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마법, 기적, 음악, 가족애 모든 것을 담은 가장 디즈니다운 패밀리 뮤지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눈물 날 정도로 화려한 프로덕션과 마법 같은 음악.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내놓은 60번째 작품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첫인상이다.

'주토피아'의 바이론 하워드와 자레드 부시가 만든 이 뮤지컬 영화의 핵심 테마는 가족이다. 이 이야기의 원안자인 바이론 하워드 감독은 "가족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반대로 가족은 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이 작품을 통해 던진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향을 떠난 피란민인 아부엘라 알마(마리아 세실시아 보테로)는 남편 페드로 그리고 갓 태어난 세 아이와 함께 안전하게 살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 탈출 여정 중 아부엘라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큰 슬픔과 절망에 빠진다.

그 어둠의 순간, 아부엘라는 기적을 얻는다. 그녀 눈앞에 마법 불꽃이 피어오르는 양초가 나타난 것이다. 마법 양초의 수호자가 된 싱글맘 아부엘라는 새로운 터전 '엔칸토'에 세워진 살아있는 보금자리 '까시타(Casita, 시골집)'에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집안을 일으킨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것이 현재 삼대 12명이 함께 모여 사는 마드리갈 가족 50년 역사의 시작이다. 이 집안의 기둥인 아부엘라의 피를 이어받은 자는 누구나 5살이 되면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것은 바로 마법 양초로부터 특별한 능력과 마법의 방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선물 받는 것. 이들은 특별한 마법의 힘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커다란 영예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막 5살이 된 아부엘라의 손자 안토니오(라비 카봇-코니어스)는 마법의 능력을 선물 받는 날이 되자 불안해한다. 미라벨(스테파니 비트리즈)은 능력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사촌 동생 안토니오에게 가장 멋진 마법의 문을 열게 될 거라며 용기를 준다. 다행히 안토니오는 양초로부터 무사히 마법 능력을 받는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게 된 사촌 동생을 보며 부러워하는 미라벨. 왠지 이제는 안토니오마저 멀게 느껴진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미라벨이 5살 되던 해는 비참했다. 그녀가 마법의 문을 받는 행사는 실망과 슬픔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미라벨은 아부엘라의 핏줄을 이어받은 가족 중 유일하게 문을 받지 못한, 마법 능력이 없는 외톨이였다. 가족 행사에서도 그녀는 한발 뒤로 물러나 있어야 했다.

미라벨는 마법을 갖고 싶은 자신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불길함을 몰고 다니는 것만 같았다. 모두가 모여 축제를 벌일 때 미라벨은 까시타와 마법의 양초가 위태로워지는 환영을 본다. 이를 알리려 하다가 할머니 아부엘라와 갈등을 빚는다.

그 모습을 본 미라벨의 엄마 훌리에타(앤지 세페다)는 부르노(존 레귀자모)처럼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라벨의 삼촌 부르노는 가족들 사이에선 그 이름 자체가 언급해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부르노는 마법으로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예언이 곧 현실이 되어버리는 불행을 몰고 온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모습을 감췄다.

미라벨은 언니 루이사(제시카 대로우)가 알려준 대로 삼촌이 잠적하기 전 남겨 놨다는 마법과 관련된 무서운 예언을 찾아 그의 탑에 몰래 잠입한다. 그리고 미라벨은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단서와 마주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살아있는 집 까시타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까시타는 어둡고 공포스런 유령의 집 혹은 마녀의 집에 대한 관념을 뒤집어 놓은 안티테제적 공간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첨단 스마트홈 정도는 아득한 수준으로 능가하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다. 까시타는 누구나 살고 싶은 집인 동시에 영화 속 숨겨진 캐릭터다.

그 안에서 마법의 힘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모계사회인 마드리갈 가족구성은 신선하다. 일반인이자 데릴사위인 미라벨의 아빠 어거스틴(윌머 발레라마)과 이모부 펠릭스(마우로 카스티요)는 가족의 감정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며 구성원 사이에서 평화와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마법을 얻은 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겉모습과 달리 각자 가볍지 않은 고민을 품고 있다.

