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라운 가르침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선불교 승려 틱낫한은 1926년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그는 베트남 전쟁 중인 1966년 미국에서 반전 평화 운동을 시작한다. 그 후 망명길에 올라 프랑스 보르도에 터전을 잡고 '플럼 빌리지'라는 마음챙김 수행 센터를 설립한다.
영화 '나를 만나는 길'은 틱낫한이 세운 '플럼 빌리지'의 일상을 중심으로 그 안에 모인 이들의 공동체 생활 모습을 담는다.
'젊은 틱낫한의 일기'를 읽어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는 평온한 전원의 풍광과 그 자연에 영혼을 맡긴 사람들의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도시의 삶에 찌든 사람들은 감정 억누르기에 익숙해져 있다.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는 주로 자극적인 수단을 쓴다. 하지만 그런 행위마저 스트레스 일부가 되어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결국 마음의 병은 육체까지 파고든다.
'플럼 빌리지' 사람들은 그 굴레에서 해방된 이들이다. 병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평온하고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목적과 삶의 이유를 깨닫는다.
이 공동체 안에 속하기로 다짐한 사람들은 세속적인 번뇌와 인연을 끊어내는 출가 의식이 행해지는 동안 삶의 고통을 변화케 하고 중생을 돕겠다는 서약을 한다.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 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다.
생명이 있는 자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살아있는 동안 항시 불안함과 가혹한 환경을 마주해야만 한다. '플럼 빌리지'에 모인 사람들은 진정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조차 불확실한 공포를 뛰어넘는 정적이며 동시에 정갈한 정신 상태를 지향한다. 명상과 자기성찰을 통해 그 방법을 배워 나간다.
스크린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변화무쌍한 계절 변화가 펼쳐진다.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이 한 장면 한 장면이 치유의 풍광으로 다가와 관객의 마음속을 평화로움으로 가득 채워준다.
삶에 감사하고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는 수행자들의 일상은 단출하다. 공동체 안에서는 소유와 욕심을 버린 미니멀 라이프가 기본 중에도 기본이다. 저마다 지켜야 할 엄정한 계율로 마음을 다지고 자율적인 질서를 유지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플럼 빌리지에서 15분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수행자들은 15분마다 모든 일상과 생각을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살고 있는 현실을 자각한다. 살아있음을 15분마다 확인하면 삶이 낭비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플럼 빌리지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들은 명상과 학습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한다. 한 수행자는 그들이 따르는 틱낫한을 마치 스타워즈의 마스터 요다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얻어도 행복하지 않은 삶이 있다. 사람들은 인생의 해답을 찾기 위해 플럼 빌리지를 찾는다. 세속을 버린 이들 중 한 명은 가족과 재회하며 성공을 꿈꿨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기도 한다. 어린 시절 야심만만한 꿈을 갖고 있던 그는 정신적 성장을 이룬 지금, 아무런 미련을 보이지 않는다.
수행자들의 스승인 틱낫한은 진정한 진리를 깨닫게 되면 피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설명한다. 수행의 길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길이다. 그런데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은 슬픔과 불안이 없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의 삶을 힘겨워하고 미래를 불안해했던 생각 일체가 사라진다. 그리고 초월적인 자아를 얻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만나는 길'은 욕심의 버림이라는 어려운 선택 끝에 명상의 세계에서 마음챙김을 수행하며, 삶의 평화를 얻은 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놀라운 가르침을 내포한 평생 소장할 만한 가치를 지닌 영화다. 느리게 걷는 이 수행자들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다면 우리의 지친 삶은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변화를 얻게 될 것이다.
◆제목: 나를 만나는 길 (원제: Walk with Me)
◆감독: 마크 J. 프랜시스, 맥스 퓨
◆출연: 틱낫한
◆제작·내레이션: 베네딕트 컴버배치
◆장르: 마음챙김 무비
◆수입·배급: 티캐스트
◆러닝타임: 94분
◆개봉: 2022년 5월 12일
◆등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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