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명품 수트만큼 잘 뽑힌 범죄 스릴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1월 5일 개봉을 앞둔 이규만 감독의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과 그를 몰래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최민재(최우식)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범죄 수사극이다. 이 작품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 모습을 담은 사사키 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민재, 너만 옳은 거 같지?" 신입 경찰인 최민재가 동료에게 듣는 소리다. 그는 합법적인 범죄 수사라는 경찰 본분을 철저하게 지키려 해 주변과 충돌한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료를 감싸지도, 조직에 충성하지도 않는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길을 따라 3대째 경찰에 몸담은 최민재에게는 '경찰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런 최민재를 눈여겨본 감찰계장 황인호(박희순)는 그에게 부패 경찰 뒤를 캐는 경찰, '두더지'가 될 것을 제안한다. 거기에는 순직 처리되지 못한 최민재 아버지에 대한 기밀 파일을 제공하겠다는 거절 못 할 제안도 함께한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민재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보고해야 할 대상은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 유능한 그는 범죄조직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워온 독보적인 경찰이다. 문제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 수사도 개의치 않아 한다는 점이었다.

감찰과는 그런 박강윤의 수사 스타일이 이제는 범죄조직과 공생하는 것으로 발전했으며, 수억 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부패 경찰임을 의심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를 내사하던 경찰이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여기에 정·관계는 물론 언론까지 꽉 잡고 있는 상위 1% 출신 마약 조직 보스 나영빈(권율)과 나영빈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과 거래하는 차동철(박명훈)까지 복잡하게 엮인 상황이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광역수사대 팀원으로 위장 잠입한 최민재의 눈에 비친 박강윤은 경찰 급여로는 누리지 못할 럭셔리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고급 빌라에 살며 벤츠를 타고 명품 수트를 입는다. 직함은 경찰 반장 대신 사장으로 불리길 원한다. 돈으로 처발라 쌓은 철옹성 속에서 사는 세상 1% 귀족들, 그리고 그들만을 상대하는 마약 범죄자를 추적하는 베테랑 박강윤은 자신이 입고 있는 명품 수트가 그저 작업복이자 유니폼일 뿐이라고 말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Nessun dorma'를 즐겨 듣는 그는 최민재의 아버지와도 깊은 인연이 있음을 내비친다. 명품으로 가득한 드레스룸에서 그는 자금을 공급해주는 '윗선'에 대해 언급해 또 다른 뒤편 세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민재는 그런 박강윤의 뒤를 꼼꼼하게 조사하면서 비리 정황을 포착하려 들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사이 자신이 두더지인 줄 모르는 팀원들과는 점점 돈독해져 가고 보트에 몸을 맡기고 인생과 함께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박강윤의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박강윤과 황인호는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 박강윤을 경찰 내부의 암 덩어리로 여기는 감찰계장 황인호는 조직 내 비리의 뿌리를 뽑겠다는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반면 박강윤은 "범죄추적은 어떤 경우도, 어떤 방식도 위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진짜 경찰이 되는 것과 비겁한 관료가 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시민의 지지가 있다면 흑과 백이 아닌 회색지대에 서 있을 수 있다는 박강윤은 열혈 경찰과 비리 경찰의 경계선 사이를 오가며 공작금을 마련한다. 최민재의 고민은 깊어져 간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의 서사는 선과 악이 모호한 갈등 구조 속에서 범죄 스릴러 장르의 맛을 살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악을 제거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현장 경찰의 고뇌를 담고 있다는 것이 핵심.

원칙만을 고집하던 최민재는 박강윤의 말을 곱씹으며 점점 성장하게 되고, 경찰만큼은 되지 말라고 극구 말리던 아버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원작 소설이 3대에 걸친 경찰 가족의 드라마였다면 영화판 '경관의 피'는 그 안에 담긴 경찰 수사극 파트에 집중한다. 이런 각색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를 갖춘 작품으로 완성됐다.

▲ⓒ
▲ⓒ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규만 감독은 "원작은 작품이 가진 품격, 3대를 관통하는 애절한 사연 그리고 캐릭터의 발전이 눈부시다. 원작 자체가 가진 이런 좋은 점들 때문에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영화의 원작 소설을 선택한 계기를 밝혔다.

무거우면서도 냉정한 하드보일드 형사물 느낌은 물론 코미디와 복선, 버디무비 요소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는 동시에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좀 더 강렬하고 인상적이었으면 하는 액션 신에 대한 아쉬움과 인물 대사가 몇몇 지점에서 잘 안 들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프로덕션 완성도와 극의 균형이 좋은 편.

경찰과는 맞지 않아 보이던 최민재 캐릭터는 어느새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통해 잘 다듬어져 완성되며, 조진웅은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강윤이라는 인물의 존재감과 매력을 완벽하게 살려내 극의 중심을 강하게 이끈다.

둘의 멋진 수트핏과 브로맨스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해리 하트(콜린 퍼스)와 에그시(태런 에저턴)의 그것을 떠올리게 해 재미를 더한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경관의 피' 파트2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경관의 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제목: 경관의 피

◆ 영제: The Policeman's Lineage

◆ 감독: 이규만

◆ 출연: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제작: 리양필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119분

◆ 개봉: 2022년 1월 5일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