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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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브리 감성과 결합한 디즈니·픽사의 마스터피스 성장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이린 리(이하 메이)'(로잘리 치앙)는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에너지 넘치는 소녀다. 전 과목 성적 최우수에 수학을 좋아하는 범생 메이에게는 '미리암'(아바 모르스), '프리야'(마이트레이 라마크리슈난), '애비'(박혜인) 세 명의 절친이 있다. 이들은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5인조 보이밴드 '4타운' 덕질과 좋아하는 이성 몰래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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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친구, 덕질 중 그 무엇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겨온 메이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자신의 조숙함을 신나게 자랑한다. 하지만 실상은 엄마 '밍'(산드라 오)의 과잉보호에 꽉 잡혀 사는 마마걸. 메이는 엄마 허락 없이는 친구들과 노래방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부모를 공경하고 말 잘 듣는 것이 곧 효라고 교육받은 메이는 무조건 엄마 말에 순종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엄마가 알면 크게 실망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진짜 속마음은 꼭꼭 숨긴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극성스러운 엄마 밍의 지나친 간섭은 메이가 13년 평생 처음으로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순간조차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좋아하는 남자애와 사람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최악의 수치스러운 상황에서도 메이는 어금니 꽉 깨물고 엄마에게 '아무 문제 없다'며 억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후회, 부끄러움, 분노, 자책으로 어쩔 줄 몰라 한다. 여기서 메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엄마에게 미안해할 짓은 절대 하지 말자'.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착한 딸 콤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메이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는 악몽의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거울 속에서 마주한 것은 털북숭이 거대 레서판다로 변한 자신의 모습. 꿈이면 좋으련만 너무나 황당한 상황에 직면한 메이가 할 수 있는 건 비명 지르기뿐.

메이는 대소동과 우여곡절 끝에 레서판다 변신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혹은 선물)임을 알게 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인사이드 아웃', '인크레더블 2', '토이 스토리 4' 등에 참여했던 도미 시 감독이 연출을 맡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가족애, 우정, 감동, 코미디, 판타지 등 모든 드라마 요소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룬 마스터피스 성장 영화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도미 시 감독 본인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이 영화는 디아스포라 영화의 일면도 갖추고 있다.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과 비교해 본다면 다양한 비교 감상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이민자 가정을 배경으로 하지만 동서 문화 충돌이나 세대 갈등 요소는 다루지 않는다. 그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는 공통적으로 꺼려하는 숫자 4나 서양권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빨간 머리가 중국에서는 행운의 색이라든지 하는 문화적 차이점을 재미있게 배치하는 정도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사춘기 소녀가 겪게 되는 부모와의 갈등과 화해,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커가는 길목의 성장통 이야기에 내용 대부분을 할애한다.

수학을 잘하는 메이와 자식 교육에 열성인 엄마 밍은 흔히 묘사되는 동아시아 이민자 가정의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 특징이 도드라지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녹아 있다. 이 때문에 모녀간 대립, 갈등, 화해의 플롯이 펼쳐질수록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성장 영화에 대한 공감 지점은 점점 확장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우정으로 똘똘 뭉친 메이와 친구들. 이 개성 만점 캐릭터들이 '4타운' 콘서트에 가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일으키는 사건·사고들은 큰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메이의 절친 중 애비 역을 맡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박혜인의 목소리 연기는 잘 들어 볼 필요가 있다.

프로덕션도 최고 수준이다. 10대들의 에너지 넘치는 발랄함, 디테일한 감정 표현,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모션이 살아있는 파스텔 톤의 고품질 CG 애니메이션은 과연 픽사 작품이라는 감탄사가 터진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실존한다면 큰 인기를 끌었을 법한 보이밴드 '4타운'의 매력은 빌리 아일리시·피니어스 오코넬 남매가 작사·작곡한 'Nobody Like U', '1 True Love', 'U Know What's Up'과 함께 빛난다.

90년대 '백스트리트 보이스', '엔싱크' 등 보이밴드 전성기를 연상하게 하는 멜로디는 일품이며 특히 'Nobody Like U'의 중독성 높은 리프레인은 수능 금지곡 수준. 

도미 시 감독은 "'4타운'은 내가 학창 시절에 푹 빠졌었던 2PM과 빅뱅 등의 K-POP 아이돌을 모델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블랙 팬서’, ‘베놈’, ‘테넷’ 등 할리우드 영화음악계 스타 작곡가인 루드비히 고란손 음악 감독의 즐겁고 경쾌한 오리지널 스코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시종일관 어깨가 들썩거릴 흥겨움을 선사한다.

'루카'의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직접 본인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지만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야말로 지금까지 제작된 픽사 애니메이션 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같은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가장 근접한 정서를 담고 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가장 멋지게 그려낸 이 귀엽고 빨간 레서판다의 전설을 담은 판타지 영화는 매우 흥분되고 활력 넘치는 내러티브로 전 세대 관객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밝고 행복한 영화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영향으로 인해 영화관 개봉 계획이 취소되면서 IMAX, 돌비 비전·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관람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오는 11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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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메이의 새빨간 비밀(원제: Turning Red)

◆ 감독: 도미 시

◆ 출연: 로잘리 치앙, 산드라 오 외

◆ 제 작: 디즈니·픽사

◆ 제 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 러닝 타임: 100분

◆ 공개: 2022년 3월 11일 디즈니+ 단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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