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오드(AUD)
▲램. ⓒ오드(AUD)

- 종을 초월한 절대적 모성애에 관한 공포 동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9일 개봉하는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램’은 제74회 칸영화제 독창성상 수상, 제54회 시체스영화제 작품상, 신인감독상, 여우주연상 3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제34회 유럽영화상 특수효과상 수상에 이어 제11회 스트라스부르 유럽 판타스틱 영화제 작품상 수상, 제35회 판타지 필름페스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거친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 눈보라 속에서 겁먹은 야생마 무리, 축사에 갇혀 있는 양 떼를 통해 짐작할 수 없는 기묘함을 안겨주며 시작한다.

▲램. ⓒ오드(AUD)
▲램. ⓒ오드(AUD)

광활하고 적막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 속에서 남편 잉그바르 (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와 함께 양 목장을 꾸리고 있는 마리아 (누미 라파스)는 은둔자같은 삶을 산다.

남편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만, 그녀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다시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남편은 그런 마리아의 마음속을 잘 헤아리고 있다.

어느 날 이들 부부는 목장에서 믿지 못 할 일을 함께 목격한다. 마리아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 존재를 가슴에 품는다. 앙그바르도 창고에 보관해왔던 오래된 아기침대를 꺼내 온다.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던 그도 어느새 아내와 한마음이 된다.

▲램. ⓒ오드(AUD)
▲램. ⓒ오드(AUD)

이들 부부에게 신비한 아이 '아다'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상실감과 우울함이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있던 부부의 가정에는 다시 행복이 찾아온다. 그 행복이 순리에 어긋나는 것일지라도 상관은 없었다.

아다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성은 극대화되고 사랑은 더 단단해진다. 하지만 한정된 행복을 예고하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목장을 감싼다. 마리아는 다시는 이 행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한다.

그때 불쑥 등장한 앙그바르의 형 피에튀르(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는 아다를 조카로도 사람으로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아다를 자식으로 받아들인 마리아의 행복을 위협하는 불청객이다.

▲램. ⓒ오드(AUD)
▲램. ⓒ오드(AUD)

동화책처럼 챕터를 나눠 구성된 이 영화는 아이슬랜드 민담에 뿌리를 둔 서사를 바탕으로 턱까지 차오르는 긴장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영화 내내 유지한다.

순한 양, 충직한 양치기 개, 창가의 고양이,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목가적인 전원 풍경은 평화로움과 함께 안정감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절제된 대화와 여백의 공간을 포함해 모든 것이 관객 마음을 정반대의 감정으로 몰아간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지켜보는 듯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얼굴을 알린 누미 라파스의 내면 연기는 이런 분위기를 견고하게 이끌어간다.

▲램. ⓒ오드(AUD)
▲램. ⓒ오드(AUD)

이 작품에서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모성애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마리아를 통해 자연의 순리에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축복이 저주와 죽음으로 뒤바뀔지라도 기꺼이 모든 것을 희생하려는 의지가 이어진다. 그녀의 절대적인 모성 앞에 이종(異種)과 기형이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리아가 행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자연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손에 쥐어준 만큼 다시 되찾아가는 대자연. 파국을 지켜보게 하는 최종 장은 종교적이며 신화적인 우화의 마지막 장을 읽은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램. ⓒ오드(AUD)
▲램. ⓒ오드(AUD)

◆ 제목: 램 (Lamb)

◆ 감독·각본 발디마르 요한손

◆ 출연: 누미 라파스, 힐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

◆ 러닝 타임: 106분

◆ 수입·배급: 오드(AUD)

◆ 북미 배급: A24

◆ 장르: 호러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 2021년 12월 29일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