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 4K 리마스터링 재개봉…더욱더 생생해진 리얼리즘 전쟁 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하트 로커’(원제: The Hurt Locker, 수입/배급: 풍경소리/까멜리아이엔티)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 호크 다운’(2001)과 함께 대표적인 리얼리즘 전쟁 영화로 거론되는 작품 중 하나다.

‘제임스’(제레미 레너)는 이라크 전쟁 중 바그다드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미 육군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반(EOD)에 새로운 분대장으로 부임한다. 그는 앞서 팀을 이끌던 ‘톰슨’(가이 피어스)이 리더십을 가지고 분대원 ‘샌본’(안소니 마키)과 ‘엘드리지’(브라이언 게러티)를 이끌어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군인이다.

제임스는 팀원들과의 첫 작전에서부터 돌발행동을 보인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앞에서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 솟구쳐 오르는 그는 전쟁과 화약 냄새에 중독된 군인이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죽음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듯 작전을 수행하는 그의 독단적인 행동은 부하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특히 샌본은 팀플레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상관 제임스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여기에 엘드리지는 앞선 작전에서의 후유증으로 군의관에게 심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본국 귀환일까지 무사히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내부 잡음으로 삐걱거리는 그들에게는 목숨을 건 폭탄 제거 임무가 계속 주어지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린다.

이 작품은 다른 전쟁 영화들과 달리 대대적인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격렬한 전투와 폭음이 가득한 전장 모습보다는 생사를 오가는 극단적 상황에 놓인 군인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제임스를 중심으로 한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엄청난 몰입감을 유발한다.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평온한 듯 보이는 바그다드 시가지 한가운데 설치된 테러용 폭탄을 혼자 처리하는 제임스는 사방이 탁 트인 공간에 있다. 하지만 그는 독방 속에 갇힌 것보다 더한 고립감 속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제임스는 공포의 감각이 주는 짜릿함을 즐기며 삶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당장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다.

다른 병사들이 사선(死線) 위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적 붕괴와 함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며 전장에서 도피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있음을 실감하던 그에게 자극이 없는 평범한 일상은 오히려 그를 불안과 우울에 빠지게 한다. 제임스는 영화 제목을 그대로 상징하는 전쟁이라는 상자 속에 갇힌 상처투성이인 남자다.  

제임스는 냉정하고 침착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고양된 인간적 동정심을 보이면서 균형 잃은 판단과 행동을 해 작전 지휘를 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질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에 제임스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하고 위험에 빠지기도 하는 샌본과 엘드리지는 그에게 존경심과 증오심을 동시에 느끼는 양가적 감정을 갖는다.

이러한 캐릭터 간의 상호 관계와 심리묘사에 대한 탁월한 연출력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9·11테러를 배경으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다뤘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 ‘제로 다크 서티’(2012)에서도 잘 드러난다.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도하는 절제된 오리지널 스코어의 사용과 16mm 슈퍼 카메라로 촬영한 핸드헬드 기법의 화면은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그대로 담아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 이번 4K 리마스터링판 재개봉을 통해 향상된 화질로 더욱더 생생한 현장감을 극장에서 느낄 수 있다.

한편, 영화 ‘허트 로커’는 지난 제8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각본상, 편집상, 음향상, 음향효과상까지 총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 시상식에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전 남편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트 로커. ⓒ까멜리아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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