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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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덤 매케이 감독이 인류애를 담아 만든 반면교사의 인류 구원 지침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네덜란드 유대인 철학자 스피노자는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두려움은 희망을 동반하고 희망은 두려움을 동반한다"라는 말은 남겼다.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은 애덤 매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은 6개월 후 혜성 충돌로 멸망하는 상황에 놓인 인류의 두려움과 희망 그리고 혼돈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

▲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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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 세이건 박사 인형을 책상 위에 둔 미시간 주립대 천문학 전공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런스). 그녀는 언제나처럼 거대한 망원경으로 별을 탐색하다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모두가 이 뜻밖의 대발견을 축하하는 가운데 천문학과 종신 교수인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발견자 이름을 딴 '디비아스키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던 중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지구와 혜성의 거리가 0에 수렴하고 있었던 것.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민디의 염원과 달리 혜성은 분명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있었다.

▲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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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SF에나 나올 것 같은 이름이지만, 번듯한 로고까지 있는 실존 기관 '지구방위합동본부(PDCO, 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가 있다. 민디 교수와 케이트는 지구방위합동본부 사무국장인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를 만나 상황을 알린 후 함께 백악관에 들어간다.

그들은 5~10km 지름의 에베레스트산만 한 '행성 파괴자' 혜성이 6개월 14일 후 지구에 충돌할 예정이며, 인류를 비롯해 지구 전체 생명체가 멸망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 제이슨 비서실장(조나 힐) 앞에서 브리핑한다.

▲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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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린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은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라는 것이었다. 영악하고 양심 없는 대통령과 공짜 스낵을 돈 받고 팔아먹는 사기꾼이 함께하는 정부 수뇌부는 인류 역사 최악의 상황을 외면한다. 그저 머릿속에는 중간 선거에서 승리할 생각만 꽉 차 있었기 때문.

퇴짜 맞은 민디와 케이트는 이번에는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멸망의 위험을 경고하려고 하지만 그곳에서의 취급 역시 백악관과 다를 바 없었다. 브리 이반테(케이트 블란쳇)와 잭 브레머(타일러 페리)로 대표되는 언론인에게 인류 멸망 이야기는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연애사보다도 뒷전인 그저 황당한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돈 룩 업. ⓒ넷플릭스
▲돈 룩 업. ⓒ넷플릭스

진실에 등 돌린 세상에서 케이트는 폭탄 발언을 하지만 대중과 미디어는 그녀를 분노조절장애 환자 취급한다. 거기다 양심적인 기자인 척하던 애인 필립(히메시 파텔)은 그녀의 유명세를 돈벌이에 이용하려 한다.

정부에 의해 입막음까지 당하며 모진 풍파를 겪는 케이트. 그녀는 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자 거짓에 기만된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고수하던 스타일까지도 잠시 내려놓는 가장 용기 있는 캐릭터로 극 중 활약한다. 그리고 극 중 유일한 종교적 인물 율(티모시 샬라메)과 만나면서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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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처음에는 누구보다 진실을 알리려 노력하던 민디는 별 볼 일 없던 자신이 지적이고 잘생긴 과학자라는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자 이에 편승해 자기기만과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어 간다. 그는 불안과 공포를 자낙스 같은 약물에 의존해 도피하려는 나약한 현대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모두가 멸망의 위기를 무시하는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추문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올린 대통령에 의해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미국 그 자체를 풍자해 만들어 낸 캐릭터인 올린은 버킨백에 핵폭탄 발사 코드를 가지고 다니는 아들 제이슨과 함께 사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애국심 팔이 빌런 역을 맡아 현실 정치인을 비꼰다.

▲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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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 우주선일 필요가 전혀 없지만, 미국의 인류 구원 상징성을 맡게 된 드래스크 대장(론 펄먼). 그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민낯 그대로 드러내며 우주를 향해 순조롭게 출발한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이 자본주의 앞에 굴복하며 구원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가 권력을 넘어서는 초거대 기업과 그 수장들 모습을 전부 합쳐 놓은 듯한 CEO 피터 이셔웰(마크 라일런스)이 만들어 내는 어이없는 에피소드는 이 풍자극의 핵심이다.

▲돈 룩 업. ⓒ넷플릭스
▲돈 룩 업. ⓒ넷플릭스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인류의 오만한 신념과 선량한 봉사로 위장된 탐욕적인 기업의 실체는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뱃사공 카론 같은 피터 이셔웰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된다.

영국 출신 명배우 마크 라일런스는 우상화된 기업가들의 여러 모습을 기분 나쁠 정도로 현실감 있게 재현해내면서 조나 힐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낸다.

여기에 팝스타 라일리 비나(아리아나 그란데)와 DJ 첼로(스콧 메스커디, a.k.a. 키드 커디)는 전형적인 가십 연예인 포지션으로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역할로 이 코미디 풍자극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아리아나 그란데가 즉흥적으로 불렀다는 'Just Look Up'은 호소력 짙은 가창력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센스 넘치는 가사로 폭소를 유발한다.

▲돈 룩 업. ⓒ넷플릭스
▲돈 룩 업. ⓒ넷플릭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기묘한 방식을 포착한 코미디 영화 '뛰는 백수, 나는 건달', '이디오크러시'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네트워크', '웩 더 독'에서 '돈 룩 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애덤 매케이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같은 재앙이 현실이 되자 이 영화의 각본을 더 황당무계하게 수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너무나도 신랄하게 풍자하는 이 블랙 코미디는 애덤 매케이 감독의 '빅쇼트'와 '바이스'에 '아마겟돈', '인디펜던스 데이'의 장르적 재미를 곁들여 익스트림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돈 룩 업. ⓒ넷플릭스
▲돈 룩 업. ⓒ넷플릭스

이 영화는 마지막 두 개의 쿠키 영상에도 세상을 풍자하는 매운맛 코미디 소스가 듬뿍 발라져 있어 관객에게 쓴웃음을 안긴다.

범신론자인 스피노자는 자유의지란 결국 인과 관계 속에서 필연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에서는 음모론자들과 미국 백인 노동자 계층을 앞세운 엘리트와 정치가들에 의해 인류는 집단지성을 잃고 우매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회 안에서 자유롭게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공동체 역량이 커진다고 했던 스피노자의 철학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돈 룩 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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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돈 룩 업 (Don't Look Up)

◆ 연출·각본: 애덤 매케이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런스, 롭 모건, 조나 힐, 마크 라일런스, 타일러 페리, 티모시 샬라메,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 스콧 메스쿠디, 히메시 파텔, 멜러니 린스키, 마이클 치클리스, 토메르 시슬레,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

◆ 제공: 넷플릭스

◆ 극장 개봉: 2021년 12월 8일

◆ 스트리밍 공개: 2021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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