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 반성 없는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지우기 고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44년 8월 버마(현 미얀마) 북부 외딴곳 미치나에서 조선인 위안부 20명이 연합군에게 생포된다. 이들에 대해 기록한 문서는 미 전시정보국(Office of War Information, 이하 OWI) 48번, 49번 심문보고서다. 그중 49번 보고서 내용에는 ‘코코순이’라는 위안부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그녀의 한국 이름은 박순이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취재진은 박순이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미치나를 찾아간다. 그리고 조선인 위안부들이 실제로 생활했던 곳을 확인한다.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 끌려와 혹독한 환경에서 비참한 일을 겪었던 위안부들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증거를 카메라에 담은 것. 

OWI 소속 중국계 미국인 장교 원 로이 챈은 회고록 ‘버마: 전하지 못한 이야기’에서 그가 목격한 조선인 위안부들에 대해 기록하기도 했다. OWI에는 니세이(일본계 미국인 2세)도 있었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니세이 부대원 중 아직 생존해 있는 '아쿠네 겐지로'는 조선인 간호사를 심문하고 48번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그는 비교적 한국 취재진 인터뷰 요청에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아쿠네 겐지로는 위안부들을 매춘부로 이해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버마에서 발견된 위안부 대부분은 또 다른 니세이 병사 ‘알렉스 요리치’가 심문했다. 그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고 위안부들은 일본어에 서툴렀다. 그런데도 알렉스 요리치는 위안부들을 40일 넘게 심문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장기간 심문이 가능했을까.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아마도 함께 있었던 일본인 포주 부부가 알렉스 요리치의 심문을 간접적으로 도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이 일본인 부부는 통역 과정에서 위안부의 입장이 아닌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윤색해 전하고 심문관인 알렉스 요리치는 그것을 그대로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알렉스 요리치 같이 전쟁 중 미국과 하와이에 거주했던 추축국 출신 일본계 미국인들의 복잡한 정체성까지 겹친 것. 알렉스 요리치는 일본과 싸워 미국인임을 증명하려 했던 반면, 포로로 잡힌 조선인 위안부 앞에서는 모국인 일본을 옹호하는 일본인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 요리치는 코코순이를 포함한 조선인 위안부들을 변덕스럽고 이기적이며 교활하다고 평가했다. 또 옷, 신발, 화장품 등 원하는 걸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았으며, 사치스럽게 생활했다고 기록한 대목도 있다. 결정적으로 그는 조선인 위안부가 매춘부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이것이 혐한들의 위안부 폄훼 주장 근거가 되는 OWI 49번 심문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특히 ‘텍사스 대디’라 불리는 친일 혐한 성향의 미국인 유튜버 '토니 모라노'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에 봉지를 씌우는 등 모욕적인 행동과 더불어 수년간 위안부를 조롱하고 폄훼해오고 있다. 하지만 토니 모라노는 지금껏 자신이 인용해온 49번 보고서를 일본계 미국인 병사가 작성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지금도 토니 모라노는 일본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으며, 그의 주장은 다시 혐한 단체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토니 모라노 같은 혐한 활동가를 지원해온 일본 정부는 학계에도 손을 뻗친다.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위안부를 계약관계에 의한 자발적인 매춘부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에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재생연구회’ 같은 일본 역사부정주의 단체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존 마크 램지어 교수의 입장을 요약하면 당시 일본군에게 끌려간 조선 위안부들은 모두 매춘부였고 조선 남성들이 그것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일본에 저항한 모든 조선인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스틸. ⓒ커넥트픽쳐스

그의 주장은 거짓을 기반으로 하기에 검증이 불가능하며, 증거 또한 있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이런 논문은 혐한 활동가들의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일본 극우세력이 이처럼 전방위로 역사부정주의를 퍼트리는 이유는 과거 지우기와 역사 왜곡을 통해 전쟁범죄로 얼룩진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정의롭고 착한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하루에 40번 가까이 위안부를 성폭행하는 끔찍하고 흉악한 전쟁범죄를 매춘으로 몰아가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고발한다.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주도했던 전쟁범죄를 필사적으로 기억에서 지우려는 사기극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코코순이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하고 있다.

▲'코코순이'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코코순이'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 제목: 코코순이
◆ 영제: KOKO SUNYI
◆ 감독: 이석재
◆ 장르: 진실 추적 르포무비
◆ 상영시간: 124분
◆ 상영등급: 전체관람가
◆ 제작: KBS
◆ 제공: 차지인
◆ 공동제작/배급: 커넥트픽쳐스
◆ 개봉: 2022년 8월 25일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