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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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용 감독만의 감성이 담긴 동화 같은 로맨스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해피 뉴 이어'는 1990년대 대표 청춘영화 '비 오는 날 수채화', 2000년대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클래식' 등 로맨스 영화 장르에서 독보적인 연출 감각으로 흥행작을 만들어온 곽재용 감독의 신작이다.

곽재용 감독은 27일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 연말을 보냈다. 영화 속에서나마 우리가 옛날부터 느꼈던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느꼈으면 하면서 여러 커플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며 '해피 뉴 이어'의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이 영화 속에는 행복하고 희망에 넘치는 연말 분위기가 가득 담겨 있다. 우울한 현실을 잊어볼 만한 이야기들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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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텔 엠로스에 연말을 맞이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호텔 매니저 소진(한지민)은 승효(김영광)의 결혼 소식을 듣고 놀란다. 사실 놀라움보다는 실망감이 크다. 소진은 승효와 함께 밴드를 했던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를 짝사랑해왔다. 그 오랜 세월 고백도 한 번 못 해보고 이제 짝남 승효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

승효는 이런 소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일하는 호텔에서 결혼하겠다며 축가까지 맡긴다. 더구나 승효와 결혼할 예비 신부 영주(고성희)는 소진에게 살갑게 다가와 고민 상담까지 하는 등 이래저래 심란하다. 

그런 중에도 번번이 호텔 라운지에서 맞선녀에게 퇴짜 맞는 안타까운 손님 진호(이진욱)를 위해 꿀팁을 전달하기도 한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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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진의 남동생 세직(조준영)도 사랑 때문에 고민 중이다. 같은 학교 아영(원지안)을 짝사랑하지만 고백하는 남학생들에게 퇴짜 놓는 게 일상인 그녀에게 속마음을 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호텔 경영을 맡은 CEO 용진(이동욱)은 말그대로 영 앤 리치다. 성격도 좋고 잘 생기기까지 한 그에게 짝수 강박증이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단점. 그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신의 호텔에 묵게 되면서 눈에 들어오는 이름을 가진 직원 이영(원진아)과 마주친다. 

뮤지컬 배우가 되길 꿈꾸지만, 오디션에 번번이 낙방하며 고달프게 살아가는 이영과 계속 마주치던 용진은 순수한 그녀에게 깊은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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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하나 없어 삶을 자포자기한 재용(강하늘)은 호텔 엠로스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연이어 묘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요주의 투숙객 재용을 맡게 된 호텔 직원 수연(임윤아)은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그의 심정을 헤아리기 시작한다.

딸 결혼식 때문에 한국에 온 교포 사업가 캐서린(이혜영)은 호텔 도어맨 상규(정진영)을 만난다. 상규는 캐서린의 첫사랑이었다. 캐서린은 40년 전 약속을 떠올리며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지만 상규는 머뭇거린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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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상훈(이광수)는 고물차를 운전하면서도 싱어송라이터 이강(서강준)을 보면 항상 가슴이 뿌듯해진다. 집 팔고 대리운전을 해가며 그를 뒷바라지해온 결과 드디어 이강의 노래가 차트 역주행을 시작, 무명 가수를 탈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강과의 계약만료가 다가오자 더 규모 있는 회사에서 활동할 수 있게 놔줘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이강은 그런 가운데 호텔에서 연말 콘서트를 준비한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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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총 14명의 배우가 커플이 되어 조화를 이뤄 연기를 펼친다.

이들 커플은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로맨스를 형성한다. 첫사랑, 짝사랑, 삼각관계, 사내 연애, 비대면 연애, 황혼 연애, 브로맨스 외에도 신데렐라 드라마 플롯도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로 한 영화 안에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가면 산만해지기 쉬운 법이지만 분량과 균형 조절은 좋은 편이다. 잘 다듬어진 각본과 연출 덕분에 서사 연결은 꽤 매끄럽다. 인물관계가 튀지 않고 서로 잘 연결되어있는 점도 장점이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아무래도 영화 분위기나 구성은 '러브 액츄얼리'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불륜 관계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등장 캐릭터들은 상대방을 속이지 않는다. 

물론 악역도 있지만, 이야기 중심에 있지는 않다. 이렇게 주로 선한 인물만 모여있다 보니 따뜻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위기나 갈등도 로맨스와 코미디 감각으로 풀어나간다.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오글거리는 감정을 안겨주는 몇몇 장면들이지만 견딜 만하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로맨스 영화 클리셰 나열이라는 점은 단점이자 장점이다. 이 영화의 목표는 그런 클리셰가 전달해주는 행복감에 있기 때문이다.

곽재용 감독은 "저만의 감성을 녹여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현실적이면서도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들로만 구성하려고 했다"며 타 로맨스 영화들과의 차별지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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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는 한지민이다. 그녀는 극 중심에 위치해 전체를 이끈다. 이 영화에서 한지민만의 사랑스러운 표정을 비롯해 연애 감수성이 뭉클하게 피어나게 만드는 매력은 독보적이다.

그래서인지 이진욱과의 로맨스 분량에서는 상당히 아쉬움이 남긴다. 곽재용 감독이 직접 언급한 '해피 뉴 이어' 확장판에서 두 캐릭터의 로맨스 장면이 추가될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이광수는 이 영화에서 웃음벨을 담당한다. 특히 상훈이 마치 사랑하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애인을 떠올리듯 이강에 대해 구구절절 읊조리며 뒤돌아서는 장면은 큰 웃음을 안긴다. '엽기적인 그녀'의 명장면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견우(차태현)를 오마주한 이 시퀀스가 반가울 것이다. 카메오 배우의 깜짝 출연도 웃음을 안긴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영화 속 커플들이 보여주는 로맨스들은 정말 다채롭다. 전 세대가 경험해보고 싶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행복한 로맨스가 종합선물 세트처럼 펼쳐진다.

코로나 블루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시의적절한 영화는 이런 작품일 것이다. 잊고 있던 연말의 행복감을 되찾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해피 뉴 이어. ⓒCJ ENM,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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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해피 뉴 이어(영제: A YEAR-END MEDLEY)

◆ 감독: 곽재용

◆ 출연: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 제공·배급: CJ ENM, 티빙(TVING)

◆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 러닝타임: 138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공개·개봉: 2021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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