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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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과 주요국의 긴축 정책으로 국내증시 투심이 급격히 위축,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대폭 감소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 손실 규모도 커지며 2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증권주 대다수가 1분기 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위기를 키우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규 수익원 창출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증권업계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이런 가운데 SR타임스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글로벌IB 교두보를 베트남으로 설정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이를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KB증권 등 베트남 진출 단행

-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브로커리지’, 선진국은 ‘IB’ 이원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감소로 위기에 처한 증권사들이 베트남시장 진출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증권사 해외 영토확장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의 베트남 현지법인 실적 증가세도 현지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은 1971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줄었다. 삼성증권은 48% 감소했고 한국투자증권(22%), KB증권(48%), NH투자증권(60%) 등도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내놨다.

국내 증시 부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는데, 큰 틀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부추겨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다. 미 연준이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0.75~1.00%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로 조정돼 상단이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아졌다.

◆ 부진한 증시, 시선은 해외로…노다지는 동남아 ‘베트남’

지난해 말 기준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현지법인은 2018년 20개 대비 8개 늘어난 28개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해외법인들의 손익도 총 1억900만달러 규모로, 2018년 3,650만달러 대비 3배 가량 상승했다. 현 시점에선 동남아시장 중 베트남의 실적 상승이 눈에 띈다.

주요 증권사만 놓고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투자역량을 적극 발휘해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이 진출한 베트남 현지법인 JSC의 자산총액은 1조3,098억원으로 순익은 지난해에만 420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의 해외법인 중 홍콩법인(660억원) 다음으로 많다. 지점 또한 주요 도시인 호찌민에 4곳, 하노이 2곳, 다낭, 붕따우, 껀터, 하이퐁 각각 1곳 등 총 10곳에 이른다.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기업금융(IB)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 국내외 투자자를 위한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WTS(웹트레이딩시스템) 등 투자 채널을 만들고 외국계 기관의 주문전용선(DMA)도 구축한 상태다. 해당 법인 내부에는 트레이딩 데스크도 설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베트남에 힘을 싣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들어 베트남 현지 주요기업과 기관을 직접 만났다. 정 사장은 출장 기간 베트남 현지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총 5개 기관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하노이거래소 경영진과 만나 현지 증권시장의 각종 현안과 문제도 논의하고 베트남 시가총액 2위와 6위 기업인 빈그룹과 호아팟의 최고경영진과 만나 기업금융 지원과 자본시장 생태계구축을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또 지난 5월에는 베트남 현지 시장용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인 WTS를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KIS베트남은 지난 2017년 당기순이익 1억3,000만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8년 32억원 ▲2019년 66억원 ▲2020년 100억원 ▲2021년 281억원으로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지분율 100% 자회사이자 베트남 현지법인인 NHSV의 몸집을 계속 키워가는 추세다. 실제 2018년 출범 이후 330억원 수준이던 자산은 현재 1,200억원대로 확대됐다. 순이익도 지난해 처음으로 28억원을 넘겼다. 여기에 지난 5월에는 영업인력 20명의 하노이 지점을 추가로 열었다. 기존 하노이 본사 지원 인력 27명과 주재원 3명, 호찌민 지점 28명까지 합치면 베트남 현지에만 80명에 육박하는 직원을 배치했다.

KB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인 KBSV(KB증권베트남)에 올해 1분기말 기준 883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제공한 상태다. KBSV는 KB증권이 2017년 당시 베트남 현지 증권사던 메리타임증권을 인수해 세운 지분율 99.8%의 해외 자회사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해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허용되면서 KB증권은 자기자본의 10%인 약 5,435억원(지난해 말 기준)까지 개별법인인 KBSV에 신용공여가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4,500억원가량의 대출한도가 남아있는 셈이다.

KB증권의 베트남 현지법인 KBSV는 2018년 1월 출범 이후 총자산이 작년말 기준 4,594억원으로 약 13배 늘었고, 순이익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5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순익은 KB증권의 해외법인 4곳이 작년 한해 벌어들인 금액(113억원)을 넘어섰다. 해당법인은 본점 2곳을 비롯해 총 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증권사로서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발행 및 인수자문 등을 고루 영위하고 있다.

◆ 국내 증시 정체…베트남의 성장성, 진출 결정 요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로 전망했다. 미국(4.0%), 한국(2.5%)의 경제성장률을 웃돈다. 세계경제성장률(3.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베트남 현지 진출에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녹록치 않았던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이 진출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베트남 현지 법인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신성장 동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브로커리지 뿐 아니라 자기매매(PI), 투자은행(IB), 컨설팅, 계약 심사 업무, 채권 중개, 현지 기업 기업공개(IPO)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나타낸 점은 증권사들 입장에서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증권사 13곳은 베트남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위탁·인수 수수료수익 등으로 지난해 8280만달러(1,066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싱가포르·캄보디아 현지법인 등 6개국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적자가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등 동남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 성장률이 높고, 신생 시장이기 때문에 신규 고객의 유입이 활발하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현지 경쟁도 홍콩 등 다른 지역보다는 덜하고, (현지에 진출한 증권사별로) 베트남 현지법인이 수익을 내며 ‘효자 사업’으로 평가가 상향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베트남을 위시한 동남아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글로벌 IB(기업금융)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에 변화를 준다면 부진한 국내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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