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미술·음악 등 발군의 연출 돋보이는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 감정이 절제된 웰메이드 영화…장르적 특성이 흥행변수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날 선 바이올런스의 칼날 위를 달리는 인남(황정민)의 절박함. 그 앞을 가로막는 레이(이정재)의 끈질김 앞에 시한폭탄을 안고 뛰듯 가슴이 답답해 온다. 심장이 터질 듯 귀를 때리는 음악은 극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그만큼 강렬하다. 황정민과 이정재를 누아르 영화를 통해 한 화면에서 보는 것은 ‘신세계’(2013) 이후 7년 만이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관객을 긴장시킨다. 영혼을 빼앗긴 듯한 인남의 건조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는 그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청부살인에 어울린다.
그는 마지막으로 딱 한 건만 하자는 제의를 거절하고 이제는 유령처럼 떠돌던 지친 몸이 쉴 곳을 찾는다. 그렇게 그는 벽 한 켠의 액자 속 그림에서 본 파나마로 떠날 것을 계획한다.
하지만 인남의 굴곡진 운명은 이번에도 파라다이스로 향하려는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가 영원히 지우고 도려내려 했던 과거의 잔영이 처참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외면해도 끊어낼 수 없는 인연을 목도한 순간 그의 본능은 맹목적인 목표를 향해 거칠고 파괴적인 뜀박질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뒤를 인간 백정이라 불리우는 레이의 그림자가 바짝 쫒는다.
그 추격의 이유가 원한에 찬 집착인지 사냥의 즐거움인지는 레이 그 자신도 '이젠 기억조차 안난다'며 눈을 희번덕인다.
그 둘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되 서로 다른 색깔의 영혼을 품고 있는 사신(死神)들이다. 둘의 격돌은 예정된 것이기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총격전과 맨몸 싸움, 카체이싱 장면 등은 군더더기 없이 정밀하게 계산되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이내믹한 액션 시퀀스가 숨 쉴 틈 없이 전개된다. 극의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클로즈업 샷과 파괴적인 타격감을 주는 스톱모션 촬영술은 긴장과 전율을 스크린 위에 가득 뿌린다.
태국 방콕의 이국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시종 따뜻하고 눈부신 석양 색감으로 밝고 어두운 지옥도를 번갈아 노출 시키는 미술연출은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에서 찾기 어려운 미장센을 보여준다.
전개되는 내러티브 역시 최근 한국영화에서 비판받는 신파의 남용 등과 같은 과잉된 감정표현 없이 절제된 연출로 마무리된다.
호러 장르 영화 ‘오피스’(2015)로 세상에 자신의 첫 연출작품을 선보였던 홍원찬 감독.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촬영, 음악, 미술 등에서 만듦새가 돋보이는 웰메이드 영화다.
한편, 이 영화는 최초에는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이었으나 재편집을 거쳐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장르적 특성에 대해 일반 관객이 어떻게 평가할지가 흥행의 변수로 지적된다.
홍원찬 감독은 “레이는 주인공인 인남을 방해하는 안타고니스트에 머물지 않고 그의 원죄까지 추궁하는 역할로 설정됐다”며 “황정민과 이정재 두 배우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8월 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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