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 그저 그런 짧은 만남을 특별하고 로맨틱하게 만드는 방법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웠던 여자와 연애도 일도 호구 잡히기 일쑤인 잡지 기자가 데이트 앱으로 처음 만나 벌어지는 2030세대의 에피소드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성적인 용어와 표현 등이 있습니다.)

함자영(전종서)은 외롭다. 15살 남자만 몽정하는 게 아니라 29살 여자도 그렇다고 말하는 그녀는 욕구불만이다. 그렇다고 복잡한 감정 소모를 하면서까지 연애하고 싶지는 않다.

한 달 사귀던 남친은 알코올중독, 섹스중독, 의부증을 들먹이며 결별을 선언한다. 새로운 만남을 찾아 이런저런 모임에 기웃거려보지만 제대로 만날 만한 남자는 없었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소설가를 꿈꾸던 문예창작과 출신 박우리(손석구)는 잡지사 기자다. 똘끼 있게 온몸을 던져 글 쓰는 기자에게는 산재 처리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 편집장(김재화)은 박우리를 콕 집는다. 회사를 나간 최마초 기자(임성재) 뒤를 이어 섹스 칼럼을 쓰라는 것.

이리저리 핑계를 대보지만 결국 호구 잡혀서 하기 싫을 일을 억지로 떠맡은 박우리. 연애에서도 호구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상대의 감정 쓰레기통 정도 위치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다.

함자영과 박우리는 심심하고 외롭고 고픈 사람끼리 어색하게 만나 더럽게 헤어지는 곳, 대한민국에 PC통신과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래 플랫폼은 변화해도 동물적 욕구는 변함없이 넘실거리는 그곳, 데이트 앱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의 목적은 명확했다. 한 명은 욕구 해소, 또 다른 한 명은 르포 기사를 쓰기 위해서 약속 장소에 나간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제 와 새삼스럽지도 않고 색다르지도 않은 형태의 이 원나잇 스탠드 세계에서 두 사람의 존재만큼은 독특할지도 모르겠다. 실명은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인터넷 동호회에서조차 밝히기 꺼린다. 그렇지만 함자영과 박우리는 첫 대면부터 닉네임보다도 더 코믹한 실명을 서로에게 당당히 밝힌다. 완전히 비현실적이지만 웃음 벨 역할로는 좋은 연출이다.

J와 Y의 익명 만남을 다룬 장선우 감독의 2000년 작 '거짓말'의 퀴퀴한 여관방과 달리 두 사람은 깔끔하고 화사한 인테리어의 예쁜 모텔을 찾는다. 감정 없이 목적만으로 만난 함자영과 박우리. 그들에게 조금씩 감정이 피어오르는 지점에서 연애를 쏙 빼고 싶었던 이 짧은 만남의 이야기는 애태우는 연애에 빠져든다. 그 안에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 '엽기적인 그녀'(2001)와 닮아 있는 알콩달콩함이 있다. 성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노골적인 노출 시퀀스는 없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남녀가 서로 좋으면 매우 자유롭게 연애하고 바로 결혼했다던 고려 시대. 그 시절 우리 조상님들보다도 어쩌면 더 퇴보한 보수적 성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생각해볼 만한 담론도 15세 관람가 수위를 지켜가며 거침없이 오간다. 재기발랄한 개그 코드와 주연·조연 인물들이 주고받는 핑퐁 대사를 듣는 재미도 높은 편이다.

다만 극중 인물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는 부분 설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우리는 함자영과의 만남을 감질나게 잘 가공해 기사로 낸다. 이 섹스 없는 섹스 르포는 단번에 대중의 이목을 끌고 50만 클릭을 유도한다. 팩트 체크가 안 되는 익명 칼럼 기사다. 하지만 취재원의 동의가 없었다는 게 문제. 이 점은 영화 '거짓말'의 윤리 논란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온다. 현실에서 과연 이런 연인을 용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전종서와 손석구의 캐릭터 매력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 영화 '버닝'으로 데뷔한 전종서는 이충현 감독의 '콜'에서 보여준 사이코패스 영숙과는 정반대인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사랑에 상처받고 살아가지만 꿋꿋함을 잃지 않는 인물 함자영은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캐릭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을 시작으로 '60일, 지정생존자'로 인지도를 크게 높인 손석구는 이 영화에서 여심을 자극하는 고양이 같은 매력을 풍기며 순수함과 남성성을 동시에 선보인다. 오는 12월 공개 예정인 왓챠 오리지널 '언프레임드'의 '재방송' 편에서 연출과 각본을 맡기도 해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종서와 손석구, 두 배우의 연기 케미스트리가 가장 큰 장점으로 각인되는 정가영 감독의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는 24일 개봉 예정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 ⓒCJ ENM

◆ 제목: 연애 빠진 로맨스 (영제: Nothing Serious)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95분

◆ 개봉일: 2021년 11월 24일

◆ 감독: 정가영/각본: 정가영, 왕혜지/출연: 전종서, 손석구/제작: CJ ENM, 트웰브져니/배급: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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