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과 ‘수장 세대교체’라는 키워드로 함축된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6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는 올해에만 2.75%포인트 올랐다. 이례적인 금리인상 폭에 대출금리도 치솟았고, 이자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의 누적 이자이익은 '41조원'을 넘어섰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한국은행이 단행한 급속도의 금리 인상에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수신기능(예·적금)이 없는 탓에 채권시장 경색의 악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아야 했다. 자금조달에 있어서 여전채 발행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증권가는 주식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마저 마비되며 큰 어려움을 겪은 한해였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이익이 반 토막 나면서 감원 한파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커진 상태다. SR타임스가 올해 금융권의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편집자주>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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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기준금리를 계속적으로 인상한 가운데 이에 연동한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12월 들어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재차 0.5%포인트 올리면서, 한은 금통위가 내년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금리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해 은행권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 대출금리 ‘연 8%’ 육박

긴축 기조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 역시 8%대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지난 2010년 2월 산출 이후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매월 오름세를 보인 결과인데, 이를 그대로 반영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7% 중후반대 수준까지 올랐다.

자금조달을 위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달 기준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주력 예금상품의 금리를 연 5%를 넘기는 수준으로 높이면서 5%대 예금 시대가 열렸다. 과도한 경쟁에 금융당국의 권고로 현재 4% 수준으로 일부 상품의 예금 금리는 떨어지기도 했다.

◆ 금융지주 ‘역대급’ 실적…신한금융, ‘리딩금융사’ 탈환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출자산이 늘어난 데 따른 이자이익 증가로 신한·KB금융·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순이익은 13조8,544억원에 달한다. 내년 1월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등 금리 상승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높아져도 이자 이익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고, 대출금리가 뛰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이자이익 역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조3,154억원으로 KB금융을 약 2,900억원 가량 앞질렀다. 신한금융이 연간기준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리딩그룹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있다.

◆ 금융지주 회장 대거 ‘교체’…“연임 보단 세대교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기존 회장들의 연임이 줄줄이 무산됐다.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3연임이 확실시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조 회장은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기준으로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바 있다. 지난 6월엔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짓고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러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신한금융 내부의 세대교체를 위해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되기도 했다. 손 회장이 연임하면서 임기가 1년 더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가진 농협중앙회가 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고려해 ‘관’ 출신 인사를 내정하도록 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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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채 금리 상승, 자금조달 비용 ‘급등’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경색으로 여전채 금리가 상승했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경우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에 영업에 사용하는데, 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례로 신용등급 'AA+' 3년물 여전채 발행금리는 올해 초 2% 부근에서 최근 5% 중반대로 올랐다. 자금 조달 비용이 불과 1년도 안 돼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늘어난 조달비용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카드론 등에 곧장 반영됐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 평균 수수료율은 13.9%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 캐피탈사, ‘부동산 PF’ 급증…“부실 위기론 대두”

최근까지 캐피탈사는 ‘브릿지론’과 ‘본 PF’ 등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먹거리로 키워왔다. 위기가 발생하면 처분하기 어려운 상업용 시설 PF 대출(아파트 외 PF 대출) 비중이 66.5%로 높아 부실화가 진행되면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거셌다. 부동산PF 대출 건당 평균 잔액도 약 105억원으로 한 곳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캐피탈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업계의 우려감을 키웠다. 캐피탈사 PF대출 사업장의 시공사 신용등급은 BBB이하가 약 40%로 시공사를 통한 신용보강도 취약한 편으로 드러났다.

◆ 강원도 ‘레고랜드發’ 채권시장 경색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약속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선언하면서 부동산 PF 등 채권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GJC가 지난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할 때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섰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취임 후 지난 9월 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발표한 이후 채권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을 골자로 하는 자금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는 각각 500억원씩 총 4,500억원을 각출해 이른바 ‘제2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설립했다. 이후 강원도는 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방침을 철회하고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상환했다.

◆ 증권사 순이익 ‘반토막’…IB·브로커리지 수익 ‘뚝’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 자금 경색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요증권사들의 이익이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5,791억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규모다.

대표적으로 ‘IB’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IB부문은 증시 부진과 금리 급등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와 채권발행이 취소, 연기되면서 전체 수익규모가 감소했다. 실제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이 축소됐다. 특히 PF 중심으로 수익 규모가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영업순이익이 늘긴 했지만, 하반기 들어 관련 시장이 얼어붙으며, 성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위탁매매 부문을 보면, 올해 3분기 누적기준 3조3,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조9,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에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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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업 불황, ‘감원’ 한파

KB증권은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15일까지 회사 인력 구조 개선을 위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선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PF 비율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도 잇달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까지 신입사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5일부터 1967년생(56세) 이상 및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급에 대해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 IPO 부진, ‘상장 취소’ 행렬

증시 부진으로 상장을 준비 중이던 기업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 수는 13곳(스팩 제외)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했고 5월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SK쉴더스가 연달아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4분기에만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제이오, 밀리의서재, 바이오인프라, 자람테크놀로지 등 6곳이 연달아 상장을 중단했다. 지난해 4분기 SM상선,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넷마블네오 등 단 3곳만 상장을 철회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장을 철회한 기업 대부분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기업이 희망하던 공모가 수준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자금조달 시장 경색 등으로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 개인, 채권투자 ‘20조’ 돌파…지난해 보다 ‘5배↑’

채권 금리가 단기간 급격하게 오르면서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했다.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연간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한해 전체 순매수액(4조5,675억원)보다 5배 이상 많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모은 후 최대 규모다. 이러한 흐름 속에 증권사들의 채권 판매도 급증했다. 수수료 수익과 연계되는 위탁 자산 규모가 주식 거래 위축으로 쪼그라들자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사들은 채권을 1,000원 등 소액 단위로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12월19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타사에 보유 중인 채권을 신한투자증권에 입고하면 최대 30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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