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 '외로움'을 걱정하는 소년과 '비밀'을 간직한 소녀의 만남

- 아이들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인생과 가족의 이야기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혼자 남겨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난 막내니까 다른 사람들이 먼저 죽겠지”

10살 소년 ‘샘’(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민은 다름 아닌 죽음과 외로움이다. 그는 부모님과 형이 먼저 죽고 세상에 홀로 남는다고 해도 꿋꿋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렇게 소년은 하루하루 혼자서 지내는 시간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외로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가족과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와중에도 이런 삶에 대한 깊은 상념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우연히 한 살 연상의 소녀 ’테스’(조세핀 아렌센)을 만나게 된다.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테스는 처음부터 샘에게 다짜고짜 탱고를 배우자는 등 당돌하고 거침없는 태도를 보인다. 샘은 ”나도 4차원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테스는 더 이상해”라고 하면서도 그녀에게 끌린다.

샘 앞에서는 그렇게 당당해 보이기만 하던 테스는 엄마(제니퍼 호프만)가 운영하는 별장의 무료숙박 이벤트에 당첨된 손님 ‘휘호’(요하네스 키나스트)를 맞이하러 간 자리에서는 왠지 쑥스러워한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복판에 샘을 놔둔 채 혼자 버린다.

이 일로 서먹한 감정이 생긴 둘은 어른들에게 떠밀리듯 피크닉을 함께 한다. 하지만 테스가 준비한 피크닉이 실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닌 것을 알아차린 샘. 결국 화가 난 샘은 그녀를 외면한다.

그때 테스는 샘에게 어른들에게는 숨기고 있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섬세한 시선의 성장 영화

10살 소년과 11살 소녀가 바닷가 휴양지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의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은 네덜란드의 아동문학 작가인 안나 왈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개 같은 내 인생’(1985)이 연상되는 성장 영화다. 차이점이 있다면 좀 더 아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서툴면서도 순수한 감정선 변화 연출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소년·소녀의 갈등과 감정 기복이 결국 호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관찰해 담백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테스와 보낸 여름.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가족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다. 샘에게는 가족 없이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외로움을 넘어서는 절망과 공포다.

결국 ‘외로움 적응 훈련’이라는 동심 어린 노력 정도로는 극복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아빠의 품에 뛰어든 샘은 비로소 안도의 눈물을 쏟아낸다.

물론 인간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언젠가는 가족, 친구 등과 이별해야 한다. 그런 두려움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이 영화는 너무 늦기 전에 인생의 기억을 최대한 머릿속에 남겨두라는 조언을 전한다. 9월 10일 개봉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