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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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 히어로와 빌런의 정신적 역전 관계가 주는 신선함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디즈니+를 통해 30일 공개되는 '문나이트'는 영국인 ‘스티븐’이 또 다른 자아인 무자비한 용병 ‘마크 스펙터’의 존재를 깨닫고, 초월적 히어로 ‘문나이트’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마블 액션 블록버스터다.

(스포일러 주의: 이 리뷰는 시리즈 속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총 6화 중 1~4화까지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런던 박물관에서 일하는 영국인 ‘스티븐 그랜트’(오스카 아이삭)는 고대 이집트 고고학 덕후다. 가이드 자격이 충분해 보일 만큼 전문적인 지식도 갖췄다. 하지만 그는 직소 퍼즐과 젤리를 파는 기념품 가게 말단직원으로 일한다.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스티비’, ‘스코티’라고 부르는 것은 애칭이 아니다. 사회성이 부족한 탓인지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는 그에게는 대화를 나눌 친구도 애인도 없다.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A Man Without Love’ 노래 가사처럼 외톨이인 그에게 문제는 또 있었다.

스티븐에게는 잠자는 동안 뭔가를 한 것 같지만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심각한 몽유병이 있다. 그래서 잠드는 게 무서울 정도라 침대에 누울 때면, 항상 발목을 기둥에 단단하게 묶고 방문을 꼼꼼하게 잠근다.

그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살고 있다. 방에는 지느러미가 하나뿐인 금붕어 ‘거스’만이 유일한 친구고 잠에서 깼을 때 현실을 확인시켜주는 토템이다. 그리고 스티븐은 ‘엄마’가 보내준 엽서로 언제나처럼 거스의 수족관을 장식한다.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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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의 고고학 지식은 잠을 쫓기 위해 밤새 책을 파고들다 보니 얻게 된 일종의 부산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의 몽유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는 또 낯선 곳에 고꾸라져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좀 심각하다. 턱이 살짝 돌아가 있고 혀끝에서 피 맛이 나는 걸 보니 누군가에게 또 흠씬 얻어맞은 게 틀림없다.

잠들어 있을 때 너무 얻어맞아서 정신이 이상해진 걸까. 누군가 머릿속에서 자꾸 말을 건다. 그보다 더 문제는 그에게 마구 쏟아지는 총알들.

괴한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마치 관광지처럼 예쁜 동유럽풍 마을에 들어선 스티븐은 거기서 미스터리한 초자연적 능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아서 해로우’(에단 호크)의 모습을 처음 본다.

영적 집단의 지도자 아서는 세상을 좀 더 천국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고대 이집트 여신 암미트의 이름으로 ‘영혼의 심판’을 행하며 수많은 추종자를 이끌고 있었다.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서는 스티븐을 보자 ‘스카라브’를 돌려달라고 한다. 스티븐은 뭔지도 모를 이 물건이 왜 자기 손에 있는지, 왜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정신줄을 놨다가 다시 잡을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머릿속 존재는 자신을 ‘지질이’, ‘기생충’이라고 부르며 협박한다.

스티븐은 깜짝 놀라 일어난다. 침대 위다. 그래, 모든 건 악몽. 하지만 그렇게 믿고 있었던 그 앞에 또다시 악몽 같은 끔찍한 현실이 펼쳐진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Every Grain Of Sand’는 종교적이고 영적이며 시적인 노래다. 1화의 시작에서 고행을 자처하는 아서의 행위와 함께 이 노래가 나오는 것은 아마도 그의 완고한 믿음과 절대적 신념을 상징하는 것이 분명하다.

믿음이 비록 잘못됐을지라도, 그것이 정의가 아닐지라도 매우 단단한 정신적 반석 위에 놓인 그의 의지는 내적 갈등과 혼란을 겪는 스티븐보다 아득히 상위에 놓인다. 정신적으로 히어로보다 빌런이 안정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빌런이 히어로에게 조언과 가르침을 주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그래서 ‘문나이트’의 가장 차별적이며 특징적인 부분은 이런 히어로와 빌런의 정신적 관계 역전에 있다.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주인공인 스티븐은 극 중 목적도 의지도 불분명하다. 그저 살아남기 바쁘다. 내면의 또 다른 자아인 미국인 ‘마크 스펙터’와 계속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자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감춰진 무엇인가를 계속 찾아 나가야 한다.

이 시리즈는 외적으로는 ‘인디아나 존스’, ‘미이라’ 시리즈 같은 모험극 플롯도 갖추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심리 호러 장르에도 발을 걸쳤다.

가장 크게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이 떠오른다. 즉, 정신병을 앓고 있는 분열적인 슈퍼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4명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오스카 아이삭의 다중인격 연기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부분도 특징. 오스카 아이삭은 소심한 영국인과 외향적인 미국인을 동시에 연기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목소리 톤, 억양, 행동까지 완벽하게 구현한다.

여기서 마크이기도 한 스티븐의 사이드 킥 파트너 ‘라일라’(메이 칼라마위) 캐릭터 쓰임새는 3화에서 4화까지 ‘툼 레이더’와 ‘파이트 클럽’ 사이에 있다. 나머지 5화, 6화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티븐은 극 중 점차 마크, 문나이트, 미스터 나이트에 익숙해져 가며 혼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며 성장한다. 여기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정신적 갈등과 질병의 다양한 파편들을 히어로 장르에 적용하는 신선함이 있다. 이 지점은 확실하게 정신적으로 병들어있는 악당에게 정의 구현을 외치는 믿음직한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에단 호크는 언론 컨퍼런스에서 “진정한 슈퍼 히어로는 트라우마 속에서 생존 방법을 깨닫는 것”이라며 스스로 치유하고 사회와 교감하는 방법을 깨닫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히어로와 빌런이 마주칠 때 스펙터클한 액션을 맨 앞에 두기보다는 때로는 환자와 의사 혹은 제자와 교사, 신자와 교주 관계에서 세상을 논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 시리즈의 이런 독특함은 4화 후반에 또다른 국면을 보여준다.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달의 신이자 복수의 신인 콘슈. 그의 선택을 받아 분열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된 슈퍼 히어로 주인공이 왜 어디서 처음으로 자신이 이런 모습을 갖게 됐는지 이와 관련된 추가 플롯이 존재한다면 후반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질 수도 있다. 이집트 고대 신들간의 관계 부분도 마찬가지.

액션 장면의 폭력·신체 훼손 수위에 있어서는 역대 마블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오스카 아이삭은 가장 보여주고 싶은 액션 신으로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문나이트와 아서의 전투 장면을 언급했다. 화끈한 액션을 원하는 시청자라면 이 시리즈의 마지막 화에 기대를 품어볼만 하다.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문나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제목 : 문나이트

◆ 원제 : Moon Knight

◆ 연출 : 모하메드 디아브, 저스틴 벤슨, 아론 무어헤드

◆ 출연 : 오스카 아이삭, 에단 호크, 가스파르 울리엘, 메이 칼라마위 외

◆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공개 : 2022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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