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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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영상미의 판타지 호러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그레텔과 헨젤’(7월 8일 개봉 예정)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고전적 이야기의 변주는 원작 ‘헨젤과 그레텔’을 뒤집어버린 제목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빠와 여동생’에서 ‘누나와 남동생’으로 남매의 관계를 역전시켰다.

영화는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엽 유럽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염병과 대기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단정한 짧은 머리의 소녀 ‘그레텔’(소피아 릴리스)은 자신의 힘겨운 처지를 벗어나게 해줄 왕자가 나타나는 동화 속 공주를 꿈꾼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남자라곤 어리고 힘없는 남동생 ‘헨젤’(사무엘 리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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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無學)의 그레텔은 생계를 위해 부잣집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로 고용되길 원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역병이 도는 가운데 극빈한 상황에 휩싸인 사회시스템의 불합리함을 비판하자 기득권에 위치한 인물이 이를 입막음하고 우월적 지위를 통해 착취를 강요하려는 모습은 다분히 현실 풍자적이다.

남편의 부재 속에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어머니는 딸에게 암묵적인 매춘을 강요할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 극단의 상황에서 모정은 희미해지고 윤리는 사치로 전락한다.

결국 집에서 쫓겨난 그레텔은 먹고 자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더구나 어딜 가나 자신을 껌딱지처럼 따르되 매사에 이죽거리기 바쁜 남동생까지 함께 건사해야 하는 상황.

이 정도면 아무리 피를 나눈 남동생이라해도 내쳐버릴 법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궁지로 내몬 어른들과는 사뭇 다르게 기꺼이 부양의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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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들려주는 분홍 모자 아이 이야기를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인지하고 있는 그레텔. 그녀는 암시와 복선이 가득한 모놀로그 속에서 ‘대가 없는 선물은 없다’는 경고를 가슴에 새긴다.

그녀의 날 선 경계심은 낯선 흑인 사냥꾼이 대가 없이 베푸는 호의와 음식 앞에서도 무뎌지지 않는다. 부유하고 착한 산지기를 찾아가라는 그의 제안 역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의가 맞는지 의심이 앞선다.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없이 들어선 숲속을 헤매던 남매는 성찬이 가득한 집의 주인 ‘홀다’(앨리스 크리지)를 맞닥뜨린다.

그녀는 남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신선하고 풍족한 식사와 깨끗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음식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제의하는 홀다. 하지만 그레텔은 이번에도 의심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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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적인 시각 연출이 돋보이는 호러영화

이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은유와 상징의 기법이 동원된다. 

예를 들어 도끼는 가난과 굶주림을 해결해줄 도구 혹은 위험에 대항할 무기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자식과의 관계를 끊어내려는 절망적이면서도 무력한 부모의 모습과 헨젤의 미성숙한 남성성을 강조하는 소품으로 주로 활용된다.

숲이 가지는 상징성도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병든 아이의 목숨을 살리려는 부모의 용기는 빈곤한 환경 속에서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아동 유기는 당연 시 됐고 그 장소는 숲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숲은 공포와 광기 그리고 원혼이 가득한 곳으로 설정된다.

그러기에 숲속 깊숙히 자리 잡은 홀다의 풍요로운 집은 비정상적인 공간이다.

혼돈이 도사리고 있는 숲과는 매우 이질적으로 매끈하게 균형 잡힌 삼각형 지붕의 집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동일한 형태의 상징과 연결 지어진다. 

마침내 그레텔은 같은 형상의 '섭리의 눈'(Eye of Providence)으로 그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각성과 성장을 이루게 되고 점차 진실에 접근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이 되었건 그 결과에 걸맞은 등가교환의 대가를 치르는 절차가 진행된다. 

결국 그녀는 잠자는 숲속 공주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 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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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레텔과 헨젤'은 다양한 오컬트 상징물을 곳곳에 배치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아름다운 반면 답답할 정도로 무거운 톤의 색감과 반복적인 화면 대칭 구도의 미장센은 안정감과 기괴함을 동시에 이끌어내 의도적인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호러영화 장르에 요구되는 본연의 공포감은 그리 강하지 않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호흡의 속도가 느린 것 역시 단점이다.

그럼에도 오즈굿 퍼킨스 감독의 독특한 연출 방식은 이 영화에 사용된 소품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들까지 모든 내러티브 요소들을 곱씹게 만드는 매력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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