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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리뷰 - '인간 비판'과 '인간 찬가'의 뒤섞임 [심우진 기자의 영화 리뷰]
  • 심우진 기자
  • 승인 2022.06.03 00: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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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스틸. ⓒCJ ENM

- "살아있어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인사하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특별한 유대의 가족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친다. '아무도 모른다'(2004)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의 슬픈 생존기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는 혈육과 양육 사이에 놓인 가족 유대 관계를, '어느 가족'(2018)은 제도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유사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이 쉽지 않은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기란 수월하지 않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법적·윤리적 딜레마도 기저에 깔려있어 마냥 응원의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브로커' 스틸. ⓒCJ ENM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일반적이지 않다. 주류 사회로부터 가족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구성원으로 조합된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거나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을 떠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바로 옆집의 누군가일 수도 있는 소외된 자들. 고레에다 감독은 그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관찰해 또렷하게 조형해낸 캐릭터들을 카메라 앞에 세워두고 한 프레임씩 차곡차곡 담아 나간다. 그 결과물에는 의외로 놀랍도록 밝고 따뜻한 순간들이 직조되어 있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로커' 스틸. ⓒCJ ENM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둠과 비극이라는 불행뿐인 재료 속에서 행복한 향기를 찾아내는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마법의 조향사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하지만 동시에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은 그 만의 스토리텔링은 아예 시작부터 돌이킬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그런 어둑한 분위기에 가장 물들어 있는 캐릭터는 성매매 여성 '소영'(이지은)이다. 검은 스모키 눈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세상의 모든 그림자를 전부 끌어안고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등장한다.

▲'브로커' 스틸. ⓒCJ ENM

차가운 비가 내리는 추운 한밤중, 부산의 한 교회 베이비박스 앞에 갓난아기를 버리는 이 냉정한 엄마는 감당하기 어려운 인생과 사건들을 짊어지고 있는 다층적인 캐릭터다.

소영에게 버림받은 베이비박스 속 아기 '우성'은 영아 밀매 브로커인 세탁소 주인 '상현'(송강호)과 보육원 출신 '동수'(강동원)에게 납치된다.

이 범죄는 다음날 소영이 우성을 찾으러 교회로 되돌아가면서 예상 밖의 이야기로 발전된다. 하나둘씩 모여 어느새 완성된 이 기묘한 가족은 낡은 승합차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우성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한 단 하나의 목표를 가슴에 품고 어색한 여정을 시작한다.

▲'브로커' 스틸. ⓒCJ ENM

그러나 이 '우성 패밀리'의 앞길은 순조롭지 못해 보인다. 여성청소년과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가 이들의 범죄 행각을 처음부터 빠짐없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생의 시작부터 버림받다…그래도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람은 부모가 원해서 세상에 나온 경우, 어쩌다 보니 그냥 태어난 경우 그리고 원치 않지만 태어나게 된 경우 이 셋 중 하나의 사연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앞의 두 경우는 좋은 부모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세 번째 경우에는 태어나자마자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버려지기도 한다.

탯줄을 끊고 겨우 세상 공기를 마시기 시작한 순간부터 부모에게서 버려진 이들은 자신이 세상에 필요한 생명인지 반문하곤 한다.

▲'브로커' 스틸. ⓒCJ ENM

고레에다 감독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생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단언할 수 있는가? 강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어떤 영화를 제시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이 작품의 중심에 있다고 밝혔다.

영화는 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지난 5월 31일, 국내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형사 수진이 처음에 안고 있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영화의 2시간 동안 어떻게 변해가는가, 이것이 이야기의 중요한 핵심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 스틸. ⓒCJ ENM

고레에다 감독의 말처럼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높이는 영화 속 관찰자 입장인 수진에게 맞춰져 있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오가도록 관객을 위해 섬세하게 안배해 놓은 부분이다.

"버릴 거면 낳지를 말라"는 수진의 말은 '어느 가족'의 노부요가 "무조건 낳기만 하면 엄마냐?"는 분노에 찬 대사와 맞닿아 공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낳고 나서 죽이는 게, 낳기 전에 죽이는 것보다 죄가 더 가볍냐"는 소영의 한마디는 신념을 흔들어 놓는다.

"아무도 원치 않는데 태어나는 아이가 불행하다"는 수진의 냉랭한 태도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조용한 인사의 따뜻함 앞에 고개를 떨군다.

▲'브로커' 스틸. ⓒCJ ENM

◆ 인간 비판과 인간 찬가를 동시에 전하는 영화

영화는 애초에 선과 악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출발한다. 돈 때문에 상습적인 영아 납치와 인신매매를 저지르는 상현은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분명한 중범죄자다.

송강호에게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상현 캐릭터는 ‘선의를 가진 악행은 옳은가? 희생적인 범죄는 선한가?’ 라는 딜레마를 또렷하게 현시한다.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열연을 선보이는 소영 역의 이지은과 함께 작품을 견인하며 희비가 뒤섞인 뭉클한 감정의 격랑을 안긴다.

▲'브로커' 스틸. ⓒCJ ENM

강동원이 연기한 동수는 파트너인 상현과의 케미에 걸맞은 입체감 있는 캐릭터가 적용됐다. 생의 시작부터 버림받은 동수에게 우성의 행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성의 진짜 아빠는 누구인가, 그리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일해야 할 진정한 입양 전문가는 누구인가의 판단은 관객의 몫.

이 밝으면서도 어두운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족 로드 무비 안에서 범죄자들을 쫓는 수진과 이형사는 기성 제도권의 법과 정의를 상징한다. 그들 덕분에 국가 시스템이 옳게 작동하고 안전이 보장되며 사회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영화 속에서 분명하게 법대로 공무를 시행하지만 "우리가 더 브로커 같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 어째서인지 정의와 악의가 서로 자리바꿈해 버리는 아이러니는 고레에다 감독 영화에서 자주 그려지는 상황이다. 가치관의 전도 연출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작동한다.

▲'브로커' 스틸. ⓒCJ ENM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이번 작품은 가장 대중 친화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일본 영화 특유의 섬세하고 정적인 연출과 한국 명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어색함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부분은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작품은 선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출발했듯 마지막 역시 해피엔딩과 배드엔딩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중에서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 근접하는 밝은 감정을 많이 품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을 집대성한 사회 통찰의 완전판이다. 인간 비판과 인간 찬가를 동시에 전하는 이 영화는 그래서 따뜻하고 다정하고 달콤하지만 동시에 차갑고 쓰디 쓴맛도 안겨준다.

어떤 맛과 향이 더 강할지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관객 각자의 입맛에 달렸다.

▲'브로커' 포스터. ⓒCJ ENM

◆ 제목: 브로커

◆ 감독·각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 제작: 영화사 집

◆ 제공·배급: CJ ENM

◆ 개봉: 2022년 6월 8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상영시간: 129분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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