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혀 아래에 도끼 들었다는 속담이 있다. 죽을 때까진 장담하지 말라는 소리다. 사실 입조심은 참 어렵다. 그래도 그렇지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의 ‘오너 지키기’가 애처롭다. 지난달 28일 황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각 시점은) 우연이고 공교로운 일”이라며, 자신의 명운(命運)을 걸겠다고 공언(公言)했다.

키움증권을 세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 폭락 직전 다우데이타 보유주식 처분(블록딜 방식)으로 605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에 대해 “대표직을 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아름다운 매도’로 포장한 것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화술(話術)이 그저 그런 ‘아마추어’다.

이번 폭락 사태는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8개 종목(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에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사건이다. 작전세력에 의한 주가 조작 시비까지 불거지며 뿌리 깊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다우데이타를 둘러싼 김 회장의 매도 시점에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다. 폭락장을 예견하고 수백억의 차익을 거뒀기에 의심의 눈초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다우데이타 주가는 김 회장의 주식 매각일(지난달 20일 종가) 4만6,500원에서 같은달 27일 1만6,490원으로 65% 폭락했다.

현재 다우키움그룹의 지배구조는 ‘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 등으로 이어진다. 다우데이타가 다우키움그룹의 최상단에 있는 기업이다. 절묘한 매각 시점과 지배구조에 더해 키움증권이 SG증권과 CFD(차액결제거래) 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점도 의심의 눈초리를 키우는 배경이다.

최초 논란 당시 다우키움그룹 측은 김 회장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자녀들의)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지분을 매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사실일 수도 있다. 그래도 소명치고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꺼림칙하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다우데이타 지분 200만주를 자녀들에게 증여한 바 있다. 당시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120만주, 장녀 김진현 씨와 차녀 김진이 키움자산운용 상무가 각각 40만주를 받았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사람이 납부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내야하는 것이다. 납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선 김 회장의 자녀들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보유 주식을 처분해 이를 재원으로 삼고자 했다면, 자녀들에게 그 돈을 건네려 했다는 말이 된다. 재차 증여 행위를 한 셈이 된다.

다른 기업 총수일가들이 그런 식으로 하고, 이중으로 증여세를 부담하더라도 현금 증여를 통한 절세 효과(?)를 노리려 했다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다행이다. 탈세는 아니다. 하지만 절묘한 핑계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과 검찰의 손에 달렸다. 차라리 황 사장이 입을 닫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확신이 그득한 황 사장의 발언은 시답잖은 충성심으로 비친다. 무책임하다. 믿고 따르는 임직원들은 안중에 없는 발언이다. 오너를 위해 쓸데없이 직(職)을 걸만한 사안이 아니다.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시그널(Signal)이다. 시장과 참여자들에게 보내는 온전한 메시지(Message)다. 위기에서 조직을 보듬고 상황을 타개할 방어적 화법을 취할 경우 다가올 반응(反應)을 고려해야 한다. 공식이다. 말과 다르게 일말(一抹)의 거짓이 드러날 경우 시장과 참여자는 곧바로 외면한다.

키움증권 사장직을 걸 정도로 오너에게 보내는 ‘짝사랑’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혹여 일파만파(一波萬波) 커진 논란을 오롯이 혼자 책임질 수도 있다. 그 땐 황 사장을 위해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다. 지나친 좌고우면(左顧右眄)이다. 그 시간에 고객과 임직원의 고충을 귀담아 듣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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