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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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이후 10년만…보험료 15% 인하 단행

- 중‧소형사 소비자 유인 상실 ‘진퇴양난’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최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장기인보험’의 보험료를 평균 15% 인하했다. 지난 2009년 15%를 내린 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대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보험료 낮추기 배경에는 낮은 손해율이 자리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상품에서의 상대적인 수익성 좋아 경쟁사들에 비해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경험위험률 개정을 통해 이달부터 보장성보험 담보의 보험료를 평균 15% 낮췄다. 경험위험률은 개별 보험사의 통계에 따라 산출한 보험요율로 업계평균인 보험개발원의 참조요율에 개별사 통계를 적용해 산출한다.

삼성화재의 공격적인 보험료 인하 행보에 업계에선 다양한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악화된 실적에 허덕이는 경쟁사들은 “메리츠화재와 과당경쟁을 벌이며 GA를 대상으로 한 시책(인센티브) 올리기로 시장혼탁 양상을 유도하더니 보험료도 내리고 중‧소형사들이 주로 취급하는 담보마저 출시했다”면서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상품 전략이 부족한 중‧소형사 입장에선 죽을 맛 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달 들어 상품개정으로 뇌혈관 질환을 보장하는 담보의 보험료는 40%인하됐고, 유병자‧고령자 중심의 간편 가입보험도 보험료가 10% 가까이 줄었다.

또 그간 중‧소형 손해보험사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3~100% 질병후유장해’ 담보를 출시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담보의 경우 질병으로 인해 수반된 경미한 운동장해에 대해 보장하기에 손해율이 높은 담보로 여겨진다. 또한 대장용종을 포함하는 질병수술비 담보를 신설하고 통원과 입원 시 각각 보장하는 담보도 출시했다.

이러한 공격적 행보에는 낮은 손해율이 한 몫 거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장기보험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은 2017년 80.2%, 2018년 79.0%, 2019년 상반기 81.9% 소폭 상승 중이다. 그러나 손보업계 수준으로 확대하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형사가 섣불리 이번 가격 경쟁에 동참할 경우 손해율 악화로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유병자에 대한 인수지침을 완화하는 영업정책을 펼 경우 자연스레 수입보험료는 늘지만 그만큼 지급보험금 자체가 늘어나기에 위험손해율도 동반 상승하고, 늘어난 사업비 지출로 영업적자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와 각축전을 벌였던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까지 보장금액을 확대하고 인수지침을 완화하는 등의 영업정책을 폈고, 여기에 시장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 위험손해율이 상승했다. 지난 2017년 85.6%, 2018년 85.3%, 2019년 상반기 90.2%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 지출이 늘면서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이 100%를 훌쩍 넘긴 상태다. 통상 합산비율이 100%를 넘기면 보험영업이익에서 적자가 난 것으로 본다. 실제 가장 많은 사업비(순사업비율 28.7%)를 지출한 탓에 메리츠화재의 합산비율은 올해 상반기 108.1%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3%)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볼썽사나운 과당경쟁을 펼쳤던 것은 공연한 사실”이라면서 “업계 전반에선 삼성화재가 점유율 굳히기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인하와 더불어 중‧소형사의 주요 먹거리인 특정담보(질병후유장해 3~100%)까지 판매하는 것은 본격적인 출혈경쟁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중‧소형사의 경우 삼성화재의 행보에 동참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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