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진실(眞實)은 다면적(多面的)이다. 그래서 진실과 사실(事實)은 다르다. 진실은 드러난 사실과 다른 모습을 띄기도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과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의 주가폭락 사태 후 행보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키움증권과 경영진들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못한 것이 없는 오너를 위해서 키움증권의 사장직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황 사장.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에 매도를 하고 거둔 수백억의 차익을 내놓겠다는 김 전 회장의 순결함이 너무 뻔해서 펀(fun)한 느낌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주가폭락 사태의 사실은 차액결제거래(CFD)가 악용됐다는 것이다.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파생상품으로,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거래할 수 있다. 그래서 투자 위험도가 높다.

도대체 왜, 키움증권은 의혹의 중심에 서 있을까. 황 사장의 하찮은 ‘오너 지키기’가 촉매제(觸媒劑) 역할을 했다. 차라리 입을 다물었으면 좋았다.

김 전 회장이 주가 폭락 직전 다우데이타 보유주식 처분(블록딜 방식)으로 605억원 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에 대해 황 사장은 지난 4월 28일 기자들에게 “(매각 시점은) 우연이고 공교로운 일”이라며 “사장직을 걸 수 있다”고 공언(公言)했다.

황 사장이 자신의 명운(命運)을 걸겠다고 발언한 직후 사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주가조작 일당이 김 전 회장의 아들, 사위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주가 조작단’의 일원 A씨가 김 전 회장의 사위와 함께 직장인 농구대회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의혹을 증폭시킨 것은 김 전 회장의 ‘사퇴의 변’도 한 몫 했다. 지난달 4일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일당과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우데이터 주식 매도 과정엔 “법적 문제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주식매각 대금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소리일까. 웃기지만 슬픈 언사(言辭)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도둑이 제 발 저린’ 모양새다.

쉽게 생각해보자. 황 사장의 말처럼 공교롭게 매도 시점이 맞아떨어진 것인데, 김 전 회장이 왜 그만둔다고 했을까. 힘들게 번 돈을 굳이 내놓겠다고 한 이유가 궁금하다. 결국 쇼(show)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기부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밝혔어야 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라면 그랬어야 했다. 진정성을 담기 위한 것이다.

황 사장의 ‘오너 지키기’와 김 전 회장의 사퇴와 기부 의지가 고객을 상대로 벌인 쇼가 아니었길 간절히 바란다. 일말의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키움증권에 투자하겠다고 돈을 맡길 고객은 없다. 스스로 의혹을 키움(?)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시간이다. 키움증권은 고객 자산을 키우겠다고 만든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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