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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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 사건을 통해 벌거벗겨지는 적나라한 인간성 상실의 순간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27일 개봉을 예고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부유층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에 얽힌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스포일러 주의: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호사 배지와 슈트가 꽤 잘 어울리는 '강호창'(설경구)은 법정보다는 구치소를 더 바쁘게 들락거리는 접견 전문 변호사다. 그가 하는 일은 수감생활 하는 높은 분들의 뒤치다꺼리. 그런 그를 같은 변호사들조차 '상대하지 말라'며 대놓고 무시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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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왕따 취급받는 강호창은 아들 '강한결'(성유빈)이 다니는 명문 국제중학교에 처음 들어섰을 때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 '송정욱'(천우희)이 어느 학생에게서 받았다는 한 통의 편지 내용이 공개되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는다.

임시 담임 교사인 송정욱에게 편지를 건넨 학생 이름은 '김건우'. 근처 호수에서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됐으며,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그가 남긴 편지에는 4명의 학생에게 괴롭힘당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편지에서 지목된 4명의 학폭 가해자 보호자인 강호창을 비롯해 병원 이사장 '도지열'(오달수), 전직 경찰청장 '박무택'(김홍파), 국제중학교 교사 '정선생'(고창석) 등이 학교 측의 호출을 받고 한자리에 모인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 사실을 믿지 않다가 속속 부정할 수 없는 충격적인 증거가 발견되자 경악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피해자에 대해 미안함이나 사죄의 마음을 먼저 보이는 이는 없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오히려 강호창은 "지금부터 똑같이 노를 저어야 됩니다. 누구 하나 삐끗하면 다 같이 빠져 죽습니다"라며 학폭을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모든 관련 증거를 없애고 불리한 증언을 할지도 모를 목격자를 찾아내 입막음하며 사건 조작과 은폐에 앞장선다.

강호창의 진두지휘에 따라 나머지 학부모들도 힘을 합쳐 사건 은폐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특히 안하무인에 거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도지열은 악마적 캐릭터다. 그는 피해자인 김건우를 도리어 문제아로 몰아간다. 괴롭힘당할 만했으니 당했다는 식이다. 사경을 헤매는 피해학생을 자기 병원에 입원시킨 것도 어디까지나 자식의 면죄부를 얻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뿐.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교사가 아닌 학폭 가해자 학부모 입장에 선 정선생도 마찬가지다. 그는 학교 내부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진실 앞에 갈등하는 기간제 교사 송정욱을 회유하려 한다. 그리고 교장의 약점을 쥐고 흔들면서 사건 조작에 깊숙이 관여한다.

한편, 학폭 피해자 가족인 '건우 엄마'(문소리)는 사경을 헤매는 자식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홀로 어렵게 키워온 아들이 학폭 피해자인 줄도 모르고 가해자 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피해자이면서도 사건의 진실에서 가장 멀찍이 소외된 건우 엄마를 지켜보던 송정욱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끝내 양심을 저버릴 수 없던 송정욱은 그녀에게 아들이 남긴 마지막 편지의 존재를 알린다.

송정욱의 양심선언으로 학폭 사건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아들의 결백을 믿는 강호창과 나머지 학부모들은 커다란 관계 변화에 직면하는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 학폭 가해자는 '괴물 부모'가 만든 '괴물의 자식'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하타사와 세이고 원작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직설적인 제목이 가지고 있는 메타포 그대로 아이들이 저지르는 잔혹하고 끔찍한 학폭 장면을 담고 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교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들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괴물들일까. 결국 이 아이들은 괴물 부모가 만들어낸 괴물의 자식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인 외적 공간은 아름답고 고급스럽지만, 대조적으로 그들의 내면은 괴물답게 사악하고 더럽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가해자에 속한 캐릭터들은 주어진 상황과 환경이 변할 때마다 철저하게 자기합리화에 골몰한다. 그와 동시에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누구보다 청렴결백하고 정의로워 보이던 인물조차 가장 폭압적인 모습을 보이며 타락하고, 또 누군가는 진실을 내동댕이치고 가해자들과 한배를 탄다.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의 감정이 파도처럼 몰아치는 이 작품은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설경구는 극과 극의 상황을 오가며 가장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았다. 그는 흡입력 있고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인간 심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양심이나 도덕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도지열은 다소 전형적인 빌런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도지열 역을 맡은 오달수는 이 비열하고 뻔뻔한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내 관객의 마음속에서 참기 힘든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 살아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온갖 회유와 압력 속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려는 교사 송정욱 캐릭터는 인간성에 대한 희망의 마지막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천우희가 탄탄한 연기력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이 양심적인 캐릭터의 행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층 더 곱씹게 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인 이 작품이 사건 진실에 다층적 플롯으로 접근해 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피해자는 숨죽이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활보하는 상황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관객의 감정을 끌어 올린 후 감춰진 또 하나의 진실을 밝혀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 김지훈 감독 "영화 통해 학폭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 계기 됐으면 해"

지난 18일 진행된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에서 김지훈 감독은 "학부모 입장에서 제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가 원작을 접하고는 (제 아이가) 가해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이 많이 변했다"며 "이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때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김 감독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감독이 연출의 포커스를 맞춘다는 것이 힘들었다"며 "이 영화 한 편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들 이야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계속 반복된다는 게 연출자 입장에서는 괴로운 상황이었다"고 촬영 고충을 밝혔다.

또 학폭 장면 묘사에 대해서는 "지옥 같은 장면이었다. 보는 분들이 깊이 아파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야겠다는 목표하에 많이 고민했던 어려운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공통으로 갖추고 있는 밀도 있는 서사의 흡입력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학원 폭력이라는 현재 진행형 사회문제를 통해 인간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가치가 무너지는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관전의 핵심 포인트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마지막까지 양심을 외면하는 순간, 누구나가 영화 속 인물들과 다를 바 없는 추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시키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렇기에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물론 일반 관객들도 영화관에서 작품의 메시지를 확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관객을 향해 정중한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이 강호창 혹은 도지열이나 송정욱이면 과연 어떤 길을 선택했을까요"라고. 영화는 이 딜레마의 드라마를 생생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거침이 없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 제목: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원작: 하타사와 세이고

◆ 감독: 김지훈

◆ 출연: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

◆ 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 배급: 마인드마크

◆ 제작: 더타워픽쳐스,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 공동제작: 주식회사 리버픽쳐스

◆ 개봉: 2022년 4월 27일

◆ 러닝 타임: 111분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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