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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리뷰, 블록버스터 액션 담은 한국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심우진의 S.R.]
  • 심우진 기자
  • 승인 2022.07.29 0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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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몰입감과 비장미, 한국 첩보 액션의 진화
- 이정재 감독의 성공적인 데뷔작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93년 연기자로 데뷔한 이정재 감독의 첫 연출작인 ‘헌트’는 기존 한국 첩보 액션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3년, 미국 워싱턴. 방미 중인 한국 대통령이 머물 호텔 앞에서 재미 교포들의 반대 시위가 한창이다. 시위대는 대통령을 본뜬 인형 목에 ‘살인마’라고 적힌 팻말을 걸어놓고 화형식을 연다. 그들은 군사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고 시민을 학살한 한국 대통령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런 시위대를 안기부 해외팀 정보수집 담당 '방주경'(전혜진)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곁에 있던 그녀의 상관인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는 혼란 속에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박평호와 함께 대통령 경호 임무를 맡고 있던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위대를 예의 주시한다. 박평호와 김정도, 두 사람 사이에는 대통령 경호를 놓고 날 선 대립이 오간다. 그때 미국 C.I.A.가 대통령 테러 정보를 입수한다. 대테러 작전에 나서는 안기부. 하지만 끝내 테러 조직의 배후는 밝혀내지 못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안기부는 남파 고정간첩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김정도는 동림을 찾아내기 위해 무고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고문을 앞장서서 지휘한다. 그런 김정도를 바라보는 박평호의 사연 있는 눈빛은 차갑기만 하다.

▲'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한편, 기밀 누출로 인해 연이은 작전 실패를 겪게 되자 의심의 총구는 안기부 내부를 향한다. 때마침 한국 망명을 시도하려는 북한 고위 관리는 이에 관한 기밀 정보를 전달한다. 안기부에 두더지(내부 스파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새로 부임한 '안 부장'(김종수)의 지시로 안기부 내부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파이 색출 수사가 진행된다. 해외팀과 국내팀으로 나뉘어 서로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는 무섭게 몰아붙이기 시작한 것. 

내분에 빠진 안기부 안에서 박평호와 김정도는 끈질긴 추적 끝에 전혀 예상치 못한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거대한 사건의 한가운데에서 대한민국 운명이 걸린 작전을 시작한다. 

▲'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제5열 ‘동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영국 정보부 내부에 숨어든 스파이 색출을 담은 첩보 스릴러의 수작이다. ‘헌트’는 내부의 적을 적발해내기 위해 치밀한 수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닮아있으면서도 인물 갈등 구도에 있어서는 훨씬 더 선이 굵고 격정적이다.

여기에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블록버스터급 총기 액션과 카체이싱이 가미된다. 이 요소는 볼거리로만 소모되지 않고 플롯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입체적인 장치로 영리하게 활용된다.

▲'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잡아야 하는 이 냉혹한 회색 게임의 중심에는 박평호와 김정도라는 심지가 단단한 두 캐릭터가 경쟁적 관계로 배치된다.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각자의 신념과 목숨을 걸고 벌이는 두 캐릭터의 대결에는 시종일관 비장미가 흐른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혼란한 상황에서 첫 대면부터 경쟁과 대립 구도로 등장해 쌍두마차로써 극을 이끌며 종장까지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제5열 ‘동림’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때, 그리고 겹겹이 베일에 싸여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진정한 심리 첩보전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그냥 흘려버렸던 장면이나 대사가 후반부에 명료한 형태의 복선이었음이 밝혀지는 연출은 압권. 또한 불신과 배신을 바탕에 깔아놓고 펼쳐지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는 이 하드보일드 추리 심리극은 해당 장르가 안겨주는 강렬한 몰입감을 통해 극의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이정재 감독의 흥미진진한 시나리오와 뛰어난 연출력

‘헌트’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며 클라이맥스를 향하는 전개로 강렬한 스릴감을 안겨준다. 여기에 더해 영화의 서사가 진행될수록 이곳저곳에 던져졌던 단서들이 퍼즐 조각처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묘미를 맛보게 한다. 최종장에서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이중삼중으로 겹겹이 감추어져 있던 또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는 피날레의 여운은 진하다.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함께 연기하는 이정재·정우성 두 주역의 연기는 물론, ‘박평호’가 딸처럼 돌봐주는 대학생 ‘조유정’ 역의 고윤정, ‘박평호’의 최측근으로 활약하는 뛰어난 정보수집 전문가 ‘방주경’ 역의 전혜진, ‘김정도’의 오른팔로 어떤 일이든 밀어붙이는 ‘장철성’ 역의 허성태, 승진을 위해서라면 독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양보성’ 역의 정만식 등 모든 캐릭터가 빼곡한 서사 속에서 소모감 없이 완벽한 역할과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해 펼치는 매력적인 카메오 연기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헌트' 스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번 데뷔작을 통해 보여준 이정재 감독의 시나리오 구성력과 연출 능력은 놀랍다. 왜 지금까지 배우 모습 뒤에 이런 훌륭한 감독 재능을 계속 숨기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 

오프닝에서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 임을 강조하지만, 이철희 장영자 사건, 광주 민주화운동,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미얀마 아웅 산 묘소 테러 등 당시 굵직한 사건들을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 배경이 되는 대한민국 80년대 시대상을 경험하거나 제대로 교육받은 관객이라면 극의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단점을 굳이 꼽으라 하면 한국 근현대사를 잘 알지 못하는 국내·외 관객을 배려한 시대 배경 설명 인트로 장면 추가나 일부 잘 들리지 않는 대사의 자막 처리 필요성 정도다.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이자 첩보 액션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는 ‘헌트’는 오는 8월 10일 개봉한다.

▲'헌트'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제목: 헌트(HUNT)
◆ 각본/감독: 이정재
◆ 출연: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김종수, 정만식 외
◆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사나이픽처스
◆ 크랭크 인: 2021년 5월 8일
◆ 크랭크 업: 2021년 11월 13일
◆ 러닝타임: 125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 2022년 8월 10일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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