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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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투자·한국투자·KB증권 반토막…현대차증권, ‘어닝서프라이즈’ 유일

- 8일 메리츠증권·12일 대신증권 실적발표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기대 이하 실적)를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 퀀텀점프(압축성장)를 위한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하락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연스레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과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 증권사들이 1년 전보다 반토막 난 순이익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다.

특히 2분기까지의 실적하락엔 채권운용손실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이슈(물가상승, 기준금리 인상→시장금리 상승)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운용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나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우발채무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1,196억8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55.8% 감소했다. 잠점 영업이익은 1,541억6,20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0.8% 줄었다.

한국투자증권도 두 자릿수로 급감했다. 이들의 연결기준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304억7,2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3.51% 감소했다. KB증권의 연결기준 2분기 순이익은 677억원으로 전분기(1,143억원)대비 40.76%나 감소했다. 이외에 신한금융투자(-45.3%), 하나증권(-85.91%) 등도 두 자릿수로 급감했다. 

반면 대내외 악재 속에서 실적이 개선된 증권사도 있다. 현대차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87억원을 달성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분기 기준 역대 3번째 실적이다. 오는 8일엔 메리츠증권이 12일엔 대신증권의 2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있다.

◆ 증시침체, 거래대금 줄고 IPO 수수료 급감

증권사 실적 감소엔 증시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락장이 지속되면서 투자자 이탈이 가팔라졌다. 이런 흐름 속에 거래대금이 축소됐고,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급감했다. 실제 지난해 초 44조원이었던 코스피 일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20조원으로 줄었고, 2분기엔 그 절반인 10조원대로 감소했다.

증시 침체는 IPO 수수료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IPO 수수료는 증권사가 상장 주관·인수 업무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공모금액에 일정 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229억원) 71% 줄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24% 각각 줄었다.

채권운용손실도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올 2분기에 국채 3년물 기준금리는 전분기 대비 89bp(0.89%포인트) 상승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영업일수 20일 동안 금리 일간변동률이 10bp(0.1%포인트) 이상 확대됐던 횟수가 5일로 많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시장금리를 끌어올린다.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의미인데,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채권운용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짜 수익원이던 부동산 PF는 증권사 우발채무 증가에 원인으로 지목됐다. 우발채무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포함돼 있기에 향후 경기전망에 따른 리스크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대출채권이나 어음에 대해 보증을 서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부동산 PF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 증권에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맡는 형태로 진행된다.

◆ 하반기 새 먹거리 고심, 조직개편 러시

증권사들의 하반기 조직개편도 눈길을 끈다. 새 먹거리를 통한 위기 돌파에 주안점이 실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매크로트레이딩본부, 투자금융본부, 종합금융본부 등 3개 운용본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통합했다. 그동안 자금 성격에 따라 각각의 본부로 독립적으로 운용되던 조직을 통합했다. 내년부턴 3개 본부의 운용을 기획하는 투자전략 파트를 신설해 투자 전략과 인하우스 리서치, 유동성 관리, 백 오피스 업무 등을 수직 계열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도 하반기 인사를 통해 고액 자산가 공략을 위한 프리미어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부유층 대상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자산관리영업본부, 재경영업본부, 영남영업본부, 호남충청영업본부를 자산관리 1~4본부로 재편하고, IPS(Investment Product&Service) 내 자산관리서비스본부를 신설하는 등 WM 사업 강화에 집중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전문 세무전담 조직을 꾸렸다.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WM사업부에 택스(TAX)센터를 신설했다. 세무사 등 세무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객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맞춤형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산관리(WM)와 디지털부서의 결합도 눈에 띈다. 하이투자증권은 WM총괄의 명칭을 리테일 총괄로 변경했으며, 기존 디지털혁신본부는 디지털전략실로 개편해 리테일 총괄 산하로 배치하고 디지털전략실의 디지털전략부는 디지털마케팅부로 바꿨다. 신한금융투자도 디지털전략본부 내 블록체인부를 신설하고 신한금융그룹 내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을 비롯한 STO(증권형토큰발행),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상승과 주가지수 하락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인해 주식거래대금 감소했고, 연장선상에서 위탁수수료 감소와 채권운용 손실이 확대돼 전반적인 실적이 초래된 것”이라며 “보유 채권 규모를 축소하고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해 새 먹거리를 위한 틈새공략만이 하반기 증권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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