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CJ그룹
▲손경식 경총 회장. ⓒCJ그룹

-손경식 경총 회장 "전경련 합치면 더욱 시너지 날 것" 
-전경련 "산업계 싱크탱크 역할 경총에 내줘" 반발 
-"일방적 통합 바람직하지 않아"…외연 확장만 치중 비판도

[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국내 노사관계, 산업안전에서 기업을 대변했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종합경제단체로 세를 확장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갈등을 빚고 있다. 

경영계가 반대해 온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이 지난해 잇달아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정치권에 맞서 경영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자성이 시발점이다.

전경련이 통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경총과 전경련 두 단체가 통합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14일 경영계에 따르면 경총은 지난해 초 손경식 경총 회장이 "전경련을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경총과 전경련의 갈등이 시작됐다.  

업계에선 전경련을 독립 단체로 두는 것보다 경총으로 흡수해 힘을 키우자는 게 손 회장의 구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주한중국대사 초청 간담회에서도 "경총과 전경련이 합치면 힘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경총은 통합을 위해 세력을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경총은 지난해 4월 26일 ESG경영위원회 열고 상·하반기 연 2회 개최를 확정했다. 이전까지는 전경련이 산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지만, 조직이 위축되면서 그 빈자리를 경총이 채우게 된 것이다. 

전경련은 이를 두고 ESG는 기존 경총의 영역인 노사관계 및 인사전문 영역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유례없이 경제학 박사도 채용하면서 전경련 흡수를 위한 공격적인 확장세 아니냐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ESG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나 전경련 주도로 진행하고 경총은 이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정부에 대한 경제정책 제안 등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고, 경총은 노동계에 대응하기 위해 1970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엄밀히 말해 ESG관련 회의는 전경련 주도로 하는 게 구조상 맞다는 게 그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두 기관이 서로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고 해야 할 부분 또한 나눠져 있는 등 서로 다른 부분은 존재하는 만큼 경총의 일방적인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경련과 경총 모두 서로가 필요하다는 이해 상충적 관계라면 통합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그렇지도 않기에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손 회장이 경총과 전경련의 통합을 통해 세력을 더욱 확장해 정치계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경영계에선 "정계에 진출하려는 손 회장 본인의 야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상황과 맞물린다. 전경련은 국내 경영자 단체의 대표 격으로 활동하다 지난 2016년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위상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 시점에 손 회장은 전경련과의 통합을 통해 거대 경제단체를 탄생시키고 정계에도 진출하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구상이라는 게 전경련 측의 주장이다. 지난해 이동근 경총 부회장을 선임한 것도 이런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부회장은 대한상의·현대경제연구원장 출신으로, 조직을 단속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손 회장이 직접 선임한 인물이다.  

이와 관련 경총 관계자는 "전경련과의 합병 얘기는 예전부터 진행했던 일이고, 같은 사안을 연구하는데, 굳이 분리해 각자 노선을 가는 것보단 하나로 통합해 경제 현안을 연구하는 게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기업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선 '기업규제 3법'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연이어 통과했지만 경영계가 의견을 입법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세 확장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진 기업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경영계에서는 손 회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경영단체가 풀뿌리로 운영되기 보단 하나로 통합돼 경영계의 목소리를 더욱 내야한다는 의견과 외연 확장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경영단체 한 관계자는 "야당 대선후보인 윤석열 국민의당 후보가 노동이사제를 찬성하고, 경총 주요 회원사인 LG는 사무직노조 이슈가 발생했으며, 현대차 노조도 강성노조로 회귀했다"며 "고용노동, 노사문제 집중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경총은 외연확장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오너들도 대부분 젊은 세대이고, 30~40대 임원이 즐비한 가운데 유독 경총 회장단은 70대 이상 원로로 구성돼 경제계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지 의문이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경련의 제기능이 요원한 상황에서 기업을 제대로 대변할 단체가 없는 가운데 대한상의가 최태원 회장을 앞세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경총도 축소지향 보단 치고 올라갈 모멘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통합을 하더라도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 전경련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회원조직이고, 경총은 중견·중소기업 등을 회원사로 둔 기관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경제단체가) 통합한다면 혼자 목표를 이루는 것 보단, 경영계 목소리 등은 커질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조율해나가는 과정인데,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이 이뤄지기까진 논의를 해봐야 할 부분도 많고 거쳐야할 과정들이 많을 것"이라며 "이 역할과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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