천하장사인 루이사는 사람들 돕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증을 품고 있다. 그녀는 끝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도 보인다. 예쁜 외모를 가진 나르시시스트인 이사벨라(다이앤 게레로)도 항상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한다는 완벽주의 늪에 빠져 자유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분에 따라 날씨를 바꿀 수 있는 페파(카롤리나 가이탄), 변신 능력을 가진 카밀로(렌지 펠리즈), 온갖 비밀을 엿듣는 청력의 소유자 돌로레스(아다사)도 마법이 없다면 그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가족 중 가장 큰 고민의 짐을 지고 있는 이는 집안의 수장 아부엘라다. 그녀는 마드리갈 가족을 지탱하는 마법의 힘을 지켜내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손녀 미라엘과는 갈등 관계에 놓이고 사랑하는 아들 부르노는 그녀 곁을 떠나 은둔자가 된다. 가족의 일부를 희생하면서까지 다가오는 위기를 막아야만 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리더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오랫동안 실패자로 겉돌던 미라엘은 가족 모두를 위기에서 구원한다. 처음부터 지니고 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숨겨진 가장 특별한 능력을 가족들과의 진정한 소통 속에서 이끌어낸 덕분이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영화에는 미라엘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담은 '자아 찾기' 모험이 담겨있다. 그리고 가족 간 소통과 이해 과정 안에서 그 어떤 마법보다 멋진 사랑의 가치를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조금은 단순하다 할 수 있지만, 가족애로 꽉 찬 이 서사에는 전 세대가 함께 보는 디즈니 영화다운 매력을 품고 있다.

여기에 감정을 들끓게 하는 경쾌한 라틴 뮤직은 할리우드 대표 음악가 3명이 협업을 통해 완성해 완벽한 가족 뮤지컬의 방향성을 성공적으로 끌어낸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에 삽입된 8곡의 노래는 전방위 아티스트 린 마누엘 미란다가 작곡하고 프로듀싱했다.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해밀턴'의 연출, 작사, 작곡, 연기를 도맡았던 그는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작사, 작곡, 가창을 담당했다.

또한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틱, 틱...붐!'을 감독하기도 했다. 에미넘, 에드 시런, 조나스 브라더스 등을 프로듀싱한 그래미 수상자 마이크 엘리존드가 오리지널 송의 공동 프로듀싱을 맡아 '알라딘', '겨울왕국'을 잇는 디즈니 오리지널 뮤지컬의 계보를 잇는다. 마법 같은 가족애를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디즈니 픽사의 명작 '코코'에 수록된 "Un Poco Loco"와 "Proud Coraz?n" 등을 작곡했던 저메인 프랑코가 작곡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낭만주의가 함께 하는 이 영화는 훌륭한 비주얼 완성도를 자랑한다. 마법 가족을 둘러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배경들과 살아 숨 쉬는 듯한 큰 눈을 가진 인물들, 쿨톤과 웜톤을 조화롭게 배치한 색채설계 등 알아차리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감정 연출이 돋보인다.

이 작품에는 디즈니가 가진 모든 기술력과 인력이 총동원됐다. 조명, 촬영, 음악, 애니메이터, 스토리 등 약 800명의 스태프가 5년이라는 제작 기간에 재능을 쏟아부어 경이로운 프로덕션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콜롬비아 문화와 멋스러운 건축물 매력을 담아낸 까시타의 애니메이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10가지 단계 균열을 만들어 살아 숨 쉬는 집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여기에 콜롬비아 출신인 존 레귀자모를 비롯해 라틴계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숨결을 불어 넣는 생생한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이 영화의 제작에는 약 5,000만 달러(한화 약 596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와 함께 상영되는 나탈리 노리가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나무 저 너머에(Far From the Tree)'는 부모와 자식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연대에 관한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대를 이어가는 가족애라는 공통점으로 본편 '엔칸토: 마법의 세계'와 조화를 이룬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제목: 엔칸토: 마법의 세계(원제: Encanto)

◆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 러닝 타임: 109분

◆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개봉: 2021년 11월 24일

◆ 감독: 바이론 하워드(원안), 자레드 부시(각본),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각본)

◆ 출연: 스테파니 비트리즈, 다이앤 게레로, 마리아 세실시아 보테로, 존 레귀자모

◆ 음악 프로듀서: 린 마누엘 미란다

◆ 음악 공동 프로듀싱: 마이크 엘리존도

◆ 음악 오리지널 스코어 작곡: 저메인 프랑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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