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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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순간들과 함께 한 최초의 킹스맨 오리진 스토리 담은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킹스맨' 시리즈 시작을 알린 코믹스 원작의 실사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는 새로운 감각의 스파이 영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대사로 유명한 이 영화는 비밀정보기관 킹스맨 소속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와 에그시(태런 에저튼)가 매력적인 콤비를 이뤄 양복을 갑옷처럼 입고 악당과 싸워 인류를 구한다는 현대의 기사(Knight) 이야기로 사랑받았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우선 킹스맨 비밀요원은 우산, 구두, 라이터, 손목시계 등 다양한 비밀 가젯은 007시리즈 등 고전 스파이 영화의 향수를 안겨줬다. 또 세련되고 다이내믹한 격투 장면과 격렬한 총격전 등 액션 장면들은 말초적이면서도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해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이후 미국을 배경으로 스테이츠맨 조직이 등장하는 후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2017)이 제작되기도 했다.

전작이 영국식 고급문화와 아메리칸 팝 문화를 뒤섞어 현대적인 시대 감성을 읽어냈다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100년 전 유럽으로 되돌아가 킹스맨의 전통과 뿌리를 찾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프리퀄 작품이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전작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은 가상이 아닌 역사적 사건들과 다수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초대 킹스맨으로 활약하는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 그의 아들 콘래드(해리슨 딕킨슨), 숄라(디몬 하운수), 폴리(젬마 아터튼)가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속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한다.

도입부에서 옥스포드 공작은 보어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보어인 강제 수용소를 찾았다가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이후 공작은 아내 에밀리와의 약속대로 어린 아들 콘래드를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서구 열강들은 약소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학살과 약탈을 일삼는 식민지 전쟁을 진행했다. 유럽 상류층에서는 이런 일방적인 침략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부와 명예를 쌓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권장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아울러 기계 문명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지성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쟁에 나가 훈장 받는 것을 사냥이나 스포츠, 모험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하던 오만함이 지배하던 시대였던 것.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옥스포드 공작은 그런 세상의 어두운 일면을 간파하고 있는 평화주의자였다.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고위층의 비밀회합 장소인 킹스맨 양복점에서 옥스포드 공작은 아들에게 젠트리 계층이었던 조상들이 결코 고상하거나 품위 있지는 않았지만, 후손인 현재의 자신들은 영예로운 품격을 갖춘 젠틀맨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혈기 왕성한 콘래드는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고자 하고 있었다. 옥스포드 공작은 그런 아들의 의지를 꺾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간 깊은 애정과 진중한 갈등 관계를 이야기 전개의 핵심으로 삼는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당시 유럽대륙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키치너 원수(찰스 댄스)의 부탁으로 옥스포드 공작 일행은 세르비아에서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내외와 함께하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한다. 이 '사라예보 사건'으로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게 되고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킹스맨은 사촌 관계인 영국, 독일, 러시아 황실 문제에도 개입한다. 이에 따라 러시아 황실을 쥐고 흔들면서 영국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요승 라스푸틴(리스 이판)을 상대로 결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역사적 사건 뒤에는 전쟁을 부추기는 흑막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밀 조직 '플록'. 이 조직의 수장은 스코틀랜드를 700년 동안 탄압해온 영국에 대한 복수심으로 똘똘 뭉친 베일 속 인물이었다. 전작들의 최종 빌런인 발렌타인(사무엘 L.잭슨)과 포피(줄리안 무어)와는 달리 그의 정체는 후반부에 밝혀진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편,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플록은 세계 곳곳에 스파이를 잠입시켜 독일 황제를 뒤에서 조종하거나, 윌슨 미국 대통령을 협박해 중립노선을 유지하게 한다. 이에 전황은 영국에 불리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군입대를 택한 콘래드는 최전방을 향하는 등 최초의 킹스맨들은 전란 속에 차츰 폐허가 되어가는 유럽대륙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플록과 맞서 싸운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역사의 변곡점에는 항상 킹스맨이 있었다는 픽션을 실제 역사 이벤트와 인물 사이에 끼워 넣어 재구성한다. 특히, 실제 역사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드라마틱한 '사라예보 사건'과 '치머만 전보 사건' 등에서 킹스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묘사한다.

킹스맨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역사 재현극을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실존 인물의 등장에도 주목할만하다. 키치너 영국 원수, 가브릴로 프린치프, 라스푸틴, 마타 하리, 에릭 얀 하누센, 윌슨 미국 대통령 등 역사 속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제1차 세계대전사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특히, 영국 대표 연기파 배우 톰 홀랜더는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외모가 닮았던 영국 국왕 조지 5세와 제정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를 비롯해 독일제국 황제 빌헬름 2세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사촌들 사이의 전쟁으로 봐도 무방한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튜 본 감독다운 스타일리시 액션 디자인과 촬영기법이 특징이다.

특히, 괴기하고 음험한 외모만큼이나 무서운 마성의 능력을 갖춘 라스푸틴과의 대결 시퀀스에는 코믹하면서도 강렬한 액션이 함께 한다. 플록 아지트에 잠입하는 시퀀스에선 복엽기와 낙하산을 이용한 고공 낙하 액션을 비롯해 암벽에 매달리는 아슬아슬한 클라이밍 액션, 펜싱 검투 액션이 이어진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위기의 순간마다 후방을 지원하는 무술의 달인 숄라와 명사수 폴리의 스나이핑 액션 등 조력자들의 활약도 함께 한다. '1917'(2019), '원더우먼'(2017)을 통해 접했던 서부전선 참호전의 치열한 공방 등 참혹한 전쟁 액션이 재현됐으며, 전장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인상적인 냉병기 결투도 함께 등장한다.

이런 흥미로운 장면들과 장점이 이어짐에도 시리즈 첫 작품의 재미를 능가하는 재기 넘치는 서사와 강력하고 파격적인 액션을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캐릭터들이 전작의 해리 하트, 에그시, 멀린, 록시보다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프랜차이즈에 있어 매튜 본 감독이 뛰어넘어야 할 경쟁 작품은 아마도 본인이 연출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일 것이다. 이번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킹스맨: 골든 서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매튜 본 감독은 가족애에서 출발해 역사와 함께해온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탄생 비화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동시에 평화와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아낸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집중도 높은 서사를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전작의 분위기를 계승하는 만화적인 액션과 코믹함은 살아있기에 팝콘 무비로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다.

엔드 크레딧 이후에는 후속작을 기대하게 하는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제목: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원제: The King's Man)

◆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러닝 타임: 130분

◆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 개봉일: 2021년 12월 22일

◆ 감독/각본: 매튜 본

◆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리스 이판, 톰 홀랜더, 매튜 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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