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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도터’ 리뷰, 비뚤어진 엄마에게 [심우진의 S.R.]
  • 심우진 기자
  • 승인 2022.07.04 10: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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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 벼랑 끝에 선 현대의 모성을 관조하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교수인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혼자만의 조용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그리스의 어느 해변 휴양지에 도착한다.

레다는 등대가 보이는 고즈넉한 임대 숙소에 머물게 되자 완벽한 휴식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더구나 관리인 ‘라일’(에드 해리스)과 젊은 직원 ‘윌’(폴 메스칼)은 기대 이상의 친절함으로 그녀를 맞이해준다. 레다는 로맨스까지는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아직 남자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는 점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하지만 평화로운 그녀의 휴가는 위기를 맞는다. 유난히 소란스러운 대가족이 갑자기 해변에 등장하면서 방해받기 시작했기 때문. 그때 레다는 시끄러운 무리 안에서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와 그녀의 어린 딸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20대 시절 ‘레다’(제시 버클리)는 학자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동시에 두 딸의 엄마이기도 했던 그녀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했다. 그러는 사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열정과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그녀는 육아를 포기하는 길을 선택 했었던 것.

▲'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한편, 갑자기 해변에 소동이 일어난다. 니나의 딸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레다는 함께 실종된 아이 찾기에 나서고, 그것을 계기로 마음속 깊이 침잠해있던 죄의식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한다.

‘다크 나이트’(2008), ‘프랭크’(2014) 등의 영화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여온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인 ‘로스트 도터’는 현대 여성이 공감할 모성 심리를 솔직하게 그려낸 영화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 ‘더 파더’(2020),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 등의 명배우 올리비아 콜맨과 유명 배우 집안 출신으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다코타 존슨 그리고 ‘더 스파이’(2020), 드라마 ‘체르노빌’(2019) 등의 작품으로 얼굴을 알려온 가수 겸 배우인 제시 버클리가 캐스팅됐다.

▲'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극 중 주인공 레다는 숭고하고 희생적인 모성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을 스스로 ‘비뚤어진 엄마’라고 칭하는 그녀는 과거 자신의 선택에 얽매여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불안한 심리 스릴러의 감정선을 따르며, 동시에 모성을 배반한 은밀한 죄책감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회상 속에서 가정과 육아는 레다가 누리고자 하는 성취, 즐거움, 쾌락의 방해물이다. 숨 막힐듯한 육아보다는 매혹적인 일과 달콤한 욕망을 누릴 자유를 선택한 그녀는 두 딸을 방치하고 떠난다.

그런 레다는 다른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식을 보호하고 키우려는 모성 본능 또한 제대로 발동하는 사람이다. 

▲'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다만 좀 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이기적인 길을 선택한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아동 방임이나 의무 불이행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남편의 애원을 뒤로 하고 아이들 곁을 떠난 레다에게 엄마의 자격이 없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랄 수도 있다.

레다는 아이들을 버리고 떠났을 때 너무 좋았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거짓 없는 고백을 한다. 비난과 공감의 감정을 동시에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다.

육아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는 이 영화를 보며 “아이는 갖고 싶지 않아”라고 마음 속으로 외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미경험자들보다는 분명 ‘나도 저랬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육아 경험자를 위한 작품일 듯하다.

▲'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공감, 신뢰, 위선, 기만이 모호하게 공존하며 긴장감이 유지되는 극 속에서 레다는 주변 인물들과 자연스럽거나 완벽하게 섞이지 못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자격지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레다는 분명하게 니나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같은 모습을 본다. 서로 충분한 교감을 이루고 있기에 어쩌면 완벽한 친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레다는 그 기회를 이어가지 않는다.

과거에 남겨둔 되돌릴 수 없는 3년. 그 자유 혹은 도피의 시간은 레다에게 끝없는 죄책감으로 남아있다. 훔친 애정 인형으로는 메꿀 수 없는 딸들에 대한 죄스러움 그리고 깊고 어두운 불편함이 형벌처럼 그녀를 옥죈다.

▲'로스트 도터'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모성은 인류 보편의 가치가 유지되는 한 영원히 숭고하게 추앙될 본능일 것이다. 심지어 풍요로운 세상에서 다양성이 태동하는 가운데, 모성이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이들조차 버젓이 생존하고 존재하게 해주는 놀라운 포용력을 지닌 위대하고 신비로운 생물학적 장치다.

‘로스트 도터’는 이 숭고한 모성의 희생을 미화하는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현실적인 여성의 또 다른 선택 행동에 대해 정직하게 묘사한다.

레타가 버렸던 딸들의 목소리는 그녀를 깨우고 일으켜 세우고 다시 살아가게 한다. 수많은 어머니들이 자식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원수 같았지만, 내 인생의 전부”라고.

‘로스트 도터’의 서사 속에는 비뚤어진 엄마에 관한 정직하고 세심한 배려가 담겨있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비뚤어지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로스트 도터'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영화특별시 SMC

◆ 제 목: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 감 독: 매기 질렌할

◆ 출 연: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 원 작: 엘레나 페란테 ‘잃어버린 사랑’

◆ 수입/공동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배 급: 영화특별시 SMC

◆ 관람등급 : 15세이상관람가

◆ 개봉: 2022년 7월 14일

◆ 러닝타임: 121분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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