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포스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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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치열했던 ’캄데쉬 전투’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   

- 전초기지 내 군인들의 삶과 전투를 정확하게 묘사해낸 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워싱턴DC·펜타곤에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가 발생한다.

미국 정부는 이 테러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에 대해 응징과 박멸을 선언하고 이들이 은신한 아프가니스탄에 신병인도를 요구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집권세력인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다. 같은 해 10월 7일,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등 군사거점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전쟁에 돌입한다.

현지 반 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과 연합한 미군은 개전 후 불과 두 달 만에 탈레반 최대 거점지인 칸다하르를 점령하면서 전쟁 종식을 선언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 신병확보에는 실패한다.

여기에 미군은 이라크전쟁 전선으로 병력을 돌리게 되면서 그 사이 탈레반 잔존 세력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가다듬는다. 그렇게 미국과 탈레반 간의 전쟁은 장기화에 접어들어 현재진행형인 상태에 이르고 있다.

(※ 주의: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웃포스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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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웃포스트’는 9·11테러로 촉발된 제1차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미군은 2006년 대게릴라전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북부 캄데쉬 지역에 지방재건팀(PRT)을 구축하고 전초기지(Outpost)를 세운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과 연합해 파키스탄에서 넘어오는 탈레반 무장세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접경지역 전초기지가 험준한 힌두 쿠시 산맥에 둘러 쌓인 계곡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계곡에 매복해 공격하는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항해야 하기에 전투와 방어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이 전초기지는 병사들에게 사실상 무덤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한밤 중에 전입 온 ‘클린튼 로메샤 하사’(스콧 이스트우드)는 기지를 병풍처럼 포위하듯 펼쳐진 계곡의 실체를 대낮에 확인하고는 경악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계곡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탈레반의 총알 속에서 자신의 우려가 틀림없는 현실임을 곧바로 인지한다.

 

아웃포스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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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곡으로 순찰을 나가 전초기지를 내려다보며 “(탈레반은) 우릴 훤히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전초기지 내 박격포 진지, 탄약고, 발전기 등 주요 시설과 배치된 무기들에 대한 가상 타격을 거론하면서 언제 탈레반에게 점령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넋두리한다.

이곳을 지휘하는 ‘벤자민 키팅 대위’(올랜도 블룸)는 솔선수범형인 인물로 부하들이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유능한 장교다. 훗날 이 전초기지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불리우게 된다.

키팅 대위는 작전 수행과 부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현지인들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 주민들 중 일부는 언제든 게릴라로 돌변해 자신들에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미국정부의 보상을 약속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아웃포스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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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민간인과 적군을 구분하기 힘든 게릴라전을 사막이 아닌 정글에서 경험한 바 있다. 바로 냉전시대에 벌어진 베트남 전쟁을 통해서다. 그 냉전시대의 다른 한 켠에서 소련 견제를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반정부세력인 무자헤딘을 물밑 지원하고 세력을 키워줬던 미국은 이제 역으로 그들에게 제공한 군사교육과 무기로 공격당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전초기지 내 병사들은 불시에 이루어지는 탈레반의 공격 속에서 생과 사를 넘나든다. 이 치열하고 불안한 상횡 속에서 누군가는 약물에 의지하고 또 누군가는 지휘실에 처박혀 소변조차 안에서 해결할 정도로 각자 공포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문제를 일으킨 부하에게 감봉할 것을 제안하자 키팅 대위는 “여기 있는 놈들에게 돈이 무슨 소용 있겠냐”며 “돈보다는 자유를 빼앗는 게 더 큰 처벌”이라고 말한다.

 

아웃포스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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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미군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군복무를 스스로 선택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타이 카터 상병’(케일럽 랜드리 존스)은 가장 주목할 만한 등장인물이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요리사, 극장영사기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육군에 재입대 했다.

결국 자신의 능력선에서 얻을 수 있는 직업 중에는 군인이 수입과 처우가 제일 좋기 때문. 그는 전초기지 내 탄약보급병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행동을 지적 받는 등 부대원들에게 신뢰감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캄데쉬 전투에서 영웅적인 행동을 인정받아 명예훈장을 수여받는 그의 모습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얼마나 크게 뒤바뀔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웃포스트.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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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중반부터 2009년 10월 3일 300여 명의 탈레반 전사에 의해 전초기지가 포위·급습 당했던 캄데쉬 전투 주요상황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이 전투에서 미군은 정보전과 감시활동에 실패하여 탈레반의 기습에 대비하지 못했으며,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초기 몇 시간 동안은 공중화력지원이나 지원병력이 전무했다. 미군 입장에서는 그다지 대외적으로 알리거나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전투 케이스다.

영화 ‘아웃포스트’는 애국적인 메시지를 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같은 전쟁영화와는 논조를 달리한다. 건조하게 해당 전투의 전말을 재현한다는 면에서는 모가디슈 전투를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을 묘사한 ‘블랙호크다운’(2001)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영상면에서는 CG로 화려하게 가공해 스펙터클한 액션만을 강조하는 할리우드식 전쟁 액션물과는 궤를 달리한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과 로켓탄 속에서 눈앞의 전우가 희생당하는 비정한 전장의 한복판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롱테이크 촬영과 오너스(무편집)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실제로 미육군 장교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로드 루리 감독은 전초기지 내 군인들의 삶과 전투를 가장 정확하게 연출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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