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 근본있는 정통 블록버스터 들고 되돌아온 액션 장인 마이클 베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확실히 2020년대 관객들은 OTT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극단적인 영화관 무용론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견해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앰뷸런스’가 개봉하기 전까지 이야기다. 액션 영화팬이 이 작품을 만약 OTT로 첫 경험하게 된다면 상당히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스포일러 주의: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5년 덴마크 원작 영화에서 설정 뼈대만 가져와 각색한 ‘앰뷸런스’는 전통적인 블록버스터 액션 공식과 프로덕션으로 완성된 영화다. 그래서 올드팬에게는 오랜 친구와의 재회처럼 반갑고 MZ세대에게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날 것 그대로의 질주와 화약 냄새나는 폭발을 담은 정직한 블록버스터 액션에 관객은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액션 핵심은 얀 드 봉 감독의 ‘스피드’(1994) 같은 논스톱 카체이싱이다.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80~90년대 열혈 원조 블록버스터 액션에 21세기 테크놀로지가 더해진 드론 뷰는 카메라가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장면 구도의 한계치를 돌파한다.

미칠 듯한 속도감과 시각적 쾌감이 러닝 타임 136분을 꽉 채운다. 한 번 객석에 앉아 관람을 시작하면 숨돌릴 틈조차 없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CG가 액션 장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원초적 돌격 실사 액션은 확실히 다른 차원의 쾌감을 안긴다. 카메라는 야생마처럼 함께 질주하며 정신없이 흔들린다. 멀미가 날 것 같은 액션신이 가득하다. 

세 명의 주역 캐릭터가 제 몫을 해내며 극의 균형을 꽉 잡아주는 점도 장점. ‘대니’(제이크 질렌할)와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이 폭주 속에서 정신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잘레스)의 활약과 존재감은 뚜렷하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L.A. 도심에서 절대 멈추지 않는 폭주 은행강도 형제 이야기를 담은 이 하이스트 무비는 ‘내일을 향해 쏴라’(1969) 같은 서부극의 피카레스크 서사도 차용한다. 

아예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2016)’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재해석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일까.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답지 않게 크리스 페닥이 쓴 각본에는 긴박감과 함께 선택의 딜레마가 넘치는 서사적 완성도도 갖추고 있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윌은 나라를 위해 싸운 전쟁영웅이다. 하지만 변변한 직업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 의료비 민영화 국가인 미국에서 무려 23만 달러(한화 약 2억8,000만원)가 드는 아내의 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다. 막다른 길에 몰린 그는 형 대니와 함께 은행강도가 된다.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성조기를 휘날리는 가운데 미국식 영웅과 애국심을 강조한다는 것. 그러나 ‘앰뷸런스’는 그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람보’(1982)와 ‘식코’(2008)를 뒤섞어 놓은 듯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버림받은 참전 용사’를 주역 캐릭터 중 하나로 선택하고 있어 색다르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대신 캠처럼 미국 사회를 지탱해주는 자기희생적인 일상의 영웅 캐릭터가 대니와 윌 이상으로 빛난다. 여주인공 캐스팅에 있어 혜안을 가진 마이클 베이가 선택한 에이사 곤잘레스는 미셸 로드리게스의 뒤를 이을만한 매력을 보여준다. 

악당과 영웅이 뒤섞인 밀실 같은 구급차 안. 이 밀착된 주동·반동 인물관계 사이에서 에이사 곤잘레스가 맡은 캠의 역할은 꽤나 탄탄하다. 이 정도 상황에서라면 비이성적인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들 법도 하지만, 캠은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자기 위치와 소임에 철저한 캐릭터로 남는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균형 잡힌 삼각 구도 속 세 명의 캐릭터들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 그 안에서 펼쳐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지켜보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세 명 각자에게 주어지는 잘못된 선택과 실수를 만회할 희생과 구원 플롯도 캐릭터 서사를 강화해준다.

외적으로는 펑펑 터지는 스펙터클한 액션이, 내적으로는 극도의 서스펜스와 스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커머셜 필름같은 시그니처 영상미와 슬로우 모션 감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마이클 베이 감독. ⓒ유니버설 픽쳐스
▲마이클 베이 감독. ⓒ유니버설 픽쳐스

단점도 분명 보이지만 신경 쓸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만큼 밀도감 넘치는 액션이 이어진다. 덕분에 러닝 타임 내내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완벽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나쁜 녀석들’(1995), ‘더 록’(1996) 등을 통해 액션 영화의 신세계를 열었고 ‘트랜스포머’(2007)로 전 세계에 로봇 키덜트를 양산했다. ‘앰뷸런스’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이후 시들해졌던 마이클 베이 감독의 블록버스터 장인 명성의 부활을 알린다.

최근 건강 문제로 안타깝게 영화계 은퇴를 선언한 브루스 윌리스가 보여준 ‘다이하드’ 스타일의 액션이 그립다면 ‘앰뷸런스’는 정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죽도록 고생’하는 주인공들의 아드레날린 액션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AX, 돌비시네마같은 특수포맷관에서의 관람을 권장할 만한 영화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앰뷸런스. ⓒ유니버설 픽쳐스

◆ 제목: 앰뷸런스
◆ 원제: AMBULANCE
◆ 감독: 마이클 베이
◆ 각본: 크리스 페닥
◆ 촬영: 로버트 디 엔젤레스
◆ 출연: 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잘레스
◆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 러닝 타임: 136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국내 개봉: 2022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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