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 근거로 보험금 지급한 것”-오렌지라이프생명·DB손해보험. 

“오렌지생명과 DB손보 보험금 지급은 민원 때문이며, 법률자문 토대로 면책 결정”-KB생명·삼성화재.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과도한 음주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모 씨. 그가 생전 가입한 보험사들은 ‘법률자문’을 근거로 이 씨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결정을 내렸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KB생명과 삼성화재는 ‘고의성이 짙은 보험사고’라는 자문결과에 따라 합리적 지급심사를 벌였단 입장이다. 이들은 또 오렌지라이프생명과 DB손해보험은 가입자 측에서 제기할 ‘악성민원’이 두려워 지급 합의에 이르렀을 것이란 시각도 내비쳤다.

표준약관 및 상법 제659조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을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사망한 피보험자의 고의성 검증 방식이다. 이러한 사안을 두고 보험사는 자신들과 업무협약을 맺은 법무법인에 소송으로 이어질 상황을 대비한 법률적 검토를 의뢰한다.

단순히 서류상 드러난 사실만으로 보험사의 유불리(有不利)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자본력을 갖춘 보험사를 상대로 끝까지 분쟁을 이어갈 보험소비자는 많지 않다. 결국 보험금지급심사 과정에서 벌이는 법률자문은 철저히 보험사의 무기(武器)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에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현행법상 소송이 제기되면 조정절차가 중단되는 특성으로 보험가입자의 하소연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보험사들의 소송비용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481억 원에 달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지급분쟁 신청건수 6만4447건 중 인용결정 건수가 36건에 그쳤단 점에서 소송을 통해 민원을 무력화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바 있다.

이미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은 고의 사고임을 보험사가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 역시 극단적 선택이라는 보험사고의 입증은 일반상식에 부합해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입증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점에 KB생명과 삼성화재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단순히 서류상으로 검토된 법률자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의보험사고’에 대해 철저히 입증하도록 내부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유사한 사례가 나올 때마다 전례에 따른 형평성 문제 운운하며 '과거의 커튼' 뒤에 숨어선 안된다. 현재의 사례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전례라는 책임의식을 갖춰야 한단 것이다.

실적개선은 신상품이나 금융상품 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KB생명과 삼성화재의 미래가 소비자 신뢰를 잃은 채 어찌 밝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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