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고전 명작 게임의 리마스터링 합본 패키지 같은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0년 넘게 영향력을 이어오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4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22일 개봉을 예고했다. 이번 작품은 라나 워쇼스키가 단독 감독, 각본, 제작을 담당해 시퀄 제작이 발표된 시점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초록색 패턴이 비처럼 내리고 통신음이 들린 후 모니터 구석의 네모난 커서가 깜빡인다. ‘오래된 코드’라면서 알 수 없는 대화들이 오가지만 ‘매트릭스’ 시리즈의 팬이라면 익숙한 시퀀스의 반복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오프닝은 ‘매트릭스’(1999)의 아이코닉한 20세기 디지털 감성을 그대로 계승한다. 시작부터 아주 선명하게 과거 작품에 대한 데자뷔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지점은 마치 역사적 사건을 관찰하는 시간여행자처럼 등장한 벅스(제시카 헨윅)가 거울나라로 들어가는 길잡이 토끼 역할을 시작할 때부터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워너브러더스 캐릭터 ‘벅스 버니’에서 따왔다고 굳이 밝히는 이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영화가 오리지널 서사와 비슷하지만 다르게 짜여져 있음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일단 그 다름 중에 한가지 요소로 모피어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확장된 프리퀄 서사가 추가된다. 프로그램 진화용 시뮬레이션 ‘모달’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는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틈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어 자아를 찾아 재탄생한다. 모피어스는 벅스와 합류해 진실과 거짓,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를 찾아 나선다.

한편 ‘데우스 마키나’라는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 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에게 사장(조나단 그로프)은 모기업인 워너브러더스가 이미 이야기가 완결된 3부작 게임의 후속작을 원한다고 말한다. 같은 이야기에 등장인물 이름과 얼굴만 바꾼 후속편, ‘매트릭스: 리저렉션’에 대한 이야기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시리즈는 독창적이고 참신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모호한 내용을 주절거리는 대사는 그 특징 중 하나. 여기에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총싸움과 액션이 묘사되고 서사에는 철학적인 이론, 자본주의와 지구 환경문제 등을 다룬다.

이번 ‘매트릭스: 리저렉션’에서는 매트릭스의 상징인 ‘불릿 타임’같은 새로운 장면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영화에 대한 자기성찰적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집어넣는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렇다면 실제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어떨까. 한마디로 자기 복제적인 작품이다. 고해상도 스킨이 패치된 리마스터판 명작 게임 시리즈처럼 오래된 이야기와 액션을 깔끔한 화질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호텔 간판에 시그니처를 넣는 센스 등 숨겨진 이스터 에그도 찾아볼 수 있다.

매트릭스 트릴로지 내용이 수시로 플래시백 장면으로 등장하면서 서사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이전 작품을 전부 봐야 이해가 빠르다. 이 영화가 ‘공각기동대’에서 일부 영감을 얻었던 만큼 이번에도 일본문화적 요소를 집어넣는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멋지게 끝맺음 했던 시리즈를 힘겹게 되살려낸 이 후속편에서는 전작들처럼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터리한 요소가 들어간다.  네오 ‘앤더슨’은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조현증 환자 취급을 당하며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파란 약을 처방받고,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는 아예 이름이 ‘티파니’로 바뀐 채 애가 둘인 유부녀로 등장한다. 여기서부터 이 둘 사이에 과연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완벽한 액션이 등장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할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지점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후의 전개는 완전히 예상에서 벗어난다. 과거 작품들처럼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폭발적인 시각적 쾌감이나 세기말 구세주의 새로운 신화를 목격하는 듯한 벅찬 느낌에 근접할 만한 연출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작들의 오마주와 눈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른 액션 시퀀스가 전개되지만 ‘매트릭스’라는 타이틀을 충족할 만큼은 아니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합성 지성체의 등장을 비롯해 이오와 매트릭스의 역학 관계, 갈망이라는 인간 감정이 도입된 설정 등 시나리오에 추가한 새로운 요소는 많지만 근본적인 극의 재미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연기에 있어서는 기존 배우들은 니오베(제이다 핀켓 스미스)처럼 노쇠한 모습이고 새로 참여한 배우들은 사티(프리앙카 초프라 조나스)만큼이나 낯설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액션과 서사 측면에서는 망명자로 재등장하는 너덜너덜한 노숙자 꼴의 메로빈지언(랑베르 윌슨) 모습 그대로를 지켜보는 느낌이다. 후반부 몹신에서는 '매트릭스' 속편에 좀비 영화와 닮은 액션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하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매트릭스’는 사회현상이 될 만큼 문화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이번 후속편은 결국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오렌지색 자연광 아래 네오와 트리니티의 멋진 부활에 더해 뉴 제네레이션의 배턴터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매트릭스 세계에서 데자뷔는 결함이나 오류를 의미한다. ‘매트릭스: 리저렉션’는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의 긴 엔드 크레딧 끝에는 쿠키 영상이 존재한다. 그 내용을 보고 가볍게 웃을 수는 있지만 5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1999년에 제작된 ‘매트릭스’는 2021년에 다시 보더라도 가슴 뛰는 명작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트릭스: 리저렉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제목: 매트릭스: 리저렉션(원제: The Matrix Resurrections)

◆ 감독: 라나 워쇼스키

◆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제시카 헨윅, 닐 패트릭 해리스, 제이다 핀켓 스미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조나단 그로프, 프리앙카 초프라

◆ 상영 시간: 147분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 2021년 12월 22일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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