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KB생명 로고 ⓒ 각 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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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약관상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면책…심신미약 시 예외 지급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 “보험사에 고의성 입증 책임 있어”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음주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씨(남·34)는 피보험자로 총 4곳의 보험사(오렌지라이프·KB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재해사망보험금’ 특약에 가입돼 있었다. 사망 후 유가족들은 각 보험사에 이 특약 보험금을 청구했다. 오렌지라이프생명과 DB손보는 가입금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반면 삼성화재와 KB생명은 약관상 ‘고의적으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된다는 법률자문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생명과 삼성화재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보험사고를 두고 보험사에 유리한 자문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물의를 빚고 있다. 명백한 입증 없이 단순히 서류상으로 드러난 사실을 통해 피보험자가 보험사고를 유발했다고 본 것이다.

이들이 지급거절 명분으로 내세운 법률자문 내용은 고의성이다. 표준약관 및 상법 제659조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였을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보험사고에서 말하는 재해사망은 우연히 발생한 사고였을 경우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자신을 고의로 해쳤을 경우 조건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약관상 피보험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을 때 보험금지급을 허용한다.

문제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달리 했을 경우 고의성 유무에 대한 입증 책임이다.

이미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은 고의 사고임을 보험사가 입증해야 한다고 봤다.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고의성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

대법원 판례 역시 극단적 선택이라는 보험사고의 입증은 일반상식에 부합해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입증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서를 작성했을 경우 고의적으로 자신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 객관적 물증과 정황증거를 통해서 입증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보험사는 유리한 법률자문을 통해 동일한 보험사고에 대한 지급유무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가입자가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사업비 항목으로 법률자문 비용을 차감하기에 소송을 진행해도 손해 볼 것이 없단 심산인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보험사들의 법률비용(소송목적)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481억 원에 달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지급분쟁 신청건수 6만4447건 중 인용결정 건수가 36건에 그쳤단 점에서 소송을 통해 민원을 무력화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바 있다. 소송이 제기되면 분쟁조정위의 판단이 중단되는 특성 때문인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피보험자가 극단적 선택에 의해 생을 달리했을 때는 고의성 판단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법률자문을 받더라도 보험사고에 적합한 기존 판례를 인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급을 거절한 두 보험사(삼성화재․KB생명)의 경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판례를 인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약관이 불분명해 서로 상충되는 해석이 나올 경우 상법과 표준약관이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단 점에서 지급거절을 행할 명분이 약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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