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 드디어 부활한 21세기형 로맨틱 코미디 어드벤처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로스트 시티'는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 그리고 로맨스의 조합 균형이 황금비율에 근접한다.

장르 특성상 깊이 있는 서사는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111분 러닝 타임 동안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흥미진진한 어드벤처 액션 그리고 할리우드식 언어유희를 즐겁게 맛볼 수 있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일러 주의: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레타'(산드라 블록)는 성공한 모험 로맨스 소설가다. 그녀의 소설은 20대가 되고 싶은 30대 여성 독자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로레타는 지난 5년간 고고학자 남편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책에 쓸 새로운 이야기도 전혀 떠오르지 않아 완전히 슬럼프 상태.

협찬받은 쫄쫄이 점프수트를 억지로 입고 인간 미러볼이 되어 불편한 의자에 겨우 앉아 북 투어 행사를 하는 로레타. ‘이 모든 게 정말 싫어’라는 감정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고 매니저는 미소를 지으라며 계속 눈치를 준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때 책 표지 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이 'The Final Countdown' 전주와 함께 무대에 등장해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오두방정 퍼포먼스를 펼친다.

앨런을 향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로레타는 자신이 마치 사람들 판타지나 대리만족시켜주는 삼류 야설 작가가 된 것만 같았다. 짜증이 난 로레타는 이 느끼한 근육남 캐릭터의 퇴출을 선언해버린다. 그렇게 북 투어 행사는 엉망이 된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로레타는 갑자기 재벌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에 의해 납치된다. 로레타가 쓴 소설의 팬인 페어팩스는 그녀가 전설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결국 로레타는 보물을 찾으려는 악당들에 의해 강제로 머나먼 대서양 외딴 화산섬까지 끌려간다.

한편, 로레타와 조금 전까지 티격태격하긴했지만, 납치 현장을 직접 목격한 앨런은 그녀를 구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그는 명상 캠프에서 만났던 의문의 트레이너 '트레이너'(브래드 피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직접 대서양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과연 앨런의 구출팀은 악당에게 납치된 '인간 미이라'이자 '인간 미러볼'인 로레타와 함께 섬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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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의 핵심은 산드라 블록·채닝 테이텀의 로맨틱 코미디 케미

'로스트 시티'는 '레이더스'(1981), '정글 크루즈'(2021), '언차티드'(2022) 같은 어드벤처 장르 영화다. 이런 영화들 중 특히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흥행작 '로맨싱 스톤'(1984)과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 리메이크는 아니지만 분명 레퍼런스로는 삼고 있는 듯.

보물찾기 어드벤처 장르 영화는 서사 문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위험천만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트레저 헌터 클리셰가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사가 약한 부분을 대규모 스펙터클 장면으로만 채우면 식상함이 느껴진다. 그 때문에 신선한 플롯으로 다듬어 만들기란 정말 쉽지 않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는 이 문제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해결한다. 영화 속 이야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드라 블록과 채닝 테이텀의 티키타카 로맨틱 코미디 케미가 특히 그렇다.

로레타는 과거에 사로 잡혀 슬픔과 무기력에 빠져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은둔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커다란 사건에 휘말려들자 대담한 활약을 보여준다. 로레타와 짝을 맞추는 앨런의 첫인상은 시건방진 나르시시스트 근육남 모델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순정남의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또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어리바리한 엉뚱함과 귀여움으로 웃음도 안겨준다. 

이 두 캐릭터 조합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가 영화가 가진 서사적 단점 대부분을 상쇄해준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브래드 피트도 제 몫을 다한다. 그가 맡은 트레이너는 '파이트 클럽'(1999)의 '타일러'와 '로맨싱 스톤'의 '잭'을 절반씩 잘 섞어 놨다.

그 덕분에 만랩 스페셜리스트로 등장해 로레타의 소설을 찢고 나온 듯한 야성미 넘치는 매력남 포지션을 담당한다. 대폭발 액션마저 웃음으로 승화시켜주는 이 흥미진진한 캐릭터는 깜짝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끝까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해리 포터'였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상속 경쟁에서 밀려난 콤플렉스로 인해 보물에 집착하게 된 빌런 페어팩스 역을 소화해낸다. 악독하고 무시무시한 빌런이라기보다는 부잣집 망나니 도련님으로, 극 중에서 적당한 위험과 위기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일까. 캐릭터 활약이나 비중에 있어서 다소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코미디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할리우드 스타일 콩트와 함께 말맛이 살아있는 언어유희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웃음 코드만 맞는다면 폭소를 터트릴 수 있는 장면들이 줄지어 나온다.

'로스트 시티'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어드벤처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와 장점을 리파인해 21세기에 부활시킨 팝콘 무비다. 

산드라 블록이 출연했던 ‘스피드’(1994)에서는 “극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진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맞는 말인 듯하다. '스피드 2'(1997)에서는 키아누 리브스와 헤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로레타·앨런 커플만큼은 극적인 관계가 계속 이어져 ‘로스트 시티 2’가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의 개봉 2주 차인 오는 25일부터는 상영관 내 취식제한이 풀린다. ‘로스트 시티’는 머리를 비우고 마음 편하게 오랜만에 팝콘을 즐기며 관람하기 좋은 유머와 유쾌함이 가득한 영화다.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로스트 시티. ⓒ롯데엔터테인먼트

◆ 제목: 로스트 시티

◆ 원제: The Lost City

◆ 감독: 아론 니, 애덤 니

◆ 각본: 다나 폭스, 아론 니, 애덤 니, 세스 고든

◆ 제작: 산드라 블록, 리자 차신, 찰리 엔딘, 세스 고든

◆ 출연: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브래드 피트

◆ 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러닝 타임: 111분

◆ 심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국내 개봉: 2022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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