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 영원한 생명에 대한 욕망과 공포의 양면성 담은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민기헌’(공유)의 방안에는 아무렇게나 펜타닐 포장지가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다.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는 그는 매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한다. 기헌은 가끔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의 몸은 확실하게 망가져 있었다. 단 일 년이라도 더 살 수 있을까.

깨질듯한 두통으로 수면유도제 없이는 잠 못 이루는 그가 서서히 악몽에 빠져든다. 죄책감과 공포가 물처럼 차오른다. 발버둥 치며 달과 맞닿은 바다 위로 도망쳐 보기도 한다.

3년 전 사건을 떨쳐낼 수 없는 기헌에게 한때 직장상사였던 ‘안 부장’(조우진)은 일 하나만 맡으면 그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

기헌의 임무는 적의 타깃이 된 비밀 프로젝트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것이다.

▲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복은 실험실에서 극비리에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다. 그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자연에 가까운 환경 공간 안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서인 그룹의 대표인 '신학선'(박병은)은 “저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한다. 그는 서복이 실험용 돼지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긴다. 책임 연구원인 ‘임세은’(장영남)만이 서복을 인간처럼 대할 뿐이다.

서복은 특별한 실험체다. 소에서 우유 짜내듯 그의 몸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단백질을 뽑아낼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하면 인간은 죽음을 정복하고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더구나 서복은 실험실에서 증식억제제로 관리받게 되면 암세포처럼 영원히 살게 된다. 무한히 불사의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생체 공장인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기헌은 서복이 자신을 살릴 수 있는 목숨줄임을 깨닫게 되고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로 한다. 하지만 기헌과 서복을 태우고 목적지로 이동하던 트럭이 정체불명의 무장 테러범들에게 공격당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인다. 더구나 애초에 보호 임무를 내렸던 안 부장조차 어찌 된 영문인지 서복의 존재를 지우려 한다.

▲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 존재하기에 역설적으로 유한한 삶 또한 의미와 목적을 갖는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향한 욕망은 분명 인간 내면 가장 밑바탕에 깔려있다.

영원한 생명의 원천을 가진 서복은 인간에게 희망일 수도 있고 재앙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영화는 불사의 욕망과 갈등의 메시지를 철학적 메타포로 녹이는 대신 직설적인 대사로 처리한다.

윗선의 지시에 복종하며 자신을 스스로 애국자라 믿는 안 부장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서복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물론 그 역시 인간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임세은의 말처럼 사람들은 겁이 많고 욕심도 많다. 그래서 자멸을 초래할지 모를 독배인 서복을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그 틈바구니에서 서복은 연구소 책장 속에는 없는 답을 얻기 위해 바깥세상을 향한다. 그리고 아이처럼 반복해 왜냐고 질문을 던진다. 서복은 언젠가는 늙어 죽어야 하는 기헌이 삶을 그토록 갈구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리고 자신이 왜 고통스럽게 이 영원한 삶을 유지해야 하는지 답을 찾고 싶다. 서복은 그 여정을 기헌과 끝까지 함께 한다.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불치병에 걸린 자와 영원한 생명을 가진 이의 동행을 담은 로드무비 드라마 같은 이 영화는 인간이 무엇 때문에 왜 삶을 이어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후반 액션과 특수효과는 준수한 편. 다만 ‘불신지옥’(2009)과 ‘건축학개론’(2012)에서 관객의 감정을 능숙하게 휘어잡았던 이용주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온전히 발휘되지는 못한 느낌이다.

▲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이 작품은 영화가 가진 SF 요소 때문에 다양한 기존 작품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일단 생명공학 소재가 활용되다 보니 영화로는 '아일랜드'(2005)가 우선 연상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패트레이버 극장판 ‘폐기물 13호’(2002)의 설정과도 비교될 부분이 있다. 특히 임세은과 미사키 사에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비슷하다. ‘아키라’(1988)에 등장하는 실험체 테츠오와 서복의 차이점이라면 하나는 콤플렉스 덩어리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백지처럼 하얗고 선한 인격의 복제인간이라는 것 정도 일 듯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영원한 생명이라는 소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동안 종교와 신화를 필두로 다양한 매체와 창작물 안에서 다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이용주 감독은 이 작품에서 복제인간의 생명윤리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인간의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는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첫 번째 작품 불신지옥의 테마가 두려움이었는데 건축학개론 이후 그 이야기를 확장 시키고 싶었고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어울릴 것 같아 장르가 선택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서복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영생 때문에 서복을 만들었다. 권력과 인류생존 등 죽음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생각하고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져왔다”라며, “두려움과 욕망의 동전 양면을 응축시킨 것이 서복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생명 연장이라는 끝나지 않는 욕망과 가장 근원적인 죽음이라는 두려움의 양면 거울 같다고 생각해서 서복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과 티빙을 통해 개봉한다.

▲서복. ⓒCJ ENM/티빙
▲서복. ⓒCJ ENM/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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