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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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말하면 죄가 되던 시대를 살았던 피해자들의 이야기

- 역사적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게임 원작 공포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대만 현대사의 가장 암울한 시대는 계엄령과 함께 시작됐다.

대만계엄령은 외성인에 대한 본성인들의 반발사건인 ‘2·28사건’을 계기로 선포되어 1949년부터 1987년까지 이어졌다. 당시 국민당은 이 계엄령을 통해 일당 독재정치를 유지했다.

대만 정부는 국공평화회담 또는 민주화 운동에 가담하는 인사는 간첩 등 반체제 행위자로 몰아 처형했다. 이 ‘백색공포’의 시기에 약 14만여 명이 기소됐으며, 8,000여 명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교 디텐션’은 이러한 대만 현대사를 배경으로 2017년 제작된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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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가 쓴 시조차 읽는 것이 금지되던 1962년의 대만.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죄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고등학생 웨이중팅(증경화)은 정부가 금지한 책을 돌려 읽고 필사(筆寫)하는 비밀 독서회의 일원이다.

그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은 군인같은 발소리를 내며 운동장에 모여 국기게양식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들은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억압된 일상 속에서 서로를 감시하고 밀고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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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느 비 오는 날, 잠에서 깨어난 팡루이신(왕정)은 자신이 학교에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상황. 다만 분명한 것은 홍수로 인해 웨이중팅과 함께 폐교처럼 변한 학교에 고립됐다는 것.

두 사람은 미로 같은 학교 안에서 선생님과 친구의 흔적을 쫓다가 환영과 유령들을 마주 치게 된다. 그러면서 조각난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내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반교 디텐션’의 연출을 맡은 존 쉬 감독은 ‘사일런트 힐’(2006)에 비견될 정도로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충실히 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실과 이세계를 넘나들거나 플래시백 장면에서 사용되는 흑백화면은 자연스러운 극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또한 영화 곳곳에 장치해둔 은유적인 상징성과 복선은 매우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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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4장으로 구분된 이야기로 전개된다. 다만 공포영화 장르에 충실한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멜로 드라마 장르에 가까운 전개는 극의 분위기를 크게 바꿔 놓는다.

비극적 요소가 심어진 드라마 구성 자체는 충분히 좋지만, 상대적으로 호러 요소의 비중과 긴장감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와 아쉬움이 남는 편.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이 금서로 지정되고, 그런 책들을 읽기 위해 목숨을 걸었어야만 했던 시대. 그 비극적 대만 현대사가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기시감은 호러 장르를 뛰어넘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8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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