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작품
- 사이비 종교에 잠입한 나약한 주인공의 내면 치유 과정 그려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배우를 꿈꾸는 카즈토(오오사와 카즈토)는 소심한 성격에 연기력도 형편없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절해버리는 지병까지 있어 오디션에서는 번번히 고배를 맛본다.
대개의 무명 배우지망생들이 그렇듯 그 역시 야간 경비원 같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병을 이유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해 금전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
이때 너무나도 우연히 5년 만에 재회한 동생 히로키(코우노 히로키)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동생의 추천 덕분에 ‘스페셜 액터스’라는 배우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연기자의 꿈을 이어가는 동시에 돈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히로키는 이곳에서 연기연습을 하다 보면 차츰 기절하는 병이 나아질 것이라고 다독이지만 카즈토는 반신반의한다.
일단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 보조출연자보다는 주로 ‘코미디 영화 바람잡이’ 또는 ‘호스트에 빠진 딸 구하기’ 같은 의뢰인을 위한 맞춤형 시나리오 속 상황극에 투입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특별한 회사'로 고등학생 유미(오가와 미유)가 찾아온다. ‘무스비루’라는 사이비 종교에 푹 빠져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여관을 헌납하려는 언니를 제발 막아 달라는 것. 이 의뢰로 인해 카즈토는 물론 ‘스페셜 액터스’ 전체는 커다란 사건 속으로 휘말려 들게 된다.
카즈토의 지병은 어린 시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생긴 것으로 그의 생활 전반을 불안과 좌절로 이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자존감이 낮고 매사에 쉽게 포기하며, 어떤 일에도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현실도피를 위해 즐겨보는 작품인 ‘레스큐맨’은 영화 속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다. 이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작품인 ‘레스큐맨’은 서툰 손글씨로 쓴 제목 라벨이 붙어있는 낡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되어 있다.
미국식 히어로물의 외형이지만 일본식 특촬물과 일본성우 더빙 등 복합적인 클리셰를 갖추고 있는 어디까지나 어린이 대상의 작품이다. 이는 성인인 카즈토의 정신세계가 어린 시절 어딘가에 머물러 억제되고 성장하지 못했음을 상징한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연기자로 거듭나기 어려워 보이는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온다. 의사가 추천한 모성(母性)의 공을 주물럭거리며 스트레스를 견디던 그는 드디어 내면의 악당을 몰아내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 자신의 ‘구원자’로 거듭나려 한다.
이 영리하고 소란스러운 각본의 코미디극이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아키라’(1988)를 오마주하며 정점에 도달할 때, 그리고 앤드 크래딧과 함께 주제가 ’누구나 배우’가 흘러나올 즈음에 우리 모두의 인생 자체가 어느 정도는 누군가를 위한 연극임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이 영화를 연출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실험적 저예산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로 신선하고 재기 넘치는 메타시네마 작품을 선보이며 상업적 성공과 함께 관객·평단 양쪽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8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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