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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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년 만의 극장판 신작, 국내 정식 개봉

- 시티팝이 유행하던 버블경제 시절의 사운드 트랙 그대로 담아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극장판 시티헌터 신주쿠 프라이빗 아이즈’(6월 18일 개봉)는 원작자인 ‘호조 츠카사’가 1985년부터 연재했던 만화를 토대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다.

TV판을 제외한 극장상영용 작품만 놓고 볼 때 ‘시티헌터, 베이시티 워즈’(1990) 이후 30여 년 만의 신작이며, 시리즈 최초의 국내 정식개봉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시티헌터로 불리는 ‘사에바 료’(카미야 아키라)는 작품 설정상 현대 도시 한복판의 뒷골목 도시전설과도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느와르와 성인 코미디 장르를 오가는 에피소드에는 항상 미녀가 등장해 사건해결을 의뢰하고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납치, 협박, 살인을 일삼는 악당에게 사적제재(Vigilantism)를 가한다.

이것은 야마다 요지 감독의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에서 매번 새로운 미녀에게 반하지만 실연당하고 여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토라상’의 반복된 패턴을 비틀어 놓은 모습이기도 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료는 호색한인 반면, 위기 상황에서는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기사도를 발휘하는 면모가 강조된 액션 캐릭터라는 점이다. 

미녀 의뢰인을 두고 치한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료와 이를 거대한 해머로 저지하는 사이드킥 ‘마키무라 가오리’(이쿠라 카즈에) 콤비의 모습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요소다. 

작품세계 안에서 매번 반복되는 두 사람의 이 클리셰는 전통적인 일본식 만담 예능인 보케·씃코미 개그를 따르고 있으며, 이와 함께 오해, 과장 등 코미디 플롯 요소를 사용해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여기에 둘 만의 미묘한 연애감정까지 적절히 안배 되어있어 러브 코미디 장르의 맛까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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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에는 고전적인 형사물 시리즈와 버디무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특징적 이미지를 차용한 부분이 많다.

료가 리볼버 권총을 쥔 채 비장한 모습으로 적을 대하는 하드보일드 스타일 연출에서는 ‘더티해리’ 시리즈의 ‘해리 캘러한’ 형사(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성적 코드가 다분한 코미디 요소에서는 ‘폴리스 스쿼드’와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의 드레빈 경관(레슬리 닐슨)을 떠올리게 한다.

이 밖에도 원작이 등장했던 시대에 인기를 끌었던 액션영화인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다이하드’ 시리즈, ‘007’ 시리즈 등의 특징적 요소들을 인용해 작품 속에 잘 녹여냈다.  

◆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전개와 대비되는 80년대 시티팝 명곡들

이번 ‘극장판 시티헌터 신주쿠 프라이빗 아이즈’는 80년대 버블 경제 시절을 추억하는 팬을 겨냥해 제작한 요소가 많이 삽입됐다. 따라서 여러모로 앞서 제작된 시리즈들의 전통성을 되살리고자 노력한 부분이 많다.

이에 따라 기존 TV판과 극장판의 연출을 맡았던 코다마 켄지 감독이 다시 기용됐다. 그는 ‘명탐정 코난’과 ‘루팡3세’ ‘코브라’ 등을 대표작으로 하여 과거부터 굵직한 작품들을 연출해온 베테랑이다.

성우들도 대부분 기존과 동일하게 캐스팅됐다. 때문에 80년대에는 30대였던 주요 성우들이 이제는 6·70대의 고령이라 젊은 시절과 비교되는 부분은 있으나 나이가 무색한 연기력으로 그 시절의 분위기는 충분히 살려냈다.

플롯 구성도 기존 작품들과 거의 동일하다. 문제는 너무 전통에 연연한 탓인지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문법도 예전 그대로다. 

이러한 부분은 이전 작품들에서는 극 전개를 위해 용인되던 허구적 설정이었지만 최근 관객의 상식은 옛날과는 달라져 있기에 의문을 갖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도심 한가운데서 테러범들이 활개를 쳐도 경찰이나 군대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911테러 쇼크 이후 세대들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개연성이 부족한 사건들은 인과관계를 따질 사이도 없이 전개된다. 이러한 극을 이끄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은 30년 전에는 통했을 지 몰라도 작품에 대한 추억이 없는 2020년 현재의 관객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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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트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굳이 증강현실 게시판과 AI, 드론까지 등장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저 시대감각에 맞는 각본이 필요했을 뿐.

자신의 신변보호를 의뢰하는 ‘신도 아이’(이이토요 마리에)를 앞에 두고 정신을 못 차리는 료에게 해머를 휘두르며 “시대의 흐름을 좀 읽어!”라고 일갈하는 가오리의 대사를 작품 전체에 대입해보면 자아비판적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만큼 기술은 발전했고 비록 예전 같은 셀화의 아날로그 감성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고화질로 깔끔하고 세련된 동화(動畵)를 구현하는 시대다. 이와 어울릴 만한 첨예한 인물 간의 대립이나 갈등 구도, 세밀한 사건의 가공으로 이야기 구성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랬다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강화와 극 몰입에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이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해 해외에서 공개된 ‘필립 라쇼’ 감독의 ‘니키 라슨과 큐피트의 향수’(2019)는 실사영화임에도 원작의 느낌과 재미를 최대한 살린 작품으로 만들어져 좋은 비교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지는 최대 장점은 뛰어난 오리지널 스코어에 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초반 사이의 분위기를 담아낸 TV시리즈 삽입곡들을 그대로 영화 전반에 사운드 트랙으로 사용했다.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안리’의 ‘Cat’s Eye’ 커버곡을 비롯해 ‘TM Network’의 ‘Get Wild’, ‘Still Love Her’ 등 신스팝 계열 명곡들과 80년대 시티팝 풍의 곡들을 영화시작부터 엔드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감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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