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 스파이더맨 정체성, 그 모든 것을 담아내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존 왓츠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내러티브 전개에 있어 차원이 다른 영화다.

2002년부터 샘 레이미 감독 작품에 의해 시작된 이 실사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의 최신작은 단순한 블록버스터 범작이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는 역대급이라는 표현도 부족할지 모른다. 직접 보고 듣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프로덕션 완성도와 정교하게 설계된 액션 세트피스가 주는 쾌감은 기본. 

여기에 영화를 보지 않은 이에게는 스포일러를 피해 설명하기 쉽지 않은 영리한 시나리오와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리고 관련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작품들을 치밀하게 엮어 놓은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MCU의 시작 '아이언맨'(2008)이 등장하기 전부터 마블 코믹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슈퍼맨'처럼 외계인도, '배트맨'처럼 갑부도 아닌 뉴욕 퀸즈의 평범한 십 대 청소년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서적으로는 미숙하고 경제적으로는 항상 궁핍한 수다쟁이 외톨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과거 설정은 그랬지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를 통해 MCU에 합류한 피터(톰 홀랜드)는 선배 피터 파커들과는 매우 달랐다.

젊고 아름다운 큰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와 함께 사는 그에게는 '레고'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가 있고, 첫 만남부터 그에게 호감을 보여준 여자친구 MJ(젠데이아)도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거기다 그의 후원자는 거대기업의 CEO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든든한 조력자인 해피(존 패브로)도 있다. 값비싼 스파이더맨 나노 슈트를 입고 뉴욕을 웹스윙 하는 피터는 외롭지도 불행하지도 않아 보였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에서 이어지는 이 영화는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런홀)의 계략에 빠져 마스크 뒤 익명성을 잃고 정체가 탄로 난 파커의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소란스럽지만, 행복했던 피터의 삶은 이제 존재하지 않게 됐다. 언론은 연일 피터를 헐뜯는다. 대중은 스파이더맨을 비난하고 시위대까지 생겨난다. 피터는 이제 사람을 구하는 영웅에서 공공의 적으로 전락해 있었다. 더구나 가족과 친구까지 공범으로 몰려 고초를 겪는다. 이런 이유로 아주 유능한 변호사의 상담을 받기도 한다.

거미에게 물려 큰 힘을 얻은 후 딱 일주일간 평범한 일상을 느껴봤다는 피터 파커. 그는 자신 때문에 힘든 일에 말려든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피터는 다시 평범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 새출발하고 싶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하기로 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가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하던 중 주문이 꼬이면서 시공간에 균열이 생겨 멀티버스 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문 너머 다른 차원으로부터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 그린 고블린(윌렘 대포),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등 피터를 알고 있는 빌런들이 하나둘 건너오기 시작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이 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빌런들과 결전을 벌이는 피터의 이야기를 담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지금까지 제작된 실사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최고 '절정'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전 세계 관객들이 정확히 원하고 바라는 꿈같은 장면들도 펼쳐진다. 이 부분을 개봉 전까지 베일 안에 남겨두기 위해 마블 스튜디오와 소니 픽쳐스는 영화 트레일러를 비롯해 다양한 홍보 수단을 총동원해왔다.

이 작품에는 유머가 가득하다. 실사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코미디 등이 웃음을 계속 유발한다. 반면, 주인공 피터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고뇌의 무게감 또한 함께 담아낸다. 관객 감정을 뒤흔드는 서사에는 단 한 순간의 지루함도, 빈틈도 없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여기에 더해, 그 무엇보다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피터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게 된 근본 정체성에 깊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피터가 상대하는 빌런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노먼 오스본, 오토 옥타비우스, 맥스 딜런 등 그들은 한때 선량하고 평범한 어른이었지만 큰 힘을 얻자 빌런이 된 사람들이다.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이용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외면하는 어른들을 상대하는 피터.

잘못된 사람도 고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피터는 비록 악당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직면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순진해 보이는 그의 신념에는 대가가 따른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평범한 행복을 얻기 위해 시작했던 피터의 행동은 되돌릴 수도 없는 비극을 불러와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리고 분노와 자책 속에서 내면의 싸움을 이어간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 가르침이 꼬맹이 '스파이더 보이'를 어느새 어른으로 성장한 '스파이더맨'으로 만든다.

148분의 긴 러닝 타임이지만 짧은 단편영화를 본듯 느껴지는 이 작품에는 블록버스터답게 빌런들을 포함해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의 대결 등 여러 가지 액션 시퀀스들이 등장한다. 그중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무대로 한 최후 결전 안에서는 기존 스파이더맨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는 명장면들이 이어지며 다양한 감정을 자극한다.

실사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서라면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같은 위치에 놓일 만한 이 작품의 마지막에는 총 두 가지 쿠키 영상이 나온다. 두 영상 모두 앞으로 새로 나올 작품들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마크 웨브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리고 '스파이더맨 홈' 시리즈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이 작품은 결국 피터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성장영화다.

어른이 된 피터는 모든 개인적인 행복을 스스로 포기하고 외톨이가 되는 길을 택한다. 그것이 스파이더맨이 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슈퍼히어로라고 부른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모든 정체성을 담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소니 픽쳐스

◆ 제목: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원제: Spider-Man: No Way Home

◆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 감독: 존 왓츠

◆ 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이콥 배덜런, 존 파브로, 마리사 토메이 외 

◆ 국내개봉: 2021년 12월 15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1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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