 놔두고 자신을 ‘조제’로 부를 것을 명령하는 제멋대로인 쿠미코. 그녀와 함께 사는 할머니는 츠네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군말 없이 손녀를 돌봐 주면 꽤 높은 시급을 준다는 것이었다. 돈이 궁한 츠네오는 결국 이 묘한 아르바이트를 수락한다.  

아르바이트 첫날부터 츠네오는 조제의 말도 안 되는 억지 요구와 독설을 받아줘야 하는 괴로운 나날들이 시작된다.

어느 날 조제는 밖에 나다니지 말라는 할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츠네오에게 바다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그것은 협박의 형태를 한 무척이나 소심한 부탁이었다.

어린 시절 조제에게 바다는 호랑이처럼 무서운 존재였다. 이제 어른이 된 조제는 아빠가 알려주지 않은 바닷물 맛을 츠네오의 도움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 호랑이로 가득 찬 세상 밖으로 나가다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쿠미코는 호랑이같이 무섭고 낯선 위험이 가득한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 그녀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 속 주인공 조제가 돼 장애를 가진 현실의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한다.

조제가 그려내는 그림 속 세상은 아름다웠다. 츠네오는 특별함을 지닌 그녀에게 끌린다. 조제 역시 상상만 하던 바깥세상으로 이끌어준 츠네오를 관리인이라 칭하며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자 한다.

조제는 할머니 몰래 츠네오와 함께 세상 구경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점점 자립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둘의 행동을 일부러 모른 체해주면서 손녀의 변화를 놀라워한다.

조제는 츠네오와의 마음속 거리감을 점점 좁혀간다. 그즈음 조제는 츠네오가 일하는 다이빙 숍에서 마주친 ‘마이’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질투를 느끼고 토라진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멕시코에서만 사는 물고기 ‘클라이온 엔젤’을 보며 어릴 적 외로움을 달랬던 츠네오. 그는 클라이온 엔젤 무리를 직접 보면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 

조제는 자신과 닮아 있는 물고기 전등을 주는 츠네오와 사랑에 빠진다. 그와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호랑이를 보러 동물원에 간다.

할머니의 죽음 뒤 조제는 호랑이같은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그래서 츠네오에게 더욱 의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불쑥 찾아온 마이는 조제를 향한 츠네오의 감정은 그저 ‘동정’일 뿐이라며 그가 유학을 떠날 수 있게 그만 놓아 달라고 한다.

이제 그녀는 ‘조제’라는 상상 속 이름을 버리고 ‘쿠미코’로 돌아와 현실을 직시하려 한다. 닿지 않을 것 같은 그림 작가의 꿈도 버린다. 그리고 츠네오도 떠나보내려 한다.

그런 쿠미코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츠네오. 하지만 그녀의 결정을 만류하던 츠네오도 갑작스러운 위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 원작 소설과 가장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 

타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는 모두 두 편이다. 먼저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2003년 동명 실사 작품은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 시절 청춘들이 처했던 현실의 무게감을 밀도 있게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 작품은 김종관 감독의 2020년 리메이크 영화 ‘조제’다. 이 작품은 현실 속 남녀의 관계에 좀 더 집중해 깊은 인간 감정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현실과 타협하는 내면 심리를 섬세하면서 진중한 영상미로 담아냈다.

원작 소설은 조제가 츠네오와 함께 자동차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마지막에 ‘완전무결한 행복은 죽음’이라 표현하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두운 색을 가진 작품이 아니다.

두 편의 실사 영화가 상상의 세계로 도피한 조제의 정서를 담아 다소 무거우면서도 피폐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면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수입/배급: 에이원엔터테인먼트/팝엔터테인먼트)은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린 각색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가장 큰 특징은 신체적 장애를 충분히 서로의 이해 범위 안으로 끌어들여 감싼다는 점이다. 여기에 만화적 상상력을 활용한 로맨틱한 연출도 이어진다. 특히 애니메이션 안의 조제는 실사영화에서보다는 사회 친화적 인물이기에 좀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작품은 원작 소설을 양지로 끌고 나온 듯힌 느낌을 준다. 정오의 밝고 눈부신 햇빛과 맑고 파란 바다색을 담아 20대 청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낸다. 실사 영화들의 어두운 면은 걷어내고 밝고 아름다운 톤의 색체로 사계절 풍광을 보여준다.

실사 영화보다는 소설의 분위기에 더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밝게 웃음 짓는 조제와 츠네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연출을 담당한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국내 34만 관객을 동원한 '늑대 아이'의 조감독을 맡기도 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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